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11월 23일

골목이야기

이제야말로 진짜 부산의 것이 된 하얄리아를 품다

골목이야기<5> 잃어버린 100년 하얄리아공원을 찾아
 
 

드디어 빗장을 열다
 
 
 지난 24일, 봄날 같지않게 내내 흐리고 추적거리던 하늘이 축복받은 것처럼 쨍하게 갠 토요일 오전, 100여 년의 경계를 허물듯 하얄리아의 무거운 철문이 활짝 열렸다.

 반세기는 일제 강점기 동안 일본인들의 유희를 위한 경마장으로, 이어서 반세기는 미군 부대인 캠프 하얄리아의 주둔지로서 꼬박 한세기 동안 부산이면서 부산의 것이 아닌 바로 그곳이 시민들에게 10시부터 개방임을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9시도 안된 이른 아침부터 몇몇의 시민들이 모이기 시작해서 문을 열 즈음에는 몇 백명의 사람들이 적잖이 흥분되어 카운트 다운을 시작했다.

 캠프 하얄리아 기지가 폐쇄된 지 4여년이 지나 시설의 안전관리 때문에 부지내 338동의 건축물 구석구석 시민들에게 공개되지는 않지만 A, B등 2가지 관람 코스를 지정해 산책하면서 일부 건물을 둘러볼 수 있었다.

 개방 첫 주말에만 2만여명이 찾을 만큼 시민들의 관심이 컸는데, 하얄리아 부대에 근무했던 퇴역 군인들의 뜻깊은 방문을 비롯해 외국인들도 많이 찾고 있다.
 
 

미군점유의 역사 고스란히 간직

시민들에게 개방되는 하얄리아 시민공원은 미군 점유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데다 일제강점기의 흔적도 남아 있어 한국 근·현대사의 한 단면을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입구에서 관람로를 따라 걷는 길은 일제 경마장 트랙을 그대로 미군이 도로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의미가 크다. 조금 걷다보면 처음으로 만나는 옛 경마장의 마권 판매소이자 미군의 장교클럽은 천장에 일제의 욱일승천기를 보전하면서 미군 성조기를 덧대 묘한 느낌을 준다.

이 외에 사령부 집무실, 사병클럽, 학교, 영화관 등 시민에게 개방된 시설물은 전체 338개 건축물 가운데 7개이다. 이 외에도 향나무, 왕벚나무, 미루나무, 플라타너스 등 오래된 나무들도 많아 자체로도 아름다운 공원의 모습을 하고 있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나무 전봇대, 초소 등도 흥밋거리이다.

과거 현재 미래 전시회
 

시민들에게 개방되는 하얄리아 시민공원은 미군 점유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데다 일제강점기의 흔적도 남아 있어 한국 근·현대사의 한 단면을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입구에서 관람로를 따라 걷는 길은 일제 경마장 트랙을 그대로 미군이 도로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의미가 크다. 조금 걷다보면 처음으로 만나는 옛 경마장의 마권 판매소이자 미군의 장교클럽은 천장에 일제의 욱일승천기를 보전하면서 미군 성조기를 덧대 묘한 느낌을 준다.

이 외에 사령부 집무실, 사병클럽, 학교, 영화관 등 시민에게 개방된 시설물은 전체 338개 건축물 가운데 7개이다. 이 외에도 향나무, 왕벚나무, 미루나무, 플라타너스 등 오래된 나무들도 많아 자체로도 아름다운 공원의 모습을 하고 있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나무 전봇대, 초소 등도 흥밋거리이다.

과거 현재 미래 전시회
 
 
이 외에 사령부 집무실, 사병클럽, 학교, 영화관 등 시민에게 개방된 시설물은 전체 338개 건축물 가운데 7개이다. 이 외에도 향나무, 왕벚나무, 미루나무, 플라타너스 등 오래된 나무들도 많아 자체로도 아름다운 공원의 모습을 하고 있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나무 전봇대, 초소 등도 흥밋거리이다.

하얄리아의 잃어버린 100년의 시간을 되돌아보고 그 곳에 담긴 역사의 의미와 가치를 공유하며 하얄리아 시민공원의 미래에 대해 시민들과 함께 생각해보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그리고 시민들이 하얄리아 시민공원에 바라는 쪽지와 리본을 공원 곳곳에 붙여두는 참여공간도 있고, 주말에는 공원내 바닥에 낙서하고 노는 장면도 자연스럽다.

시민의 힘으로 되찾다

이렇게 시민에게 활짝 문을 열기까지, 일본과 미국에 의해 지배되었던 오랜 세월만큼이나 지난 수년간은 하얄리아를 시민공원으로 온전히 찾아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지난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처음부터 시민공원으로 계획된 것이 아니라 2002년 아시안게임을 위한 선수촌 아파트로 확보하고자 미군과 협의가 시작되어었다.
이렇게 시민에게 활짝 문을 열기까지, 일본과 미국에 의해 지배되었던 오랜 세월만큼이나 지난 수년간은 하얄리아를 시민공원으로 온전히 찾아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지난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처음부터 시민공원으로 계획된 것이 아니라 2002년 아시안게임을 위한 선수촌 아파트로 확보하고자 미군과 협의가 시작되어었다.

만약 무리없이 협상이 진전되었더라면 부산의 여느 아파트단지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겠지만, 이를 두고 새옹지마라고 할까? 몇 차례 미군과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아시안게임 행사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선수촌 아파트 건립계획이 반여동으로 바뀌었고 곧이어 시민단체와 부산시를 중심으로 하얄리아 미군부대를 시민공원화 하기 위한 운동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역사적 문화적 가치도 커
 
 
시민들의 휴식처로서 하얄리아 미군부대가 시민공원화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도시의 2/3가 산지이고 특히 금강공원, 어린이공원, 태종대유원지, 중앙공원 등 부산을 대표하는 공원 대부분이 산을 끼고 있어 등산객 위주이거나 멀리 바라보는 조망형 도시녹지의 역할에 그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하얄리아 시민공원은 53만4천㎡(약16만평)이라는 대규모의 평지형 공원인데다 도심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어 뉴욕의 센트럴파크이자 동경의 우에노 공원과 맞먹는 부산의 대표공원으로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독특한 이정표를 남긴 곳으로서 역사적・문화적 가치도 엄청나다.

하얄리아의 과거와 현재가 이렇게 켜켜로 쌓여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제는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 하는 것이 바로 하얄리아 시민공원의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조성을 책임지게 될 부산시가 전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도 아니다. 많은 전문가들의 중지를 모으고, 시민단체의 협력과, 무엇보다 350만 부산시민의 관심과 공감대를 쌓아 과제들을 하나씩 서두르지 말고 풀어나가야 한다.
 
풀어야할 과제 그리고
 
첫째,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명칭문제이다. 인디언 말로 ‘아름다운 초원’이라는 뜻을 가진 ‘하얄리아’를 그대로 사용해서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잇자는 의견이나, 앞서 공모에서 정해진 시민공원이 낫다는 의견,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명칭으로 가야한다는 의미에서 ‘오이소 공원’, ‘B 파크’, ‘파크 온' 등이 제시되고있다.

명칭문제에서 만큼은 무엇이 옳다 그르다를 판단할 수 없다. 현재까지 제시된 명칭의 장단점을 제대로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시해서 명칭에 대한 방향성과 정보를 제공해서 시민들이 판단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둘째, 현 시점에서 남겨서 보전할 것과 이어갈 정신과 문화, 그리고 새롭게 만들어가야 할 것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분석해야 한다. 현재 설계대로라면 ‘마권 판매소이자 장교클럽’ 건물만 보전하고 모두 철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2006년 기지가 폐쇄될 때까지 미군이 사용했던 사령관 숙소, 장교식당, 영화관, 숙소, 농구장, 수영장, 간이골프장, 학교, 유치원, 감옥소 등이 그대로 남아 있고 이것 자체가 글로벌 빌리지이자 역사 문화자원이 될 수도 있다.

미군이 굳이 경마장 트랙을 도로로 남겨 사용해 왔고, 일제의 마권판매소를 장교클럽으로 활용했다. 부끄러운 역사의 흔적이기 때문에 모두 없애버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건축물 뿐만 아니라 수려한 수목들 그 자체가 이미 산책길이고 공원길이며 도시녹지이다.

그런데 현재 설계안대로라면 이 나무들은 모두 뽑히거나 잘려나가야 한다. 100년을 자란 수목들과 건축물들을 전면철거하는 것만큼은 제고되어야 한다. 결국 이 문제는 ‘설계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해답을 찾아야 한다. 결국 ‘설계 업그레이드’는 2015년까지 사업비 1천135억원 투입계획을 전폭적으로 줄여줄 수도 있다.

셋째, 공원으로의 접근성과 주변지역 개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시민공원을 중심으로 주변의 많은 문화・관광・교육시설들과 ‘보행네트워크’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 시민공원 주변지역에는 서면도심의 대규모 도심상권이 있고 국립국악원, LG과학관, 어린이 대공원, 사직종합운동장 등이 있다.
 
그리고 시민공원 입구에는 부전역세권 개발이 예정되어 있다. 하지만, 시민공원으로 접근하는 보행도로는 물론 인근 주요시설과 네트워킹되어 있지 않아 시민공원의 이용이 저하될 수 밖에 없다. 쾌적한 보행공간을 확보하여 주요 지점을 서로 이어주는 작업이 공원의 조성에 앞서 마무리 되어야 하고 뉴타운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주변지역의 초고층 주거건축에 대해서도 오픈스페이스는 물론 최대한 시각통로가 확보되어야 한다.
 
넷째, 시민참여이다. 현재 하얄리아 시민공원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하얄리아 공원 포럼’과 각계의 시민단체가 모인 ‘범시민 운동본부’가 활동하고 있다. 이제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참여가 필요하다. 지금까지와 같이 관에서 조성해 시민들이 이용하도록 제공된 공원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조성단계뿐만 아니라 하드웨어를 어떻게 채우고 운영・관리할 것인지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공원의 물리적이고 생태적인 환경이 다양한 이벤트, 프로그램과 연계돼 운영될 수 있도록 시민들이 힘을 모아 나가야 할 것이다.

서두름 없이 천천히 시민과 소통하는 공간
 
끝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서두르지 말자”고. 100년을 기다렸는데, 더 못 기다릴 이유가 무엇인가? 허남식 시장도 ‘어렵게 돌려 받았다. 시민여론을 수렴해 만큼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훌륭한 공원을 이곳에 조성하겠다’ 는 의지를 계속적으로 표명해 왔고, 더욱이 세계적인 조경가이자 시민공원의 설계가인 미국 필드 오퍼레이션사의 제임스 코너 역시 부지내 정확한 측량이 이뤄지고 나면, 반드시 설계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지금 우리가 보는 하얄리아의 많은 것들이 9월까지 임기 개방이 끝나면 더 이상 이 땅에 남아 있지 못할 것들이 되어서는 안된다. 바램은 단지 부산시민들에게 자랑스러운 공원을 만들어주자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하게, 철저히 준비해서 지금까지 소홀해 왔던 공원의 정비는 물론, 공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지금까지 우리가 알아왔던 공원에 대한 패러다임이 전폭적으로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며, 부산시민이 공원을 바라보는 시각, 그리고 공원이 시민에게 줄 기대를 바꿔줄 수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지현. 부산시의회 정책연구실 연구위원
[2010년 4월 30일 7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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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교클럽(옛 경마장의 마권판매소)
건축면적 1천285㎡의 마권판매소는 1930년초 일제가 경마장 경주로와 함께 건설했는데 미군 주둔 후에는 미군 장교클럽으로 사용됐다. 미군이 철수하면서 꼭 남기기를 원하는 건물로 지목했을 정도로 역사적 가치를 평가받고 있으며, 부산시의 시민공원조성계획에도 유일하게 보존하는 것으로 결정된 건축물이다. 건물로 들어서자 정면 원형홀 천장에는 해돋이 모습을 형상화한 욱일승천기가 또렷이 남아있고 이후 미군이 새긴 성조기의 별 문양도 천장 중앙에 박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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