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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경의 지구촌의이웃들

학교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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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에서 방영된 ABU(아시아태평양 방송협회)가 제작한 다큐‘학교 가는 길’은 이웃 아시아 어린이들의 녹록찮은 등교모습을 보여준다.
 
첫 번째 이야기는 중국 선전市에 사는 아이들이 홍콩에 있는 유치원에 다니는 이야기다. 삼면이 바다이고 위로는 휴전선에 꽉 막힌 우리로서는 아이들이 국경너머로 등교를 한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
 
지리적으로 붙어있는 스위스와 프랑스를 생각해본다. 집값과 생활비가 비교적 싼 스위스국경 바로 너머 프랑스에서 월급이 많은 스위스로 출퇴근 하는 사람들은 많이 보았지만 꼬마들
이 국경 넘어 등교하는 것은 보질 못했다. 국적 있는 교육의 중요성때문일까?
 
텔레비전 화면에 보이는 중국인 젊은 부모는 4살짜리 아이를 아침 6시에 깨워 물수건으로 대강 얼굴을 닦고는 겨우 먹여서 통학버스에 태운다. 버스에는 아직 잠이 덜 깨서 조는 아이도 있다. 중국과 홍콩 사이의 출입경에는 긴 줄을 서서 출국심사를 거친 후에 또 버스를 타고 홍콩 유치원엘 간다.
 
학교가 끝나면 아침에 왔던 길을 다시 거꾸로 한 참을 가야 다시 부모와 얼굴을 맞댈 수 있다. 이 꼬마들은 하루 5시간을 등하교 하느라 길에서 보낸다. 토니는 주중엔 홍콩초등학교에 다니지만 토요일에도 홍콩 수학학원엘 다니고 중국본토 집에 돌아와서는 원어민 영어학원엘 다닌다.
 
극성 중국인 부모들이 그 다음날 일요일이라고 토니를 그냥 놔둘까? 아니다, 일요일엔 중국본토의 댄스학원엘 보낸다. 어린 토니는 우리 생각과는 달리 그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듯 보인다. 커서하버드에 갈 거라는 꿈이 있다. 아이의 고생과는 관계없이 부모는 홍콩교육이 낫다고 역설한다.
 
이 아이들은 대개 중국여인들이 홍콩원정출산으로 낳은 아이들이며 그 수가 2만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어느 학부모들이 인터뷰에서 말하길 본토학교에선 선생님 선물을 늘 챙겨야하는 스트레스가 많지만 홍콩학교에선 그런 스트레스가 없어 좋다는 것이다. 중국과 우리는 너무도 많이 닮아있음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이야기는 너무 깊은 산속이라 전쟁도 피해 갔을 것 같은 베트남 북서부 밧삿이란 奧地의 레드다오족 아이들의 모습이다. 화면은 시청자를 100년 전으로 끌고 가는 듯 보인다. 놀랍지만 지금내가 사는 지구 한 쪽 구석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아침에 예쁜 어린 자매가 부모에게 작별인사를 한다. 책가방과 쌀 채소 등 먹을 것이 든 10kg 정도의 보따리까지 메고는 머나 먼 등교 길에 나선다.이제 학교라는 곳이 꼭 가야하는 곳임을 인정한 부모들은 무거운 작별의 아침을 맞았다.
 
‘동생 잘 돌보고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잘해야 한다. 3개월 있다 보자’ 전기도 없고 통신시설도 없는 奧地 학교의 갸륵한 한 여선생이 부모들을 일일이 찾아가 자녀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한 결과다. 학교 가는 길은 녹록치 않다.
 
소녀들은 플라스틱 슬리퍼를 질질 끌고 무거운 짐을 지고 험한 산을 넘고 물을 건넌다. 별로 힘들어 하는 것 같지 않다.미래에 대한 희망 때문일까 집에 있는 것보다 나아서 그럴까 학교 가는 길 중간 기착지에 서 어린 소녀들은 초록 잎사귀에 옹달샘 물을 떠 마시며 잠시 쉰다.
 
즐겁기만 하고 힘든 기색이 안 보인다. 3시간 여 만에 등교한 학교에선 젊고 심지 깊어 보이는 여선생님 한분이 애들을 반긴다. 학교엔 교실도 하나고 거기에서 함께 먹고 잠도 다 같이 잔다. 이 학교에서 아이들은 3달 혹은 6달가량 머문다. 천재지변으로 물이라도 불어나면 맘대로 집에 갈 수도 없을 것이다.
 
컴퓨터는커녕 책이나 다른 정보가 있을 리 없는 오지에서 사는 레드다오족 부모에게서 나는 과거 한국인 부모들의 열의가 겹쳐졌다. 개천서 용 난다는 시절에 소 팔아 도시로 유학 보내던 리네 부모님들. 레드다오족 부모들도 개천에서 용 나기를 바라면서 딸들을 학교에 보내기에 이르렀다.
 
이제 등교하면 세 달이나 볼 수 없는 산너머 먼 곳에 있는 학교에 7살, 10살짜리 딸들을 보내는 것이다. 남편은 우리나라 경우에 비추어 봐서 이런 아이들이 커서 성공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오늘 날은 인터넷을 통한 지식공유의 시대다. 전기도 안 들어오는 곳의 교육과 컴퓨터를 이용하는 도시 아이들의 격차는 매우 클 것이다. 개천서 용나던 시절과는 격차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다.
 
정보공유의 기회를 일단은 주어야 개천서 용이 날 것이 아닐까? 그저 밤샘노력만 한다고 엄청난 차이를 따라 잡을 수 있을까? 구글에서 달탐험 대회를 열었다고 한다. 누구나 달에 가서 일정한 양의 사진을 찍어 보내면 몇 백만 달러의 상금이 주어진다고 한다. 이런 시대에 전기 통신 없는 곳에서 이들을 언제 따라 잡겠는가?
 
이 다큐가 세상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나아가 유니세프나 사회공헌기업들이 나서면 좋을 듯하다. 힐링캠프를 가고자 하는 시간 많은 은퇴자들이 오히려 이런 오지를 방문할 수 있다면 본인에게도 더 없는 힐링이되고, 오지의 아이들에게도 뭔가 도움이 되는 일석이조의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2016년 2월 26일 제73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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