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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경의 지구촌의이웃들

시민의식과 국격

 

디그니티(dignity)
 
근래 프랑크프르트 공항에서 중국인 여행자들을 보고 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었으니 여행이 이래서 필요한가보다.
 
젊은 날의 나는 내 자신의 물리적인 태도나 인상에는 별로 구애받지 않았다. 그저 나 좋은 대로 아무렇게나 앉고 걷고 모르는 사람들을 보면 눈을 피하거나 무뚝뚝한 표정으로 지나쳤다.
 
이제사보니 이런 것들은 무지에서 나온 용기였으며 용감했었다는 건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줄 몰랐다는 고백이다. 프랑크프르트 공항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유난히 수가 많은 중국인 여행객들이 내 눈에 들어왔다. 아이가 딸린 중국인 가족들을 보니, 경제성장을 느낄 수 있어 대견하기도 했지만 한편 중국인 쓰나미 위력에 흠칫했다. 무엇보다 중국인과 독일인 그리고 한국인인 나를 비교해 볼기회를 갖게 되었다.
 
공항이라는 공공장소에서 날뛰는 황태자 아이들과 어정쩡한 젊은 중국인 부부는 영락없이 우리와 닮은꼴이다. ‘기 안 죽이기’로 키운 망아지 같은 아이들의 태도는 모두가 유쾌해야 할 공공장소를 짜증나게 만들며 급기야는 국가의 이미지까지 손상시킨다는 걸 느꼈다.
 
그들과 대조적으로 프랑크프르트 공항에서 본 독일인들은 서두르지 않는 점잖은 태도와 인상을 보임으로서 공항의 분위기가 품위 있도록 바로 잡는듯했다. 그들은 대체적으로 몸을 똑바로 가누고 걸었으며 되는대로 걷는 중국인들과 비교되었다. 이런 것들은 과거에는 절대로 내 눈에 들어오질 않았던 장면들이며 결국 중국인 여행자들 덕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고 보니 어느 지루한 행사에서 끝까지 조용히 앉아있던 외국 어느 나라 아이들이 생각난다. 웬만한 한국 어른들보다 더 참을성 있게 앉아있는걸 보고 그들 교육은 공공장소존중에 중점을 둔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반면 우리 교육은 인사하기나 어른공경에 중점을 두었던 듯하다. 또, 한 여름 부산유엔공원 추모행사에서였다. 가죽장갑에 겨울 복장을 한 채 흘러내리는 땀도 닦지 않고 동상처럼 서 있던 캐나다 군인들과 그 옆에 짧은 바지 차림에도 연신 땀을 닦고 더워 죽겠다는 태도로 취재하던 우리의 젊은 기자들은 대조적이다.
 
따져보면 우리는 학교나 사회 또 가정에서 점잖은 신사 숙녀 되기 교육을 따로 받아본 일이 별로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입시 이외엔 별 관심이 없다. 우리가 입시경쟁으로 진이 빠질 동안 저들은 신사 숙녀되기 나아가 공공장소존중 훈련을 많이 받은듯하다.
 
경의선 전철 안에서 아무렇게나 흐트러진 자세로 졸고 있는 군인들을 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군복을 입은 군인이 반듯하게 서 있으면 더 믿음직스러워 보일 것이다.
 
‘아침마당’에 젊은 경찰들이 경찰복 차림으로 출연해서 까르르 재롱을 떨며 웃기던 모습도 격에 맞지 않는 듯하다. 제복은 시민에게 안심을 하게하며 유쾌한 질서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민주주의는 자유를 수반한다.
 
그러나 품위를 지킨다고 자유를 방해하는 것은 아니다. 국립현충원에 군인 경비를 없앴다고 한다. 군인들이 지키고 있으면 왠지 요즘 분위기에 맞지 않아서란다. 뭔가 혼동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바티칸 문을 지키며 꼼짝없이 서있던 스위스 군인들은 품위 있게 말없이 공공질서를 잡아주고 있다. 이제 연평도 폭격 이후 군인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한다. 이미지가 실추된 경찰도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신뢰는 믿음직한 태도와 허둥대지 않는 걸음걸이 그리고 사려 깊은 눈빛과 말씨에서부터 나올 것이다. 유쾌한 공공분위기를 만들기 위하여 나부터도 엘리베이터에서 낯선 이들에게 미소띠는 연습을 해야겠다.
2011. 2. 1
 
[2011년 2월 18일 16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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