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선거였다. 아니 정치였다. 내 88세 시어머님은 투표일을 손꼽아 기다리셨다. 경로당에서 회장이라는 여자가 근거 없이 박정희 대통령 욕을 하자 얌전하기로 소문난 분이 맞서 싸우셨을 정도로 박정희 팬이다.
날씨가 문제랴, 투표일 아침 아들 며느리 가을이까지 앞세워 진관 초등학교에서 투표를 하셨다. 그 시간에 나온 사람들 중 제일 연세가 높았다.
밤 12시까지 티브이 개표현황을 보시고 기분 좋게 자리에 드셨다. 이채널 저 채널 비교하며 밤이 이슥도록 노인 셋이 나눈 염려는 다음과 같다.
독신여성 대통령이라 의전도 간단하고 청와대 살림이 경제적일 듯하다. 자식이 없으니 자식으로 인한 왈가왈부가 없을 것이다. 선거공약으로 좀 과도한 약속을 해서 걱정된다. 약속을 지킨다고 했는데 과연 그 많은걸 어찌 해낼까.
며느리가 아침식탁에서 기어이 한 마디 꺼내고 말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얼마나 외로울까. 호주 여자 총리는 마음 기댈 동거남이 있다던데, 우리 사회에서는 거론조차 힘들 것이고 어제이후 더더욱 외로워질 대통령을 생각하니 걱정된다. 솔직히 그녀도 인간인데 어디다 대고 자유롭게 말할 상대가 필요할 것 아닌가.
노인 셋이 사는 우리 집의 유일한 공통된 오락은 티브이 뉴스 시청, 조선일보 샅샅이 훑기다. 90노인도 60 노인도 모두 뉴스에 몰두한다. 티브이조선의 뉴스쇼는 그중에서도 압권이다. 싱싱한 두 남녀앵커의 진행에 김지하씨도 만난다. 김지하씨의 등장에 마음 놓는 이유는과거 유신독재시절의 앙숙이 화해를 하고 모두가 잘 되는 나라를 위한 눈뜬 성숙함에 있다.
우리가 여자대통령을 맞이했다는것 실로 대견하지 않은가. 부산여성뉴스의 일관된 양성평등화 노력의 덕분이기도 할 것이다. 여성대통령 시대에 나의 소망 중하나는, 양성평등은 물론이고, 탈북자를 북한난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성숙함이다.
[2013년 1월 25일 제38호 1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