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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경의 지구촌의이웃들

國格과 욕

 
 
내가 국격에 대하여 관심과 안타까움이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은 외국생활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겠다. 이 땅을 떠나면 어딜 가든 비행기서부터 나는 곧 대한민국이다.
 
외국에 가면 다들 외교관이 된다고 하지 않는가 지난 가을 어느 날 나는 교토의 거리를 걷고 있었다. 일본에 사는 나의 여동생과 함께였다.
 
일본말에는 욕이 별로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기껏 바가야로 (바보) 정도란다. 불가리아어에도 욕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조정래씨가 쓴 ‘태백산맥’을 읽다보면 사투리도 사투리지만 욕이 난무해서 읽느라고 시간 좀 걸렸던 생각이 난다.
 
사투리나 욕을 글로 써 놓으면 장황해져서 외국어처럼 읽는 속도가 더뎌지기 마련이다. 표현들이 꽤나 적나나한 우리말의 욕들을 나름 분석해보건대 이는 무능한 화자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아닌가한다.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대결해 볼 능력 없이 일단 큰소리로 상대를 제압해보자는 소인들의 심정이리라.
 
욕이 발달한 우리를 생각해 보면 우리에겐 확실히 이성보다는 감정이 더 발달했음을 알 수 있다. 감정을 추스르고 냉정한 이성을 찾는 성숙함이 덜 발달해있다. 그래서 토론이 힘들고 민주주의가 무색해지는 것 같다. 대한민국 국회의 비성숙한 토론 분위기에 우린얼마나 실망하고 있는가.

우리에게 감정이 강한 예가 또 하나 있다. 울음의 美學을 보자. 남들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울부짖는 태도는 울음을 참고 부끄러워 숨기려는 서양 사람들의 그것과 대조가 된다. 독립심을 무엇보다 강조하는 그들에게 크게 소리 내어 운다는 것은 남에게 동정을 구걸한다고 생각하는듯하다.
 
한반도에서 우리는 울음을 너무 흔하게 목격하고 있다. 김일성이 죽었을 때 온 북한 국민들이 히스테릭하게 울부짖는 모습이 전 세계 방영되었고 나도 그 장면을 보았다. 한국인인 나도 놀랐는데 다른 지구인들 눈에는 어떻게 비쳐졌을까 과연 그런 땅에서 성숙한 민주주의가 가능할까 남북이산가족들이 엉엉 우는 모습은 그래도 이해할만하다.
 
얼마 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 예쁜 한국 여자수영선수의 엉엉 소리 내서 우는 장면은 차라리 카메라가비추어주지 말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함부로 큰소리로 울어도 귀엽게 봐 주는 문화에서 자란 선수와 우는 모습을 아무 생각 없이 방영하는 우리 기자들이나 똑같다.
 
우리에게는 자연스러울지 몰라도 전 세계로 나가는 티브이에서는 생각 없는 수치스런 장면의 노출로 비추어질 수 있다. 국격은 감정적인 것보다 좀 더 이성적인 상황에서 찾을 수가 있다. 남에게 비추어지는 내 모습이 기왕이면 품위 있게 비추어져야 선진국대열에 낄 수 있지 않을까?
 
우리기자들도 사진대상의 인권과 품위를 생각하는 아량을 지녔으면 좋겠다. 울음의 미학에서 웃음의 미학으로 시선을 돌릴 때가 되지 않았는가.
 
[2011년 1월 17일 15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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