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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경의 지구촌의이웃들

“쓸모없는 철길을 녹지화 생명의 길로”

 
뉴욕뉴욕
 
다양한 언어와 다양한 사람들 때문인지 뉴욕은 그 어느 도시보다도 거대하게 다가온다. 내 귀엔 각양각색의 언어가 들리고 내 눈엔 사람 종류란 종류는 다 보이는 듯하다.
 
그런 뉴욕 사람들은 서로 부딪치지 않으려 애쓰며 바삐 걷는다. 각자의 영역을 혹시라도 침범할까 그저 ‘미안’ ‘죄송’하며 지나친다. 사람 많은 지하철역엔 뚱뚱하나 듬직한 남녀경찰들이 서 있다.
 
뉴욕은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응급 사이렌 소리와 함께 한다. 시끄럽다 불평하다가도 잠깐 생각해보면 뉴욕시민 목숨을 귀하게 여기고 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골동품같은 뉴욕 지하철은 비싸고 냄새나고 굉음이 요란 하지만 우리 전철처럼 땅속 아주 깊이 들어가지는 않아서 수월하다.
 
전철에는 전자책(kindle)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뉴욕 인상 중 첫 번째가 이 나라엔 웬 철이 이렇게 흔할까 하는 것이다. 여기도 철교, 저기도 철교, 하이라인에도 철, 스러진 쌍둥이빌딩도 강철빔으로 지어졌다한다.
 
철강 산업으로 시대를 풍미하던 옛 영화를 가늠할 수 있다. 鐵과 관계 깊은 하이라인(High Line)에 올라 걸어 보았다. 우리네 청계천 고가 도로처럼 공중을 달리던 옛 고가철도를 철거직전에 독지가가 나서 사들여 지금은 공중 산책로가 되었다. 아직은 일부만 오픈되었으며 계속 늘려 나갈거라고 한다.
 
올레길, 둘레길, 순례길 등 세계는 바야흐로 느리게 걷는 길 시대로 되돌아가고픈 모양이다. 허드슨강을 따라 빌딩들 사이로 사려 깊게 디자인된 폭이 좁은 철길공원이 공중에 운치 있게 이어진다.
 
땅이나 이런 쓸모없게 된 철길을 사드려 녹지화 하는 사업은 지구에게 신세를 갚는 사업일 것이다. 하이라인엔 식물들도 현지 잡초를 포함 자생식물로만 심어져있고 녹슨 철을 이용한디자인도 감각 있어 보인다. 걷다가 잠깐 쉼터 계단식 의자에 앉아본다. 발아래 속도감 있는 도로에 자동차 문명이 펼쳐진다.
 
이 자리에서 사람들은 자동차 오염을 떠올리고 생각을 할 것이다. 가다가다 철도 자락을 남겨놓는 센스가 鄕愁를 자아낸다. 그 철길을 달리던 기차는 고기를 날랐다 하고, 아랫마을엔 고기를 포장하던 공장들이 있었다고 하고, 공장에는 물론 노동자들이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첼시마켓이라는 재래시장이 되어 바글거린다. 수퍼마켓에서보다 더 사람냄새가 난다. 용감한 한 개인의 생각과 호응에 박수를 보낸다. 폐허가 된 고기포장공장 동네와 흉물이 된 고가철길을 이렇듯 여러사람이 걸으며 쉬며 생각하는 장소로 만들다니. 내 나라 휴전선, DMZ, 돌아오지 않는 철마, 끊어진 철도에 나는 언제나 가 볼수 있으려나. 2011. 6. 1
 
 
[2011년 6월 20일 20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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