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3월 01일

시네마 톡톡

올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군영화 ‘덕혜옹주’ ‘부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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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혜옹주 - 부산해사고 촬영>
 
 
드디어 이번 여름을 가장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순간이 닥쳐왔다.
 
올여름 태양보다 더 뜨겁게 내 심장을 달궈줄 것 같은, 전기요금 고지서가 드디어 영장처럼 발부되었다. 인생에 많은 시간들을 기다림으로 익숙해져 있건만, 내가 고지서를 이토록 기다릴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더욱이 우편함을 보기가 이렇게 부담스러울 줄은. 아니나 다를까, 전기 요금은 참을 수 없었던 수많은 지난밤들을 새록새록 상기시켜 주었다.
 
인내심의 한계를 알게 해 준 올여름, 선풍기를 우습게 여겼던 그 밤들을 충분히 후회하게 해 주었다. 뉴스에서 연일 떠들어 대던 요금제가 떠올랐다. 뭔가 뜨거운 것이 치받아 올랐지만, 고지서를 휙 집어던지는 것이 고작이었다.
 
집으로 향하는 겨울과 달리 더울수록 집 밖으로 나가려는 본능, 대체 사람들은 더위를 피해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 지구의 온도가 이렇게 상승하는데 어디를 간들 시원할까 만은, 가장 확실한 곳은 백화점 극장가가 아닐까.
 
인산인해로 사람들의 열기가 가득한 올여름, 그 덕분에 대박 난 영화가 여러 편 있다. <덕혜옹주> <부산행> <터널> 그 중, 뜻밖의 행운을 만난 영화 <덕혜옹주>는 한 여름 개봉에도 불구하고 400만을 넘기며 역사에 대한 인식을 한껏 고취시키고 있고, 더불어 개봉 즉시 천만을 부르는 영화라 호언장담하며 내기를 걸었던 영화 <부산행>은 역시 나의 기대를 져 버리지 않고 천만 명을 훌쩍 넘겼다.
 
재난 영화의 풍년처럼 <터널> 역시 누적관객 6백만을 향하고 있다. 여름방학 특수, 더우면 더울수록 극장으로 관객을 집결시키는 효과가 있나 보다. 영화도시 부산, 어느새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아시아를 비롯하여 전 세계적으로 많은 영화인들이 부산의 제작 환경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시적인 영화제 행사가 아닌 일 년 365일 영화, 드라마, CMM/V의 촬영 및 제작 전반에 걸친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그동안 부산에서 촬영된 영화는 수 없이 많다. 이로 인해 부산은 상시 촬영 중인 영화가 평균 2,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의 천만 영화를 만들어 낸 도시가 되었다.
 
2001년 영화 <친구> 이후, 천만을 찍은 한국 영화가 몇 편인가 <명량> <국제시장> <베테랑> <도둑들> <7번방의 선물> <암살> <광해> <변호인> <해운대> <괴물> <왕의남자> <실미도> <태극기휘날리며> 그리고 <부산행> 이렇게 14편에 이른다.
 
이 중, 부산에서 촬영된 영화는 몇 편일까 <명랑> <7번방의 선물> <광해> <괴물> <왕의남자>를 제외한 나머지 9편이 부산 올로케이션 혹은 부분 촬영으로 부산의 다양한 행정 및 로케이션 지원을 받아 완성된 작품이다. 지금까지 14편의 천만 영화 중 9편이 부산에서 제작되었다면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단 하나의 수식어 영화도시 부산명확한 정체성이다.
 
천만 영화는 천만 명을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공식들이 있게 마련이다.
 
제작비가 큰 영화일수록 매 장면마다 새롭고 독특한 비주얼로 주인공들의 대사가 지닌 의미 외 보이는 것 즉, 시각적인 요소들이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실내, 실외를 비롯한 환경이나 공간이 주는 의미가 대사보다 더욱 강렬하기에 제작에 있어 로케이션은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말이 전하는 전달력보다 시각적인 표현은 감정의 골이 매우 깊고 밀도가 높다.
 
한마디로 주인공이 이끄는 그곳으로 함께 이끌려 간다. 이러한 비주얼적인 요소들이 한 컷 한 컷 객석으로 투사되고, 우리는 이것을 각자의 경험과 상상력으로 재구성하고 체감하는 것, 이러한 영상과 색채의 완성도와 몰입감은 영화만이 줄 수 있는 큰 장점이며, 즐거움이다.
 
그렇다면 천만 영화 9편이 이곳, 부산을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도시 부산관상이 새삼 궁금하다. 사실 부산은, 제작지원에 있어 타 지역에 비해 재정적 지원이 그리 크다고 할 수 없다. 한마디로 돈으로 영화인들을(감독, 제작사 등) 부산까지 유인할 재간은 없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토록 다양한 영화들이 부산을 찾는가에 대한 해답은 이미 나와 있다. 부산 시는 2001년 아시아 최초로 부산영상위원회라는 비영리 민간조직을 설립하여 국내·외 영화, 영상물 제작에 대한 부산 촬영 유치를 천명, 시장을 선점한 것이다. 이후, 아시아의 수많은 나라들이 각 지역마다 유사 기능을 하는 기구들을 설립하기에 이르러, 이제 전 세계와 네트웍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선점은 이내 추월당하는 약점이 있듯이 각 지자체마다 너도나도 예산을 쪼개 촬영지원이라는 이름으로 도시를 홍보하고 있다. 이미 국내 11개 도시가 부산과 유사한 제작지원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서울, 경기, 대전 등의 도시는 예산뿐 아니라, 대형 실내세트장, 수조 등 특화된 촬영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제작인프라는 여전히 서울중심이며, 부산까지 오기에는 물류 및 인력에 대한 추가 제작예산이 수천만은 더 늘어나는 게 현실이다. 분명히 망설여지는 발걸음임에도 불구하고 부산은 여전히 살아있는 전설처럼 영화도시 부산을 앞세운다.
 
산과 바다, 조금 나가면 반촌인 기장 어촌마을이 있고 가까운 양산과 김해 등 인접지역까지 아우를 수 있다. 어디에도 없는, 함부로 절실히! 찍고 싶은 초고층 아파트가 존재하고, 상해의 고층이 무색할 바다를 품은 초초고층 100층이 넘는 아파트가 한창 공사 중에 있다.
 
광안대교 위에서 초고층을 보노라면 계절과 시간에 따라 만들어 내는 도시의 얼굴들은 천 가지 모습이다. 덕분에 영화인들은 부산을 매우 사랑한다. 아니다, 이사 오고 싶어 안달이다. 산과 바다를 그저 품을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지니 영화촬영뿐 아니라, 현실적인 삶으로도 매력적이다.
 
이 무더위에도 부산 곳곳에서는 촬영이 한창이다. 또 한 편의 천만 영화가 될 이 영화가 824일 부산 로케이션을 앞두고 있다. 제작비 국내 최고로 전폭적인 우리 시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러하기에 천 만 영화는 10, 11...계속 나올 것이다. 이것이 영화도시 부산이 가진 힘이기에.
 
부산에서 찍고, <해운대> <국제시장> <부산행> 부산의 이름을 걸면 대박에 한발 더 다가선다. 아쉬운 것은 영화의 흥행이 관광과 연계되고 부산의 시민들이 그 실체를 느끼며, 상시 소비로 이어지는 관광 콘텐츠가 여전히 부족한 현실이라는 점은 이 일을 하면서 항상 느끼는 안타까움이다. 콘텐츠로 먹거리를 창출하는 방법, 정책은 멀고 현실은 가깝다.
 
다시 길 위에서, 한 번도 존재한 적 없던 미친 듯이 살아 낸 여름. 가장 진하게 기억될... 그 열기가 전신에서 빠져나간다. 사물에 스며든 기억들로 그렇게 많은 계절이 스쳐갔지만 여전히 낯선. 뭔가 정확히 설명할 순 없지만 소설 같은 일들이 내게도 일어나기를, 내가 영화에서 보았던 그 거리에서 한 계절을 가르며, 뜻하지 않는 행복한 순간을 만나고 싶다
 
오늘의 영화 현장에서.
 
 
이경섭 객원기자
(부산영상위로케이션지원팀장)
 
[2016826일 제7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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