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의 한 의류공장이 무너져 죽은 사람들만 1000명이 넘는다는 뉴스에 60년대 우리의 구로동 공장이 떠올랐다.
자원이라고는 값싼 노동력 밖에 없는 나라에서 효심 깊은 대한의 누나들이 공장에서 노동을 했다는 것, 휴가라고는 일 년에 며칠뿐이었다는 것, 그 덕에 오늘날 이만큼 큰소리 치고 살게 됐다는 것들에 생각이 미쳤다.
방글라데시 참화 이후 영국의 젊은이들이 나체로 시위를 벌였다.‘노동력 착취 옷(sweatshop clothing)을 입느니 차라리 나체로 살겠다’‘는 구호를 쓴 종이로 몸을 반쯤 가린 남녀 젊은이들이 시위를 했다.
inhabitat.com에서 그 뉴스를 보는데 무심한 한국의 어느 옷가게 선전 배너가 무차별 공격으로 그 기사를 덮어 버린다. 젊은이들의 신선한 움직임에 미안해하기는 커녕 돈만 벌면 된다는 한국의 황금만능주의가 무례하게 느껴진다.
어찌어찌 훑어 본 기사의 요지는, ‘윤리적 의생활‘(ethical clothing)에 대한 일깨움이다. 가난하고 소외된 생산자들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 취약한 생산자들의 삶이 지속적으로 나아지게 하려면 공평하고 지속적인 거래를 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거래(fair trade) 운동이 바야흐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수퍼마켓에서 커피나 차를 고를 때 ‘공정거래’(fair trade) 표시를 살펴야 하더니 바야흐로 옷을 고를 때도 윤리를 생각해야 할 때가 도래했다.
더 이상 ‘GAP에서 세일로 얼마나 싸게 이옷을 샀는가’에 흡족해 해야 할 일이 아닌 모양이다.한국에도 공정무역위원회가 있다고 한다. 영국의 공정무역상품 판매율은 40% 정도로 가장 잘 이루어지며 한국의 공정무역판매율은 선진국 무역대국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미약하다고 한다.
아직 우리나라 수퍼마켓엔 공정무역인증표시가 있는 상품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방글라데시 사고를 기해 한국에도 생각 있는 소비자들이 공정무역에 관심을 갖게 되길 바란다.
한국에서는 등산복이 양복보다 훨씬 더 매출이 높고 고급화되고 있다고 일전에 부산의 선배가 일러줬다. 나도 그 가게에서 몇 벌 산적이 있는데 이제 보니 그 옷이 바로 방글라데시 여성들의 목숨 건 노동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오늘도 북한산에 멋쟁이 등산가들이 줄을 잇는다. 이제 그들을 진짜 멋쟁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생각해 봐야겠다.
[2013년 5월27일 제42호 1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