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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이야기

내일을 꿈꾸는 젊음의 또 다른 열기

골목이야기<17> 서면 고시골목
 
 
번화가 소음을 중화시키는 무뚝뚝한 공기의 서면 고시골목
공직 도전하는 피곤한 고시생·수험생·시골유학생 작은 삶터
 
 
 

 
#부산의 노량진, 서면 고시골목
늘봄거리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은 서면 고시골목, 큼지막한 학원 간판들과 회색 전봇대에 의지한 전깃줄들이 얼기설기 엉기어있고 드문드문 사람들이 걸어다닌다.
 
바로 옆은 젊음의 거리에는 갖가지 화려한 이벤트와 요란한 소음이 한창이건만 이곳은 서면 일번가의 모든 소음을 중화시키듯 무심하고도 무뚝뚝한 공기가 흐르는 듯하다.
 
그러나 천천히 거리를 걷다보면 푸른 미래를 위해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고있는 젊은이들이 소리없는 열정이 넘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해질 즈음, 저녁시간 식사와 함께 담배 연기를 길게 한숨 빼내고있는 사람들로 조용하던 거리가 잠시 활기를 띠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학원으로 종종걸음을 치며 ‘열공모드’로 돌입하고, 거리는 다시 조용해진다.
 
고등 고시라는 좁은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인 만큼 시간이 금이리라. 바로 다음 달이면 시험일정이 공표된단다. 평생직장이라는 말이 무색해졌고, 대기업 사원보다 공무원이 더 좋은 신랑감으로 꼽힌다는 요즘이다.
 
최근 발표된 사회복지공무원 대거 증원, 연령상한제도 폐지, 고졸자 증원채용 등의 소식이 들리더니 고시골목에는 더 많은 인파가 몰리고 있다. 그래서인지 아직 앳되어 보이는 학생부터 어림잡아 30대 초중반의 얼굴들까지 볼 수 있다.
 
이에 학원들도 홍보와 학생 관리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년마다 높은 합격률을 자랑하는 J경찰공무원학원은 수준별 학습반 배정, 지문인식기를 활용한 출결 관리 등 수험생 관리 프로그램은 물론 파격적인 장학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행정직, 세무직, 경찰직, 소방직, 교정직 등 다양한 직렬의 고시 학원들이 모두의 합격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응시자들을 돕고 있었다. 한 경찰학원 앞에서 만난 여대생 이양(26세)은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경찰공무원을 준비하고 있었다.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이따금 불안해지기도 하지만, 인문사회 공부도 재미있고 언젠가 멋진 제복을 입고 시민을 위해 공무를 수행할 제 모습을 생각하며 하루하루 힘내고 있습니다. 시험공부도 중요하지만 수도권이 아닌 이상 지원 지역에 따라 경쟁률의 편차가 크기 때문에 지원 지역 선택도 중요해요. 그래서 저희들은 복불복이라고 말하기도 해요"라며 웃으며 다부진 모습을 보였다.
 
 
#고시원 life

몇해전부터는 고시골목을 중심으로 고시원이 줄기를 치듯 속속 생겨나기 시작했다. 고시원은 저렴하게 주거를 해결할 수 있고, 면학 분위기에서 학업에 집중할 수 있다.
 
이제는 고시생뿐 아니라 도심에서 거주하는 회사원, 외국에서 잠시 입국한 사람, 사업차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방학을 이용해 각종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상경한 사람, 공장근로자 등 다양한 사람들도 이용하는 주거시설이 되어 가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국민 100명 중1명이 고시원 또는 원룸텔에서 생활한다고. 또 요즘은 일일이 돌아다니지 않고도 온라인 검색만으로도 충분히 시설과 가격등을 알 수 있다.
 
방도 잠만 겨우 잘 수 있다는 저렴한 17만원에서부터 세련된 원룸 부럽지 않은 40만원(식비포함)을 훌쩍 넘는 방까지 다양하다. 특히 서면 호원고시원은 고시생들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하다.
 
주인아주머니는 마치 친자식 고시뒷바라지하듯 언제나 조용하고 쾌적한 환경을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고, 매일 7가지 잡곡밥을 제공하기 때문에 방이 없어 대기를 해야 입소할 수 있을 정도라고.
 
밖은 연말을 맞아 구세군의 종소리가 한창이고, 매스컴에서는 제 2의 지구가 발견되었다고 소란스럽지만 오늘도 서면고시촌에서 고독한 자신과의 싸움을 치르는 수험생들에게 건투를 빈다.
 
백가영 기자
[2011년 12월 19일 26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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