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히 쏟아지는 영화 중에 이 영화...아직도 안 본 사람이 있다고? 혹시, 영화를 싫어한다? 중년이다? 재즈에 대해 별 감흥이 없다? 그러나 은근히 흥은 많다? 그렇다면 꼭 봐야 할 영화로 적극 추천한다. 후회하지 말고, 몸과 맘이 좀 더 젊어지고 싶다면 이 영화로도 충분하다.
이번호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관객을 동원한 영화 <라라랜드>에 대해 감동의 스토리를 제외한 제작후기인 프로덕션 부분을 되짚어 본다. 촬영현장의 무수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고 본다면 더 흥미로운 부분이기도 하다.
<라라랜드>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예매 오픈 1분 만에 매진을 이루며 뜨거운 관심 속에 상영된 뒤 그야말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이 영화를 만든 다미엔 차젤레 감독은 1985년생으로 프랑스 파리와 미국 뉴저지에서 성장하였고, 재즈 드럼 연주자이기도 하다.
하버드대학교 재학시절, 논문을 위해 <공원 벤치의 가이와 매들라인>을 단편으로연출했고 이 영화를 장편으로 만들기 위해 학교를 휴학했다. 3년의 작업 끝에 첫 장편영화 <공원 벤치의 가이와 매들라인>을 완성했다. 이 젊디젊은 감독의 삶에 대한 가치와 관점, 아울러 그의 예술적 감각과 천재성에 다시 한 번 극한 질투를 느낀 것은 전작 <위플래쉬>로 부터다.
<라라랜드>는 2015년 충격에 가까운 전율을 선사한 영화 <위플래쉬>로 전 세계 영화상을 휩쓸며 천재적인 재능을 인정받은 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신작이다. 감독의 새작품인 <라라랜드>는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 서로의 무대를 완성해 가는 배우 지망생과 재즈 피아니스트를 통해 꿈을 좇는 청춘의 열정과 사랑을 그린 뮤직 로맨스로 올해 가장 황홀한 경험을 선사한다.
인터뷰를 통해 다미엔 차젤레 감독은 “<라라랜드>는 <위플래쉬>보다 먼저 만들고 싶었던 영화”라고 밝힌 바 있다. 이미 2006년 각본을 완성했지만 당시 신인이었던 그가 원하는 대로 영화를 만들기란 쉽지 않았고, 차선책으로 <위플래쉬>의 각본을 썼다.
절치부심으로 만든 이 작품의 흥행과 비평에서의 세계적인 성공에 힘입어 다미엔 차젤레 감독은 마침내 <라라랜드>를 세상에 내보일 수 있었다. 영화가 처음 공개된 뒤 영화비평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신선도 96%를 기록하는 등 전 세계 언론과 관객들의 끊임없는 극찬이 우후죽순 쏟아졌다.
또한 세계 유수 영화제에 연달아 초청되면서 개봉 전부터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제73회 베니스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엠마 스톤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제41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한 데 이어 제52회 시카고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도 선정되었다.
<라라랜드>는 마치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한 생동감과 눈을 황홀하게 하는 다채로운 색상들을 스크린 위에 펼쳐놓는다. 다미엔 차젤레 감독은 예전부터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던 장면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 <아메리칸 허슬>과 <조이>의 촬영 감독인 라이너스 산드그렌과 작업에 임했다.
단 한 번의 촬영으로 완성한 역대급 오프닝 장면
별들의 도시 위 실제로 벌어진 마법 같은 무대
부산국제영화제 초대작…오픈 1분만에 매진기록
감독은 모든 것이 촬영 현장에서 이루어지길 바랐고, 특수효과를 추가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때문에 모든 스탭들은 엄청나게 많은 계획을 세워야 했고, 실현 가능한 무대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노력해야 했다.
특히 그는 영화 고유의 마법과 같은 파란 밤하늘로 빛나는 밤장면을 실제로 담아내고자 했다. 이에 라이너스 산드그렌은 그러한 감독의 요구에 따라 쿨블루, 그린, 핑크를 강조하기 위해 색광 퍼레이드를 펼치기도 했다.
영화 속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인 오프닝은 LA의 한 고속도로에서 완성됐다. 촬영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어떠한 실수도 용납되지 않았고, 3개월에 걸친 연습과 무한 반복되는 리허설을 통해 결국 단 한 번의 촬영으로 완벽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두 주인공이 도시를 내려다보는 언덕에서 탭댄스를 추는 장면은 서로에게 한 발짝 다가서며 처음으로 빠져드는 중요한 장면이었다. 감독과 배우들은 미리 충분한 대화를 거쳤고, 결국 6분 동안의 원테이크 촬영으로 특별한 장면을 완성했다.
플라네타리움에서 두 주인공이 왈츠를 추는 장면 또한 가히 압도적이다. 제작진은 세바스찬과 미아가 아름다운 왈츠에 빠지는 순간 관객들도 함께 빠지길 원했다. 와이어에 매달려 허공에서 두 사람이 왈츠를 추는 이 장면을 위해 특별히 카메라워크에 신경을 써야 했다.
LA의 사계절을 담은 40일간의 로케이션, 50벌의 주문 제작, 고전미 넘치는 특별한 의상이 주는 아름다움. <라라랜드>는 꿈과 사랑, 열정과 희망이 가득한 영화임과 동시에 LA라는 도시에 대한 송가이기도 하다.
다미엔 차젤레 감독은 영화를 봄, 여름, 가을, 겨울, 총 4개의 챕터로 구성해 40일 동안 LA의 사계절 구석구석을 빠짐없이 담아냈다. 배우와 스탭들은 1949년에 첫 문을 연 재즈 클럽과, 레돈도 해변의 역사적인 라이트하우스 카페, 그리피스 공원 천문대와 같은 전설적인 장소에서 경외심에 말을 잃었다.
시간은 현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라라랜드> 속 모든 장소들은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창의력이 넘치는 감독과 함께 새롭게 LA를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때문에 아직 보여 지지 않은 면을 발굴하려 노력했다고 한다. 왼쪽에는 1940년대의 할리우드가, 오른쪽에는 2016년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도시 자체에 깃든 보편성을 이용하는 것은 감독의 생각이었다”고 프로덕션 디자이너 데이비드 와스코는 말했다. 또한 다미엔차젤레 감독은 감정의 매개물인 색에 완전히 집중했다. 노란색을 가장강조하는 동시에 영화 속 남성들은 대체로 흑백으로, 여성들은 컬러로 색을 입힘으로써 장면을 중립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의상도 마찬가지였다. 라이언 고슬링이 연기하는 세바스찬은 그의 성격처럼 특별한 고유성과 전통과 형식에 대한 존경이 느껴지도록, 거의 모두 주문 제작한 의상만을 고집했다. 의상 디자이너 메리 조프레즈는 50벌이 넘는 두 주연 배우의 의상을 주문 제작해 의상의 색채만으
로도 캐릭터의 심리를 표현하는 경지를 선보인다.
특히 미아를 연기한 엠마 스톤에 대해 극찬했는데, “더할 나위 없는 뮤즈”라면서 “너무 사랑스러웠다. 마치 클래식 뮤지컬 속 여자 주인공 같이 빈티지부터 원색의 드레스까지 모든 의상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고 전하기도 했다.
<라라랜드>는 골든글로브 7관왕 수상작으로 주연배우로 눈부신 연기를 보여준 라이언 고슬링과 엠마스톤이 각각 남여주연상을 수상했으며 '위플래쉬'에 이어 놀라운 감흥을 안겨줬던 다미엔 차젤레 감독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빅3’를 휩쓸었다. 여기에 누구나 예상하던 주제가상과 음악상까지 이변 없이 거머쥐었다.
후보에 오른 모든 부분의 상을 석권한 셈이다. 2017년 아카데미 6관왕 역시 그들의 것이었다. 여우주연상, 감독상, 촬영상, 미술상, 주제가상, 음악상 수상. 이 영화에 격한 감동을 느꼈다면 아울러 <500일의 썸머>, <노트북>, <비긴어게인>, <카페 소사이어티>를 외면하지 마라.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진정한 젊음은 외모가 아닌 생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대략 두 시간만 투자하면 쓱~ 젊어진다는데 안 볼 이유가 없다.
이경섭 객원기자
[2017년 3월 24일 제86호 1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