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첫 주식회사… 환경개선사업으로 새롭게 변모
다양한 상가조직구성 공동운영체 서비스질로 향상
다양한 상가조직구성 공동운영체 서비스질로 향상
“싸게 살라카믄 (아침)대여섯시쯤 오이소. 도매로 물건 떼가는 사람들 트럭채로 싣고 나간 다음에 오면 슬슬 문 닫을 채비를 하는 가게에서 좀 더 싸게 구매할수도 있는기라.
그리고 (새벽)두 세 시에 문을 열지만 준비안 된 곳도 많아 썰렁하이끼네 그 시간이 딱 좋소.” 새벽시장을 가기 전 귀동냥을 하기위해 주변에 물으니 시장생리를 잘 아는 어떤 이가 귀띔한다.
모두가 한잠 들어있는 새벽녘, 남보다 이른 하루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이는 평생을 이곳 시장바닥에서 수 십년 터 닦아 자식들을 먹이고 가르쳤고, 어떤 이는 뒤늦게 장사를 시작했지만 탁월한 운영노하우로 단기간 짭짤하게 재미를 본 사람도 있다.
상점 모퉁이 한 평 남짓한 작은 분식집이지만 10여가지 메뉴를 입맛대로 즉석에서 만들어내 타고난 손맛과 인심으로 단골을 확보하고 있는 여사장 모녀도 번듯한 외식업체 사장이 부럽지 않다.
지역마다 새벽시장이야 많고도 다양하지만 추석대목을 앞두고 이곳만큼 분주하고 활기찬 곳이 또 있을까. 새벽시장 중에서도 부자상인이 가장 많다는 사상구 감전동 부산새벽시장(대표이사 이효순).
주식회사라는 공식명칭답게 상인연합회가 상가 공동번영과 발전을 위해 슬기롭게 조합을 운영해나가는 모범 공동체를 찾았다.
서부산권 대표 농수축산물 도매시장
지난 1982년 개설이래 28년여간 서부산권 대표 농수축산물 도매시장으로 명성을 굳혀온 부산새벽시장은 대지 1만2천590㎡ 에 311개 점포 950여 상인이 함께 번영을 꿈꾸는 곳이다.
주식회사 부산새벽시장은 이사회와 상인회, 경로회, 청년회, 부녀회, 산악회, 축구부,탁구부에 이르기까지 활발한 상인조직활동과 상인대학을 운영하는 독특한 조직구성이 특징인 곳이다.
2년 전부터 공동마케팅의 일환으로 발행해오고 있는 시장쇼핑가이드북도 여느 재래시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홍보방안의 하나. 고객유치와 거래처 확보에 도움을 준다는 이효순 대표이사(상인회 회장)는
“고객이 만족하고 상인들에게는 행복한 삶의 터전이 될 수 있도록 깨끗한 환경, 편리한쇼핑, 친절한 서비스, 우수한 품질,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전체가 번창하여 지역경제의 중심이 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시장종합 운영 목표”라고 말한다.
앞으로 부산새벽시장만의 차별화된 브랜드와 전략으로 유통시장의 무한경쟁시대를 헤쳐나갈 계획이라는 이효순 대표이사는 상인회의 구심점이 되어 부산새벽시장을 일으켜온 당사자답게 확실한 경영마인드를 갖고있다.
사실 부산새벽시장은 지난 82년 부산시정책에 따라 부전시장과 충무동 새벽시장 상인들이 옮겨오면서 형성된 시장.
당시만 해도 부산권을 대표하는 중심시장 역할을 담당했지만 인근 엄궁동에 농산물 도매시장이 신설되면서 많은 상인들이 엄궁동 농산물 도매시장으로 이주했고 그때부터 이곳 새벽시장은 무허가 시장으로 전락하기에 이르렀다.
환경개선사업 대대적 추진 새롭게 도약
이렇게 위축되어가는 새벽시장을 다시 살리기 위해 2004년 지금의 이효순 대표이사 체제하에 상인들이 똘똘 뭉쳐 자구책을 강구했고, 시설현대화사업과 경영현대화사업 등 환경개선사업을 서둘러 진행하면서 다시금 옛 명성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현재의 말끔한 시장전경은 5년여 사업기간을 거쳐 화장실, 전기고압선 증설, 시장옥상 130여 채 가건물 철거 정리, 주차장 및 사무실을 신·개축하기에 이르렀고, 시장안팎의 천막철거와 아케이드 설치 등 엘리베이터 설치에 이르기까지 대대적 환경개선 사업으로 그야말로 새롭게 태어났다.
부산권 농수축산물 도매시장의 메카를 꿈꾸며 새로운 도약을 시작한 부산새벽시장은 외형적 변화못지 않게 상인교육을 통한 상품과 서비스 기법의 개발도 시장경쟁력 강화에 일조했다.
부산새벽시장 인접한 도로를 지나다니며 도로변에 줄지어 들어선 상가와 바구니 채담아 파는 소매상들에게서 어쩌다 사게되는 과일이 조금 비싸다는 인식을 버리지 못했지만, 시장안쪽 도매상점 안으로 들어서니 밖의 상가와 가격차가 크다.
평생 달을 벗하며 살아온 이곳 상인들은 지금처럼 휘영청 달이 밝은 날은 덩달아 기분도 차오른다. 대목을 앞둔 7일 새벽 여느때보다 새벽시장을 일찍 열었다. 부지런한 상점은 저녁나절부터 줄곧 영업개시에 들어갔고 새벽 2시가 가까워오자 새벽시장 상점마다 대롱대롱 매달린 전구에 하나둘 불빛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새벽 3시. 본격적으로 분주해지기 시작한 부산새벽시장엔 한가위 대목장을 보기위해 찾은 도·소매인들로 분주하다. 평소엔 도매로 물건을 해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대목장만큼은 일반 손님의 발길도 잦다.
평소에도 이렇게 번잡하냐는 물음에 대목이니까 그렇지, 그렇게 복잡한 편은 아니란다. 부산시내 전역과 김해일원으로 실려나갈 과일상자들 싣기에 여념없는 과일가게 안주인은 이른 추석에다 올해 유독 비가 많이 와서 과일단맛이 덜해 예전만큼 재미를 못보고 있다고 말한다.
이맘때 즈음이면 주문도 거의 끝나갈 시점인데 찾는 손님이 별로 없어 대목기간 만큼이라도 24시간 영업에 매달려야 할 판이라고 푸념이다. 길게 줄지어 들어선 2개의 대형 터널형태의 부산새벽시장은 양쪽으로 번호가 매겨진 상점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이름도 제각각, 취급하는 품목도 다양하지만 저마다 특색있고 인기있는 품목들이 있다. 농산물이 주 품목이지만 수산물, 축산물, 양념류와 잡화 건어물에 이르기까지 발품만 부지런하게 팔면 값싸게 살 수 있는 품목들이 지천이다.
계절별 시기별 산지선택 달리해
인근 엄궁동에 비해 산지의 싱싱함과 저렴한 가격, 계절별 시기별 산지선택을 잘해 맛에서도 단연 앞서간다니 알만한 도매상들은 이곳 새벽시장만 즐겨찾는 이유이겠다.
시장의 브랜드를 걸고 취급하는 만큼 실제 취급상품의 품질향상을 위해 품목별 산지선택도 신중하게 한다는 이효순 대표이사는 한번 오고 말 시장이 아니라 고정거래처를 꾸준히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얄팍한 상술은 통하지 않는 시장체계를 잡아나가 겠다고 말한다.
짐수레나 오토바이, 캐리어 없이는 물건을 사들고 넓은 시장을 휘젓고 다니기는 어려운 일. 유독 짐꾼들이 붐비는 이곳 시장엔 사람 반, 수레 반이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장소까지 무거운 짐을 운반해주는 서비스까지 겸하다보니 일손이 부족한 요즘 같은 때는 주차장까지 재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노역꾼 중에는 젊은 청년도 있고 젊은아지매도 있다. 고공행진 하는 물가 때문에 필요한 만큼대형 유통매장에서 입맛대로 조금씩 소포장된 물건을 사다먹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한쪽에서 재래시장 이용을 목청껏 부르짖고 온갖 마케팅을 다 구사하지만 예전만큼 경기가 좋지 않다니, 안타까울 뿐이다.
오전 6시 30분. 시장 아케이드 사이로 환한 빛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이윽고 아침이다. 하나둘 물건을 싣고 떠나는 트럭들 사이로 이른 아침 등산을 마친 어른들이 배낭을 맨 채 시장구경에 한창이다.
어둠을 벗하며 새벽을 함께 밝혀온 시장상인들도 하나둘 주변정리에 여념이 없다. 한바탕 트럭이 왕왕 지나간 자리에 청소차량이 들어서면 이곳 시장상인들의 일과도 서서히 마무리를 짓는다.
밤새 영업에 출출해진 좌판 상인도 따뜻한 물국수로 해장한다. 일과를 마무리하고 시장바닥에 질펀하게 눌러앉아 삼삼오오 훌훌 국수를 말아먹는 이들의 모습이 정겹다. 밤과 낮, 시간을 바꾸어 사는 삶이지만 신명나는 일터가 있기에 이들은 행복하다.
유순희 편집국장
[2011년 9월 16일 1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