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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톡톡

‘모든 사랑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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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사람을 사랑한 수잔, 수잔만을 사랑한 에드워드의 복수극.

사랑의 양면성을 돌아보게하는 영화<녹터널 애니멀>.


전 남편으로부터 배달된 한 권의 소설. 사랑, 그 처절한 배신에 대한 복수극의 시작이다. 수잔이 소설책의 한 페이지를 넘길 때 마다 그녀의 삶은 조금씩 잠식당한다. 원작소설 <토니와 수잔> 국내 최초로 소개되는 오스틴라이트의 작품으로 액자식 구성으로 전개되는 이 작품은
주인공인 수잔의 이야기와 소설 <녹터널애니멀스>의 주인공 토니의 이야기로 꾸며진다.


작가가 되겠다며 로스쿨을 그만두고 글쓰기를 시작한 에드워드. 하지만 그는 단 한 번도 번듯한 작품을 완성해내지 못한다. 이런 무능력한 남편에게 지쳐 위층에 살던 심장전문의 아놀드와 간통을 저지르고결국 이혼 후 아놀드와 재혼하게 된 수잔.


중산층의 여유로운 삶을 누리던 그녀에게 헤어진 지 20년 만에 에드워드의 편지가 날아든다.자신이 쓴 소설을 보낼 테니 그걸 읽고 거기에 빠진 게 뭔지 알려달라는 부탁과 함께. 수잔은 부담스러운 마음을 안고 그가 보낸 소설 ‘녹터널 애니멀스’를 읽기 시작한다.


대학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토니는 여름휴가를 즐기기 위해 아내와 딸과 함께 별장으로 향한다. 한밤중에 고속도로를 달리던 그의 가족은 상식을 벗어난 무법자들에게 불시에 공격을 당하고, 평생 폭력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토니는 제대로 저항 한번 해보지 못한 채 아내와 딸이 납치되는 걸 지켜보게 되는데…….


처참한 비극과 핏빛 복수로 가득한 에드워드의 소설은 수잔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을 드리우며 수잔의 잔잔한 일상에 파문을 일으킨다. 영화는 오프닝 장면부터 모든 잡념을 뭉개버린다. 화면가득 부담스러움으로 화려하게 출렁인다. 아름다운 선율은 관객을 위로하듯 에워싸고 부담스러움은 이내 체념으로와 닿는다.


잠시 후, 각본 톰포드, 감독 톰포드, 제작 톰포드라는 인상적인 크레딧이 올라간다. 톰포드?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 아닌가. 그는 이미 위대한 사람이며, 영화라는 장르로 다시 한 번 그 천재성을 보여주는 감독이다.


그는 패션계의 거장으로 명품브랜드 ‘구찌’의 이미지를 새롭게 변신시킨 신화적인 인물이다. 남자가 아름다울 때 여자보다 더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주는 소위 ‘뇌섹남’ 이다. 애정 스릴러물 데이빗 린치 감독의 <블루벨벳>과 데이빗 핀처의 <나를 찾아줘>를 능가할 만 한 작품을 만들었으니, 패션이든 영화든 동물적 감각을 지닌 그에게는 그닥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아마 그의 매력에 홀딱 반하고 말 것이다. 추운 겨울, 뉴욕의 한 거리에서 고교동창인 수잔과 에드워드는 우연히 만난다. 둘의 눈빛은 예사롭지 않고, 이대로 헤어지기 싫어 부부가 되기로 한다. 가난한 소설가 지망생인 에드워드는 수잔 부모의 반대에 부딪히고 그 이유를 따져 붙는 수잔에게 엄마만 아는 분명한 이유를 말한다.


관객도 당연히 납득한다. 영화는 관객과 부모의 뜻을 거스른 수잔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수잔이 펼쳐 든 소설 속을 오가며 수잔과 관객을 향해 사랑의 배신, 그 복수의 과정을 하나씩 전개해 나간다. 인간은 누구나 다양한 방식의 사랑을 찾으며, 사랑을 하고 싶어 한다. 사랑을 할 때만이 느끼는 그 감정을 다시 한 번 찾고 싶은 것이다.


사랑이 아름답다고들 하지만, 알다시피 실상 사랑이 꼭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 시작은 핑크빛이나, 거의 대부분은 피멍이 든 보라색으로 끝난다. 특히, 첫사랑은 더욱 그러할 확률이 높고 그 트라우마는 혹독하다.


그렇게 사랑이란 것은 영혼과 육체에 진한 흔적을 남기고 우리는 그렇게 아파야만 단련되고 성숙되어져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사랑을 가장 큰 가치에 두고 이를 추구한다. 그 가치는 사랑을 통해바로 자기 자신을 알아간다는 것이다. 이들의 사랑 역시 출발점을 같았지만 끝은 달랐다.


잔은 에드워드를 사랑한다. 에드워드는 수잔 만을 사랑했다. 그러나 수잔은 다른 사람도 사랑 한다. 비극은 여기서부터 시작 된다. 수잔 만을 사랑한 에드워드의 복수극 같은 영화로 놓치기 쉬운 맨마지막 장면은 가히 압권이다. 에드워드의 소설을 읽은 수잔, 20년 만에 에드워드를 만나기로 한다.....그러나, 수잔이 여러 잔의 술을 비우도록 에드워드는 오지 않는다.


카메라는 멋진 레스토랑에 홀로 남게 된 수잔을 황망히 비추고 언뜻, 수잔의 왼쪽 눈망울을 클로즈업 한다. 그때서야 무엇인가 깨달은 듯 흔들리는 수잔의 눈빛. 과연 무엇을 깨달은 걸까? 에드워드가 오지 않는 이유? 이 영화, 놓치면 아깝다는 말로는 많이 부족하다. 좀 더 특별한 이유가 있다. 감독, 배우는 물론이고 암튼, 긴 썰은 보고나서 옆 사람과.



이경섭 객원기자

[2017223일 제8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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