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이면 전쟁이다. “일어나세요, 약 드시고 로션 바르세요,기저귀차고 옷 입으세요”
식사를 미처 끝내기도 전에 전화가 온다. “버스 왔습니다. 내려오세요” 코트 입고, 모자 쓰고, 장갑 끼고, 신 신고, 열쇄 걸고, 지팡이들고, 칠십 아들이 유치원 보내듯 구십 치매 엄마와 함께 문을 나선다.
무표정 노인들이 가득 찬 통원버스의 안내인이 방긋 웃으며 맞는다. 칠십아들은 구십엄마가 버스를 탈 때까지 안심을 못한다.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인덕원 데이케어센터(주간보호센터)는 북한산을 바라보며, 조용하고 밝아서 노인에게 인기 있는 곳이다.
주간보호센터에 가시는 것이 처음에는 별로 내키지 않으신 모양이었지만 다니신지 1년이 넘은 이제는 거기 가시는 걸 좋아하신다. 집에 돌아와서는 ‘재미있게 놀다왔습니다’ 고 하실 정도가 되었다.즐거운 마음으로 지내셔서 그런지 요즈음엔 식사도 잘 하시고 나날이 더 건강해지시는 듯하다.
어느 듯 칠십을 바라보는 내 나이에 새삼 아침 전쟁을 치루고 있는 걸 보면 백세시대엔 나는 아직 젊은가 보다. 이런 변화를 받아드리는데 모두가 혼란을 겪고 있지 않을까 싶다. 이 혼란은 사회적 가치관의 혼란이고 상당히 오래 갈 것 같기도 하다. 내 남편인 칠십아들은 구십어머니를 요양원에 맡기기 싫어한다.
며느리인 나는 시어머니가 요양원에 들어가시는 걸 찬성하는 편이지만 남편과 나는 절충해서 주간보호센터 등원 쪽을 택했다. 위생 문제 등 상태가 더 심각해지면 요양원 입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제 주간보호센터, 요양원, 치매센터, 건강보험공단 용어에 익숙해졌다. 인덕원 주간보호센터에 자리가 없어 대기하는 동안 한때는 요양사가 집에 와서 목욕도 시켜주고 산보도 시켜줬다. 건강보험공단 도움으로 휠체어나 보행기 등을 빌리거나 싸게 구입하기도 한다.
주간보호센터에서는 점심 저녁 간식도 제공하며 머리도 깎아 주고 노인들은 하루 종일 온갖 프로그램으로 심심치 않게 시간을 보낸다. 이 모든 것에 국가가 큰 부담을 한다니 고맙기 그지없다.
한편, 이러한 혜택이 일시적이 아니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길 바라면서 그리스 같은 예를 보곤 나라의 재정능력이 걱정이 되기도한다. 작금의 복지 경쟁을 하는 우리 정치 현실이 걱정스럽기도 하다.
뉴스에 보니 네델란드 휴마니타스라는 기관에서는 노인요양원 가까이 돈 없는 젊은이들을 공짜로 살게 해주고 대신 한 달에 30시간 노인과 대화하는 봉사를 하도록 한단다. 젊은이도 좋고 노인들도 좋고, 윈윈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인건비가 비싸고 젊은이가 힘든 이 나라에도 이런 아이디어를 도입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2016년 1월25일 제72호 1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