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만나보는 한국영화
올해도 배우들의 연출작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미리 볼 수 있다. 배우 박중훈, 하정우의 감독 데뷔작과 배우 추상미가 연출한 단편영화, 3편이 화제다. 먼저 박중훈의 감독 데뷔작은 <톱스타>로 스타에서 갑작스런 유명세를 겪는 어느 배우의 이야기를 다룬다. 하정우의 감독 데뷔작<롤러코스터>는 거듭 착륙에 실패하는 비행기에서 어느 배우가 겪는 코믹한 상황을그린 작품으로 관객을 만난다. 또, 한국 단편영화 경쟁부문에선 <영향 아래의여자>로 추상미가 감독에 도전한다.
올해는 배우의 감독 데뷔작 외에도 화제의 작품들이 많다. 김지운 감독이 CGV에서 새로 개발한 상영방식 즉, 극장 전면뿐 아니라 양 측면에 화면을 영사하는 스크린X상영관을 위해 만든 단편영화<더 엑스>,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죽은 딸의사망원인을 밝히려 법정싸움을 벌인 실화를 영화로 옮긴 <또 하나의 가족>, 일본 소설 <게놈 해저드>를 원작으로 니시지마 히데토시가 주연을 맡아 한일공동제작으로 완성한 스릴러 <무명인>, <돼지의 왕>에 이은 연상호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사이비>, 이장호 감독이 18년 만에 연출한 장편영화로 진지한 종교적 색채가 짙은 영화 <시선>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2편이나 선정돼 화제다.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과 <우리 선희>로 관객을 찾게 될 그의 영화는 각각 베를린영화제와 로카르노영화제경쟁부문에 진출, <우리 선희>는 로카르노영화제 최우수감독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또, 베니스영화제 비경쟁부문 선정작인 김기덕감독의 <뫼비우스>는 근친상간을 묘사한 것이 문제가 돼 한국에서 두 차례나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아 개봉이 불투명했으나, 베니스영화제 상영본에서 3분 정도 덜어낸 영화로 한국개봉과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이 가능해졌다.
여성감독작품 눈길
여성감독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등장인물 셋의 연기조화로 감성적인 풍부함을 만들어 낸 작품 <셔틀콕>은 이유빈 감독이, 김기덕 감독의 시나리오로 연출한 <신의 선물>은 여성감독 문시현의 손길을 거쳐 탄생됐다.
이외에도 가족에게 버림받을 수 밖에 없는 못난 아버지의 초상을 그린 장현수 감독의 <애비>,2012년 <무게>로 각종 영화제에서 환대를 받은 전규환 감독의 신작 <마마보이>, 김기덕 감독의 시나리오로 연출한 신연식 감독의 <배우는 배우다>, 눈 덮인 산골마을을 무대로 소년과 소녀의 아슬아슬한 사랑을 그린 최진성 감독의 <소녀>, 직장 초년생의 모습을 리얼하게 담은 사회성 짙은 드라마 이용승 감독의 <10분>, 매우 직설적인 화법으로 40대 여자와 19살 남자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안성경 감독의 <파스카>, 인물을 시골산장마을에 몰아넣고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만드는 미스터리스릴러이자 초저예산 액션영화 <조난자들>, 바둑을 소재로 조폭영화와 결합시킨 <스톤>, 유괴를 둘러싼 윤리적 딜레마를 다룬 스릴러 <보호자>, 만화적 감성이 묻어나는 코미디 <족구왕>, 부산시지역 영화인들이 의기투합하여 만든 <못> 등 개성 넘치는 다양한 작품들을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한편, 이번 영화제에 앞서 개봉관을 통해 국내관객들에게 미리 선보였던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와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조의석·김병석 감독의 <감시자들>, 김병우 감독의 <더 테러라이브> 등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을 앞두고 있어 극장 관람을 놓친 영화팬들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한다.
유시윤 기자
[2013년 9월27일 제45호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