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행복 북카페’란 말을 들어본 일이 있는지.여성들은 집에서 육아와 살림만으로는 살 수 없다. 가끔은 동네 카페에 가서 책을 만나든 커피를 만나든 이웃을 만나든 그래야 행복할 것이다.
가을이와 늘 나다니는 산보길에서 동네북카페의 탄생을 지켜보게 되었다.
지난 날 부산 엘지메트로시티에 마을 도서관이 만들어질 때 참여하던 일이 떠오른다.
무시무시한 한국의 冬장군도 겁내지 않은 듯 년말정초도 아무 상관이 없다는 듯 지난 한 달 여 일꾼들은 아담한 오층 아파트건물의 비어있던 1층 로비를 다듬기 시작했다.
돌들을 자르고 벽돌을 쌓고 곡선으로 된 큰 유리창들을 달고 나무 바닥을 깔고 페인트칠 그리고 실내장식 등 나는 매일 관심을 갖고 주욱 지켜보았다.
나는 일부러 그리 지나갔다. 그리고 어느 날 아늑한 마을 카페가 탄생했다. 한국 사람들의 장점 중 하나가 한다면 하는 것이리라. 그것도 빨리.
오늘은 그 카페에 들려보았다. 젊은 미시아줌마들과 그 아이들이 주로 모이는 스트레스 푸는 장소일거라고 어렴풋한 생각으로 문을 열었다. 아, 그런데 생각만으로는 모른다. 커피 향기 포근한 북카페에 들어서자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책들을 둘러보니 희한하게도 환경관련 책이 많다. 기증받은 어린이 책 몇 질과 중고 베스트셀러들이 있을 거라는 내 예상은 빗나갔다. 2000원 하는 머그 커피 한 잔도 공정거래(Fair Trade)커피다. 엄마와 온 아이에게서는 분위기를 존중하는 매너가 보인다.
안내하는 젊은 여성이 말하길 아이들은 포근한 환경에 오면 절로 훌륭한 매너를 보인단다. 그 매력적인 여성은 나이든 나의방문에 많은 감사를 표했다. 제목은 ‘여성행복북카페’이지만 남성들도 많이 오며 할아버지들도 오신다고 한다. 여성이 행복해야 남성도 행복하다는 진리를 아는 분들이 틀림없다.
어머니들은 수줍어 그런가, 할머니끼리만 노인정에서 지내시는 연습을 많이 해 그런가, 북카페는 모른다고 한다. 그래 한번 경로당 초청을 해보라고 권했다. 이상하게도 이곳 경로당의 할아버지 방은 텅 비어있다. 경로당과 여성북카페가 만날 기회가 오길 기대하며 문을 나섰다.
나는 이 동네(은평뉴타운) 젊은 여성들을 달리 보게 되었다. 카페에서 차를 파는 봉사자인 이 여성들은 내가 생각하듯 같은 세대끼리만 소통하는 여성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진정 다음 세대를 염려하고 환경을 생각하고 있었다. 종이컵도 안 쓰고 커피 찌꺼기는 버리지 않고 활용한다. 오히려 나이든 우리가 세대차 세대차 하며 그들을 피해왔음을 알수 있었다.
우린 주로 육십대끼리만 다니지 않는가? 젊은이들도 당연 그럴 거라고 지레 짐작을 하지 않았나? 가까운 동네 젊은이들과 지내는 것도 꽤 괜찮은 일이 아닐까? 멀리 대형마트 대신 잔잔한 동네 가게 이용하듯 말이다. 그래서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다면 다음세대를 위해 작지만 뭔가 나은 일을 한 셈이 되지 않을까?
【2012년 3월 19일 제29호 1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