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이야기<1> 대연동 문화골목
가을이 내려 앉았다.
사시사철 푸른 사철나무가 계절을 잊게 하지만 분명 그곳 작은 공간 공간마다에도 이전 보다 훨씬 풍요로운 가을이 꽉 차 있었다.
지나는 바람결에도 뎅그랑 종소리가 울릴 것 같은 긴 종탑 발치 아래 돌샘에선 여전히 단풍빛깔의 붕어가 노닐고 있었다.
오래된 쌀집,‘ 경남상회’가 길모퉁이에 이정표처럼 붙어 있는 담자락 옆으로 어른 서너명이 함께 나란히 걸어 들어가도 될만한 작은 골목이 있다.
사시사철 푸른 사철나무가 계절을 잊게 하지만 분명 그곳 작은 공간 공간마다에도 이전 보다 훨씬 풍요로운 가을이 꽉 차 있었다.
지나는 바람결에도 뎅그랑 종소리가 울릴 것 같은 긴 종탑 발치 아래 돌샘에선 여전히 단풍빛깔의 붕어가 노닐고 있었다.
오래된 쌀집,‘ 경남상회’가 길모퉁이에 이정표처럼 붙어 있는 담자락 옆으로 어른 서너명이 함께 나란히 걸어 들어가도 될만한 작은 골목이 있다.
이름하여 문화골목 (대장 최윤식·사진).
커뮤니티 중심 도시 재설계
이곳 문화골목은 자칭 골목대장 최윤식씨가 이곳 991.74㎡(300여평)의 면적에 들어선 오래된 주택 5채를 사들여 개조한 이색 문화 공간이다.
허물고 파뒤집어 완전히 새로 지은 건축물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공간을 구조변경, 재활용해 만든 집들이 오밀조밀 이색적으로 꾸며져 있는 곳이다.
오래된 골동품과 이색 소품으로 공간을 꾸며 구석구석 건축가의 예술적 감각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건축가라면 한번쯤 자신이 꿈꿔 온 건축물을 지어보는 게 소원일 터. 그런 꿈을 일찌감치? 이룬 최대장은 자신의 꿈에 과감한 투자했다.
아직 낯설어하고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지라도 종내는 이곳이 그리워 꾸역꾸역 물려올 그들을 기대하며 조금씩 공간을 넓혀갈 야무진 꿈을 덧세우고 있다.
고급 고층 브랜드 아파트가 하나씩 도시공간을 차지하고 들어설 때마다 이상하게도 문화골목은 애틋한 정겨움이 한줌씩 더 쌓이는 곳이다. 사방으로 소통하는 문을 터, 커뮤니티가 단절된 도시민들에게 ‘소통하라’ 말없이 일러주는 곳, 우리가 잃어버린 향수와 문화가 살아있어 더 그리운 곳이다.
“1년 반전 이곳에 문을 열었을 때만해도 거의 아는 사람들 중심이었는데 이제 서서히 모르는 사람들로 교체되어가는 걸 보면서 새로운 희망을 느끼게 됩니다.”
최대장은“ 평일 낮엔 여전히 한적 하지만 주말이나 휴일이면 소극장 공연이나 차를 마시기 위해 또는 공간 탐색 차 찾는 사람들로 북적거려 점점 생동감 있는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문화골목은 이름뿐인 문화골목이 아니다. 그야말로 골목 자체가 문화인 곳이다.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작은 소극장‘ 용천지랄소극장’에서는 지역의 풀뿌리 공연문화 활성화를 위해 애쓰는 극단과 배우가 혼연일치돼 매번 새로운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기획초대전이 끊임없이 열리는 햇살 가득한 갤러리‘ 석류원’이 있다.
막걸리와 파전 비빔밥과 간단한 식사를 겸할 수 있는 주점‘ 고방’과 함께 커피와 와인을 즐길 수있는 고풍스런‘ 다반’도 있다. 얼마전까지 운영되던 비즈니스공간, 중국풍의 ‘색계’를 비롯 오래된 풍금과 전축, 악기와 소품들로 가득찬 노래방‘ 풍금’과 라이브 음악과 맥주를 즐길 수 있는 ‘노가다’ 공간도 있다. 스크린도 준비돼 있어 마음 내키면 오래된 추억의 명화도 감상할 수 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
골목 맞은편 요즘 취향의 젊은 문화인들을 위해 파스타와 볶음밥류의 음식도 즐길 수 있는 외식공간도 있어 그야말로 과거와 현대의 문화가 공존하는 골목이기도 하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건물내부로 끌어들인 그린설계에 초점을 맞춘 것이나, 누구나 주인의 허락없이 정원을 노닐고, 다락같은 2층 층계를 오르내리며 숨바꼭질하듯 아기자기한 공간을 탐색 할 여유도 넉넉히 허락하는 문화골목은 이처럼 마음껏 들락날락해도 입장료가 없는 것이 매력이기도하다.
이곳에 1년여전 문화골목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사람들은 세트장같은 아기자기한 공간에 놀랐다. 사치스런 네온에 고급 대리석으로 모양을 낸 화려한 건축물도 아니고, 낡은 듯 빛바랜 고철 골동품이 그냥 적당히 주변과 어우러져 있어야할 곳에 있어준 것뿐인데, 골목에 들어선 사람들은 탄성을 내질렀다.
사실 이곳 문화골목은 2008년 부산다운 건축상 대상을 수상한 건축물이다. 비록 자본을 많이 투자한, 2009 건축상 대상을 받은 신세계 센텀점처럼 유명세를 탄 건축물도, 외국의 유명 건축인이 설계한 이름값을 결코 지불한 일이 없는 건축물이지만 이례적으로 에코의 정신을 높이사 획기적인 평가를 받은 건 축물이기도 하다.
환경친화적 건축물
최대장은“ 형식보다 콘텐츠에 의미를 두고환경친화적인 마인드와 커뮤니티중심의 공간을 높이 평가한 듯하다”고 말한다. 서울의 몇몇 문화의 거리와 자연발생적 이색골목과 견주어 그 규모면에서는 견줄 수 없지만 지역적 특색을 살려 공간에 문화의 향기를 불어넣는 시도만큼은 높이 사야 마땅할 터. 간혹 “건축물 구조가 너무 일본풍이 아니냐”는 물음에 그는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사회적 환경이니 당연하다고 말한다.
예전의 집 구조나 재료자체로 건물을 단순화 시키다보니 작고 오밀조밀한 모습에서 일본식 느낌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그게 한때 우리가 살던 공간의 모습이라는 것. 덧붙여 그는“ 파 뒤집음으로써 없어져가는 것들을 막고 싶었다”고. 그는“ 아픈 기억도 추억이고 삶의 일부”라며 그나마 자신이 가질 수 있는 공간만큼이라도 전통의 맥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한다.
“점점 더 편리함만 추구하다보면 도시가 아파트화 되고 삭막해 지지지 않겠냐”는 최대장. 우리나라의 경우 사찰이나 박물관 외에는 딱히 볼게 없는 건축물을 보면서 관광과 문화를 함께 향유할 수 있는 대중 친화공간이 필요하다고 늘 생각해왔다고.
그렇게 탄생한 문화골목이 아직은 지방도시가 받아들이기엔 여전히 낯설고 신기할 만큼 이른 감도 있지만 앞서가는 그의 도시재창조 마인드는 벌써부터 관심있는 여러 기관 단체로부터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동안 벌어놓은 돈에 빚까지 얻어 뜻있는 문화공간을 열었지만 아직은 끊임없는 투자와 재원을 필요로 한다. 문화골목 고유의 색깔이 흐려지지 않게 하기 위해 어렵지만 대부분 직영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주점‘ 고방’과 갤러리‘ 석류원’을 제외하곤 모두가 직영이다.
최대장은 과욕을 부리지 않는다. 여느 부동산 업자처럼 본전?을 거두기 위해 수단을 부리지도 않는다. 그냥 기다린다. 향수와 문화에 목마른 그들이 꽉꽉 자리를 채워줄 때까지.
사람의 향기 문화의 향기 그윽
매스컴을 타고 웬만큼 알려졌지만 수익은 어떨까. 비록 이 덩치 큰 건물을 관리하고 직원을 두고 운영하는데 적잖은 비용이 들지만 아직 수익은 기대할 수 없단다.
최대장은 올해 서울이나 외지 관광객들을 유치해볼 작정이었지만 신종플루의 영향으로 뜻을 접었다.
당초 큰 수익이 목적이 아니었던 것처럼 지속가능한 발길이 문턱을 넘나들 수 있을 만큼 언젠가 마이너스운영만 되지 않는 때가 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1년이 지나면서 서서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던 공간에 대한 시행착오를 줄여나가며 이용하는 사람들이 더 편리하도록 건물을 수정하고 보완하는데 당분간 주력할 작정이다.
“언젠가 이곳 운영이 안정되고 나면 서둘러 서울로 진출해 볼 생각”이라는 최대장은 서울 문화계를 휘저어 놓을 날이 오길 벼르고 있다.
“문화골목은 그의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지역에서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골목문화가 정말 소중하구나 하는 것을 인식 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 것만으로도 내가 할 일은 다했다고 생각한다”는 최윤식 골목대장. 문화골목의 참 의미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사람들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다는 그는 다음 꿈을 내비쳤다. 교육, 쉼터, 복합 문화 공간을 갖춘 이제껏 보지 못한 연수원 다운 연수원을 한번 멋지게 만들어 보고 싶다고..
유순희 편집국장
[2009년 11월 23일 창간호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