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아테네학당에서 열린 『길눈』 완독회
부산지역의 중견 작가 김수우 시인이 신작 시집 『길눈』을 냈다. 시집으로만 치자면 1994년 『시와 시학』으로 등단한 이후 일곱 번째다.
이방인의 감각과 디아스포라적 상상력을 자신만의 시법으로 일궈 온 김 시인이 이번 시집에선 ‘길눈의 시학’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시집의 일부는 영문으로도 번역돼 『Way Sense』라는 제목으로 나왔다.
시인은 부산 영도에서 태어나 서부아프리카의 사하라, 스페인 카나리아섬에서 십여 년 머물렀고, 대전을 거쳐 부산 원도심에서 오랜 기간 ‘백년어 서원’을 운영하며 인문학에 목마른 시민들에게 사유의 플랫폼이자 아지트로써 글쓰기를 지원해오다, 지금은 고향 영도에서 경전을 읽으며 글쓰기 공동체를 꾸려가고 있다.
시집 『길눈』에는 세상의 구석에서 자신의 우주를 만들며 살아가는 작은 존재들을 향한 시인의 감수성과 폭주하는 문명, 전쟁, 자본의 광기 등 전 지구적인 문제의식이 담겨있다.
베란다에서 만난 초파리 떼를 최선으로 태어난 존재로 여기며 “깔았던 신문을 들어 우주 하나를 통째로 버렸다”(「아름다운 적군」)고 말하고, 묵은 쌀봉지에서 기어나온 바구미에선 “우크라이나 고집이나 팔레스타인 핏자국”(「최전선」)을 읽는다.
앞에 있는 것들은 언제나 유혹과 착시, 긁어낸 생선비늘 같구나/돈은 앞지르는 신의 가면을 썼단다 이빨 번쩍이는 전염병이구나/올가미를 닮은 소문들은 비리고 반짝이고 교활하구나/ 우리의 신은 기이한 불멸을 사랑한 바 없으니, 그저 따라 걷는 심연이라 (「길눈」)
실천적인 삶과 함께 “문학은 소명이 있을 때 진짜가 된다”라는 시인의 믿음은 이번 시집에서도 여지없이 그 문학적 가치를 발한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어둠의 세계를 감지하는 눈이자, 찾아가야 할 방향이자 생명적 미래를 시인은 ‘길눈의 시학’으로 제시하고 있다.

김수우/아시아/182쪽/1만2천 원
한편 지난 14일 오후 5시 부산 중구 ‘아테네학당’에서 『길눈』 완독회가 열렸다. 시를 낭송하고 감상평을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된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각자가 좋아하는 시와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박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