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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경의 지구촌의이웃들

자연의 대재앙과 인간의 오만

 
 

그 날 이후
 
시장에서 해삼 한 봉지를 집어 들고 가다 걸음을 멈추었다. ‘아차,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능 섞인 물을 바다로 내보냈다던데’ 발길을 돌려 해삼 장수에게 물었더니 ‘이건 국산이에요’ 자신 있게 대답한다.
 
‘국산?’ 일본서 수입을 안했다는 이야기겠지 찜찜한 마음으로 집에 와 찜찜하게 다듬어 물로 씻고 또 씻어 상에 내 놓으니 무심한 남편이 맛있게 다 먹어버린다. 2011년 3월 11일, 그 날 이후 나의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지진과 쓰나미는 자연현상이라지만 원자력 사고는 인재에 가깝다는 것, 인간이 너무 오만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확인하고 자연에 대해 또 후세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갖게 된 것이다.
 
에너지를 싼값에 얻기 위해 너도 나도 원자력 발전소를 만들었으며 그 결과 오늘 날 싼값이 아니라 매우 비싼 값을 치루게 되었다. 엄청난 에너지 연료봉을 물에 식혀야 되는 것도 알게 되었으며 영화에서나 보던 진땀 흘리며 사투를 벌리는 장면들을 실제로 봤다.
 
목숨 건 일본 남자들이 원자로 안으로 들어갔다. 이런 무시무시한 원자력 발전소 시설이 세계에는 400여개, 우리나라에만 20기나 된다고 한다. 이번 일본의 원자력 방사선 재앙의 여파는 세계로 번지고있다.
 
독일에서는 원자력발전소 폐지 운동이 일어나고 있고, 서구의 여러 나라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한다. 그러나 재앙지의 바로 이웃인 우리나라에서는 어떤가. 우리 원자로는 다르다며, 바람은 저쪽으로만 분다며 당국은 국민들 안심시키기에 급급한 듯하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국민들이 원자력발전소 폐지에 대해 별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 후세 아이들이 ‘그 때 당신들은 무얼 했소? 왜 반대를 안했소?’ 하고 묻는다면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우리 정부는 2030년까지 우리나라 전체가 소비하는 에너지의 반을 원자력에 의존하도록 계획해 놓고 있고, 최근 외국에서 원자력 발전소 수주를 따냈다는 일을 자랑하고 있다.
 
런 모든 일들이 따지고 보면 안전불감증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내가 경험한 선진국 국민들은 안전에 관해선 완벽주의적 성향을 가졌다. 독일도 우리처럼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다.
 
그런데도 지혜롭게 핵발전소 폐지운동을 시작했다. 그 날 이후 진정 무엇이 중요한지 반성해보자. 2011. 4. 6.
 
[2011년 4월 11일 18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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