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목이야기 - 해운대 우2동 벽화마을
낡은 담벼락을 조화롭게 채운 우2동 행복마을 벽화이야기
고층아파트가 즐비한 도심 속, 낡고 허름한 재개발지역 동네가 아름다운 그림으로 장식되면서 따뜻한 풍경을 만들어낸 골목이 있다. 해운대구 우2동, 장산으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만날 수 있는 마을. 우2동 벽화봉사단과 거리미술동호회가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약 40여 폭의 그림을 이곳 낡은 벽에 일일이 채우면서 골목이 화려하게 변신했다.
12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추진위원회는 시의 거리, 음악의 거리, 문학의 거리, 역사의거리, 미래의 거리 등 다양한 테마를 정해 스토리가 있는 아름다운 벽화를 꾸몄다. 때문에 이제 이곳 썰렁하는 길목은 장산으로 오르던 가벼운 발걸음을 재촉함은 물론 낡은 벽을 끼고 살던 주민들에게 삶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도로 건너편으로 높은 건물이 들어선 화려한 센텀도시와 상대적으로 비교되었던 이곳 골목은 벽화사업으로 한층 분위기가 다채로운 명물거리가 됐다.
화려한 야경의 센텀시티가 현대문명의 발전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곳이라면, 이곳은 도심에서 보기드문 친자연적이고 인간미가 풀풀나는 정겨운 마을의 대명사다.
재개발구역의 이 골목들은 벽화가 만들어지기 전엔 생활쓰레기들이 아무렇게나 버려져
그저 벽에 그려진 사소한 그림일 뿐이지만 마을의 이미지를 한결 업그레이드시켰을 뿐 아니라 지나는 객들에겐 그림읽는 쏠써쏠한 재미도 더해준다. 언젠가부터 도시 이곳저곳을 색으로 채우고 벽화로 새롭게 단장하는 붐이 생기면서 도심속 낡은 마을의 벽화가 더 이상 화제거리가 되던 시절은 지났지만, 이 곳 우동(佑洞) 골목의 벽화들은 좀 특별한 구석이 있다.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드문 ‘조화’이다. 벽화들이 만들어지기 전에 원래 있었던 건물의 출입문, 창문, 심지어 우체통까지 있는 그대로를 최대한 살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벽들이 장식되었기 때문이다. 낡은 건물들과는 대조적인 화려한 색채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유 또한 바로 전체적인 조화때문인 것이다.
유럽여행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성들, 유치원을 연상시키는 아기자기한 재미난 그림들, 낡은 창문이 벽화창틀에 의해 말끔해진 모습, 우아한 파스텔 톤의 꽃그림이 마치 거실 한켠을 장식한 포인트 벽지 같은 담장이 골목 곳곳에 펼쳐져 있다.
담장을 채워간 그림들을 따라 올라가면 어느덧 장산 등산로 길로 이어지는데 이곳마을에 벽화가 그려진 이후부터는 등산객들도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휴대폰 카메라에 그림을 담는 모습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재개발지역은 어느 곳이나 당장에 큰 변화와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오래 정착하지 못할 주민들은 일찌감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하나둘 떠나기도 한다. 이곳도 예외는 아니다. 벽화골목을 찾은 날도 이삿짐을 잔뜩 실은 트럭 여러 대가 이곳 재개발지역을 떠나갔다. 떠나가는 사람이 많을수록 더욱 을씨년스럽고 자칫 우범지대가 될수도 있을 법 하지만 벽화로 채워진 마을은 한층 밝아지고 따뜻한 모습으로 동네를 지키고 있다.
재개발로 마을이 다시 우뚝 서기 전까지 남아있는 주민들에게는 더없이 큰 위로가 될듯하다. 이곳 벽화마을은 누군가에 의해서 마을이 단장되는 것으로 끝나지는 않았다. 지자체의 지속적인 관심으로 더 이상 소외받는 변두리 마을에서 소통과 화합의 골목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 11월~12월 관할 우2동 주민자치센터에서 벽화를 배경으로 한 벽화사진공모전을 열고 총12작품을 시상하여 상장과 시상금을 전달하는 등 다양한 홍보로 마을 이미지를 개선하고 해운대구의 또 하나의 명소로 자리매김하게끔 하고 있는 것. 우동은 도울 우(佑), 마을 동(洞)의 ‘도우면서 사는 동네’라는 지명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아직도 인간적인 미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최근 만들어진 벽화들이 있는 이 마을은 도시철도 시립미술관역 6번 출구에서 기차길 아래 굴다리를 지나 장산으로 오르는 길을 따라가면 만날 수 있다. 동 주민센터에서 성불사로 올라가는 그리 길지 않은 구간이지만 벽화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찾아볼만 하다. 투박한 시멘트벽 한쪽, 무심코 지나치면 쉽게 눈에 띄지 않을 골목 구석구석에서 그림을 찾아내는 재미 또한 그림과 함께 남겨질 추억이다.
우동의 행복마을 벽화 외에도 부산에는 영화 ‘마더’의 배경으로 등장한 문현동 돌산마을과 대신동 꽃마을, 범일동 안창마을, 감천동 태극마을에 따뜻한 행복이 덧칠되어진 아기자기한 벽화를 만날 수 있다.
유정은 기자
[2011년 1월 17일 15호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