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이야기 <18> 동구 산복 이바구 명소
부산의 원도심 산복도로가 ‘역사와 문화마을’로 재생됐다. ‘이야기’의 경상도 사투리 ‘산복 이바구 명소’가 지난 6일 문을 열었다. 부산의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동구의 가치를 살려 관광객을 모으고 지역을 되살리기 위한 목적이다.
길이 1.5km의 이바구길은 근·현대사의 질곡을 그대로 품은 동구 산복도로를 테마로 한다. 부산 최초 근대 물류창고인 남선창고에서 출발해 초량초등학교 담벼락의 골목 갤러리에 도착하면, 이경규 · 박칼린 등 초량 출신의 연예인 사진과 이곳 산복도로에서의 삶이 담긴 사진들이 전시돼있다.
판자촌을 바탕으로 한국전쟁 때 산비탈에 형성된 이후 원형대로 보존되어 온 산복도로 지역 이야기 또한 담장갤러리 사진을 통해 눈으로 볼 수 있다. 길 맞은 편에는 한강 이남 최초의 교회로 알려진 초량교회가 있다. 이승만 前 대통령이 당시 예배를 봤던 곳이다.
갤러리 끝에는 168계단이 이어진다. 한국전쟁 피란민들의 애환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계단을 오르는 사이, 옆 모퉁이에는 우물터가 있다. 동구 주민들은 과거 이곳에서 물을 퍼가곤 했다.
폭이 좁고 다닥다닥 올라붙은 168개의 계단을 끝까지 올라가면, 김민부 전망대가 펼쳐진다.동구 출신 천재시인인 김민부는 15살 때 신춘문예로 등단해 31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60여 편의 주옥같은 작품을 남겼다. 가곡 ‘기다리는 마음’의 작사가 故김민부 시인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김민부 전망대에 올라서면 부산항과 북항 등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조금 더 위쪽으로 올라가면 부산 서민들의 삶을 이야기로 정리해 보관하는 이바구공작소가있다. 연면적 265 제곱미터, 지상 2층 규모의 역사관으로 이곳에는 전문 상담사가 상주한다.
면담과 서면 등 을 통해 서민의 이야기를 개인별, 사건별로 분류해 보관하며 면담과정에서 역사적 가치가 있는 자료를 확보한다. 또, 서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나드라마, 소설 등을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낙후된 산복도로 주변을 되살리는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의 하나로 지어졌다. 망양로 꼭대기에는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린 장기려 박사를 기리는 ‘더 나눔’기념관이 나온다. 의료보험 제도를 동구에 처음으로 세우고 가난한 환자를 진료한 그의 정신을 새길 수 있는 곳이다. 조금 더 가면 '유치환 우체통' 이라는 건물이 나온다. 부산항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데, 옥상에 빨간 우체통을 설치하고, 이곳에 넣은 편지를 6개월~1년 뒤 배달할 예정이다.
청마 유치환 시인이 경남여고 교장을 두 번 지내고 동구에서 생을 마감해 이름이 ‘유치환 우체통’이다. 그는 생전에 편지를 즐겨보내곤 했다. 근처에 위치한 까꼬막 게스트하우스나 마을 카페의 커피와 함께 야경을 바라보는 것 또한 산복도로 명소의 '별미'라 할 수 있다.
서기량 기자
[2013년 3월 28일 제40호 1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