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개막작은 인도 모제즈 싱(Mozez SINGH) 감독의 ‘주바안(Zubaan)’, 폐막작은 중국 래리 양(Larry YANG) 감독의 ‘산이 울다(Mountain Cry)’가 각각 선정됐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주바안>은 인도에서 능력 있는 독립영화제작가로 주목 받고 있는 모제즈 싱의 감독 데뷔작. 삶의 진정한 가치와 자아를 찾아나서는 젊은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지난달 25일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는 “관객들에게 용기를 주고 힐링이 될 영화”라면서, 더불어 제작자인 구니트 몽가는 “30대 초반이지만 만든 작품 대부분이 칸 영화제에 초청된 실력자”라고 설명하며 그가 제작한 영화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또,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개·폐막작이 모두 아시아 신인감독 작품으로 선정된 것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정체성과도 잘 맞는다”며, “아시아에서 급성장하는 인도, 중국 영화의 현재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주바안>의 내용은 가난한 집안에서 자라난 딜셰르(Dilsher)가 성공을 꿈꾸며 대도시로 올라오며 겪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그는 어린시절 잠깐 만난 적이 있는 대기업 총수 굴차란 시칸드(Gurcharan Sikand)를 찾아가 그의 휘하에 들어가고, 굴차란의 신임을 얻지만, 굴차란의 아들과 아내의 강력한 견제를 받는다. 한편으로 딜셰르는 오빠를 잃은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가수, 아미라(Amira)와 가까워진다. 온갖 역경 끝에 성공의 문턱에 가까워 진 순간, 딜셰르는 갑자기 삶의 소중한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회의하기 시작한다. 영화 <주바안>의 또 다른 매력은 캐릭터에 있다. 굴차란은 자신과 닮은 딜셰르를 총애하고, 딜셰르는 성공신화를 일군 굴차란을 롤모델로 좋아한다. 삶의 지향점이 궁극적으로 다른 이들은 인간이 지닌 양면적 모습을 동시에 보여준다. 모제즈 싱 감독은 이 두 인물의 갈등을 절묘하게 풀어가는 연출력을 발휘한다.
폐막작은 중국의 ‘산이 울다’
폐막작 ‘산이 울다(Mountain Cry)’는 여류작가 거쉬핑의 2005년 노신문학상 수상작인 동명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멜로드라마다. 사실주의적인 연출스타일과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 앙상블, 뛰어난 촬영 등이 돋보인다. 래리 양 감독의 <산이 울다>는 중국의 산골 마을에서 일어난 우발적인 사망 사고를 둘러싸고 마을 사람들의 갈등을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마을 청년 한총이 오소리를 잡기 위해 설치한 폭약에 갓 이주해 온 라홍이 잘못 밟아 사망하는 충격적인 사고가 생긴고, 마을 어르신들은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한총이 라홍의 청각장애인 아내 홍시아를 돌봐주도록 한다. 한총은 홍시아를 보살피면서 점차 그녀에게 이끌리기 시작하지만, 그들의 사이를 질투하는 과부 친화와 마을 사람들과의 갈등은 점점 커져간다. 그리고 홍시아의 어두운 과거가 밝혀지고, 영화는 예상치 못한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이 영화의 중요한 모티브는 ‘비밀’이다. 산골마을은 폐쇄적인 공간으로, 라홍의 죽음조차도 숨길 수 있는 곳. 홍시아의 과거 역시 비밀이다. 그녀가 왜 벙어리가 되었고, 왜 라홍과 이 마을에 흘러 들어왔는가 하는 이유가 영화의 후반부로 가면서 하나하나 밝혀진다. 그리고 한총과 홍시아의 사랑 역시 비밀스러우며, 그들의 사랑이 어떻게 깊어지는가가 또 하나의 감상 포인트. 그들의 사랑은 결국 ‘희생’으로 귀결된다. 사회구조적 폐쇄성과 ‘사랑’과 ‘질투’ 등 인간 내면의 심리가 이야기 속에서 날줄 씨줄처럼 얽히면서 전개된다.
올해 BIFF는 10월 1일 개막해 10일까지 계속되며 75개국 304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국내외에서 처음 선보이는 월드 프리미어는 94편, 자국 외에서 처음 선보이는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는 27편이다. 영화는 영화의전당을 비롯해 중구 남포동 등 6개 극장 35개 스크린에서 상영된다. 개·폐막작 예매는 9월 22일, 일반상영작 예매는 9월 24일에 시작된다.
유시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