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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경의 지구촌의이웃들

접속의 황금시대 세계와 “통”

 

이 시대에 접속이라는 단어만큼 친근해진 단어가 있을까. ‘접속’은 숨 쉬고 밥 먹는 것만큼이나 일상이 되어 버렸다. 휴대폰을 집에 두고 나왔다면 불안해진다. 문자라는 것은 또 얼마나 편리한가.
 
상대방이 식사중이거나 회의 중이거나 잠잘 때를 아랑곳하지 않고 손쉽게 조용히 즉각 내 뜻을 전달할 수 있다. 며칠간 인터넷이나 전화가 없는 곳에 가 있다는 것은 약간의 불안 상태를 의미할 수도 있다.
 
접속이 가능한 내 집으로 돌아올 때 느끼는 안도감이 있다. 스위트 홈이라는 장소는 이제 접속가능 장소를 일컫는지도 모른다. 고독 말고 누군가가 가까이 있다는 안도감 말이다.
 
인터넷은 내게 말없는 든든한 지기라고 볼 수 있다.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요리법을 몰라도, 비자를 신청하려해도 나는 당황하지 않고 조용한 나의 지기, 인터넷에게 묻는다. 알고 보면 그 만물박사도 포용력있는 전 세계인의 지식 나눔에 근거한다.
 
우리끼리나 내 또래끼리를 넘어서 지구인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위안을 준다. 이번 여름에 내 사랑스런 손자를 보러 가려면 인터넷에 접속하여 비행기표를 사고, 표를 인쇄하면 된다. 거기까지는 쉽다.
 
그러다 아차, 손자는 커 가는데 더듬거리는 나의 프랑스어가 문제되었다. 나의 든든한 만물박사 인터넷에 물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신선한 강미은 교수의 블로그를 찾았으며 무료 온라인 대학 강의 정보를 받았다.
 
가르쳐 준 대로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 사이트엘 들어가 보니 물리학, 화학, 심리학, 디자인 죽 내려가니 프랑스어 강의가 있다. 옳지, 유명 대학 중 하나인 카네기멜론 대학 온라인 강좌에 등록했다.
 
입학시험도 없고 흉볼 사람도 없고 나이도 묻지 않으니 매력만점이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정확한 발음을 따라하며 비디오 학습을 한다. 가다가다 전 세계에 흩어져있는 클라스메이트들과 소통도 하는 포럼 과정도 있어 당황스럽기도 하다.
 
젊은 카네기멜론 대학생들은 물론, 내 또래 은퇴자들, 의사, 변호사, 간호원 등 세계 구석구석의 각양각색의 학생들과 온라인으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실제 대화 훈련을 하게한다. 시험도 있다.
 
문제는 일일이 인사말을 글로 대화해야 하므로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이다. 듣고 말하기는 따라가겠는데 쓴다는 일은 또 다른 분야인 듯 그게 금방 따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내겐 좀 버겁다.
 
바야흐로 이 시대는 접속의 황금시대인 듯하다. 강미은 교수에 의하면 세계는 디지털 문명 제국에 진입했다. 미국 유수 대학의 온라인 강좌를 안방에서 무료로 듣고 세계적인 동식물 사전에 내가 발견한 자료를 올릴 수도 있고 위키피디아 백과 사전에도 참여할 수 있다.
 
좀 더 낳은 세상을 위한 아이디어 강의 TED talk도 있다. iTune university 에선 수천 개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고 하며 MIT 동영상 강의만도 2천개가 있다고 한다. 놀라운 사실은 그런 지식들이 매일매일 업데이트 된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디지털 문명 물결엔 함께하지 못하는 듯하다. 지식이 너무 방대하고 영어로 되어있기 때문이란다. 세계유수 대학과 기업이 지원하는 무료 전지구인 대상 지식 업그레이드 운동에 우리도 함께 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 천박한 인터넷과 비싼 유료정보제공에서 벗어나야한다.결코 일어날 것 같지 않았던 작금의 중동혁명도 어떤 측면에선 이 시대 젊은이들의 접속의 결과로 볼 수가 있다. 이런 접속의 시대에 북한이라고 예외일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지만 순간 암울한 기분이 나를 사로잡는다. 접속할 컴퓨터나 휴대폰이 부족할 뿐 아니라 통제되어 있으니 참 딱한 사회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2011년 5월 16일 19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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