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폐막작에는 한국 송일곤 감독의 ‘오직 그대만’이 개막작에, 하라다 마사토 일본 감독의 ‘내어머니의 연대기’가 폐막작으로 각각 선정됐다.
1997년 ‘광대들의 꿈’, 1998년 ‘간과 감자’로 한국 단편영화계의 스타감독으로 부상한 젊은 감독 송일곤이 작가 감독 스타일에서 벗어나 대중적 감성과 호흡을 견지하며 새롭게 선보이는 영화.
그로면서도 송감독 특유의 절제미와 디테일이 돋보이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한 폐막작에 선정된 일본 하라다 마사토 감독의 ‘내 어머니의 연대기’는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로 10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완성한 작품의 완성미를 감상할 수 있다.
비평가 감독 그리고 배우로서도 활발하게 활동해온 하라다 감독이 전하는 조용한 감동의 물결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개막작 - 송일곤 감독의 ‘오직 그대만
어떤 상처 때문에 세상을 향해 마음의 문을 굳게 닫고 살아가던 전직 복서 철민(소지섭)과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면서도 늘 명랑하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전화 교환수 정화(한효주)를 축으로 펼쳐지는 치명적인 러브 스토리.
감독은 롱 쇼트, 롱 테이크 위주의, 예의 정적 스타일을 해체시키며, 뜻밖의 대중적 감성ㆍ호흡을 뽐낸다. 작가 감독에서 대중감독으로 거듭나려는 '송일곤의 변신 선언'이랄까.
<꽃섬> <마법사> 등 감독의 전작들에 매혹된 이들이라면, 영화의 대중성에 실망할 수도. 상투성 가득한 제목에서 시사되듯, 기시감 넘치는 클리셰들이 영화를 관류한다.
그 클리셰들을 범상치 않게 승화시키는 건 다름 아닌 생략ㆍ절제미 돋보이는, 감독 특유의 비통속적 연출 스타일과, 디테일에서의 극적 비틀기다. 영화는 말과 액션을 남발하지 않으면서, 클라이맥스를 향해한 발 한 발 나아간다.
정점에서 구사되는 철민의 액션은 <영화는 영화다>의 비장미ㆍ폭발력을 압도한다. 감독은 또 감각적이나 결코 피상적이지 않은, 주목할 만한 비주얼ㆍ사운드
디자인으로 영화에 격을 부여한다.
디자인으로 영화에 격을 부여한다.
그 결과 영화는, 통속을 넘어 최루로 치닫기 십상인 이런 류의 여느 멜로드라마들과는 달리, '비통속적 통속 드라마'로 비상하는데 성공한다. 소지섭-한효주는 더 이상 바랄 게 없으리만치 제 몫을 완수한다. ‘소주 커플’이란 광고 문구가 과장이 아니다.
폐막작-하라다 마사토 감독의‘ 내 어머니의 연대기’
일본의 저명한 작가 야스시 이노우에의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영화평론가, 연기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자기 색깔이 뚜렷한 감독으로서도 널리 인정을 받고 있는 하라다 마사토 감독이 야쿠쇼 코지, 키키 키린, 미야자키 아오이 등 실력파 배우들과 힘을 합쳐 만든 감동적인 작품.
야스시 이노우에와 동향 출신인 하라다 마사토는 10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이 작품을 완성했다. 부와 명예를 거머쥔 성공적인 작가 코스케 이노우에는 엄격한 가장 이지만, 동시에 다정다감한 아버지이자 남편이기도 하다.
시골집에 사시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그의 어머니에게 치매가 찾아온다. 코스케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자신을 할아버지의 애첩에게 보냈다는 사실 때문에 어머니에 대한 원망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코스케는 어머니가 자신이 어린 시절 써두었던 시가 적힌 낡은 종이를 지금껏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어머니가 자신을 보낸 진짜 이유를 알게 된 뒤 오랜 시간 마음 속에 남아있던 아픔이 치유된다.
이처럼, 어머니는 점차 기억을 잃어가지만, 코스케는 점차 기억을 되살린다. 그리고, 그것은 어머니의 커다란 사랑을 뒤늦게 깨닫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작품은 '어머니의 사랑'이 주요 테마이기도 하지만, '기억'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특히, 영화의 프롤로그에서 어린 시절, 어머니와 이별하는 어린 코스케의 모습은 영화의 후반부에서 그 진정한 의미가 드러나면서 전혀 새롭게 읽힌다. 하라다 마사토 감독은 어머니의 사랑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것처럼, 잔잔한 물결처럼 조용히 관객에게 '사랑의 감동'을 선사한다. 출처:www.biff.kr
[2011년 9월 16일 23호 1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