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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문학

[편집장의 북 리뷰-책과 틈] 약속의 세대

 [편집장의 북 리뷰-책과 틈] 약속의 세대

책과 틈은 작가와 독자 사이의 을 뜻하면서, 동시에 길을 트듯책과 스스럼없이 가까워진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는 곧 서평의 방향성을 나타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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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의 세대, 백온유, 문학동네, 2026

 

가족과 친구, 세대의 서사 속에서 우리 자신을 발견한다. 마치 미래가 약속이라도 된 양 애쓰며 살아 보지만 번번이 예상치 못한 배신을 당하곤 하는 것이 삶이다 보니, 바로 그 지점을 포착해 기존의 상식을 뒤흔들며 묘한 울림을 주는 것이 이 소설의 힘이다.

백온유 작가는 장편동화로 작가 활동을 시작해, 창비 청소년 문학상, 2025년 젊은 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작가이다. 7편의 중단편 소설이 실린 약속의 세대는 성장, 진화해온 작가의 이력만큼이나 흡인력 있고 탄탄한 소설집이다.

특히 앞의 두 작품 나의 살던 고향은광일은 알 수 없는 긴장감과 생각지 못한 반전으로 독자를 서늘하게 한다.나의 살던 고향은은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버텨가던 영지가 엄마의 사고 소식에 고향 한서를 찾았을 때, 엄마를 다치게 한 가해자로부터 놀라운 진실을 듣게 되고, 역전된 상황에서 충격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을 떠올리게 하는 광일의 택시 기사 광일은 날씨가 좋지 않으니 일찍 들어오라는 아내와의 약속을 미루고 큰 금액을 제시하는 손님을 태워 장거리 운행을 하게 된다. 그곳에서 또 다른 손님을 태우면서 내가 발바닥에 땀내 나게 차를 굴리는 건 우리를 위해서야라며 아내에게 할 말까지 연습하지만 결국 이것은 위험한 결정이 되고 만다.

노인 돌봄을 소재로 삼은 작품 가운데 의탁과 위탁 사이의 연수는 어린 시절 자신을 돌봐 준 외할머니를 간병 하면서 할머니에 대한 부채감을 해소함과 동시에 티 나지 않을 만큼의 적개심도 드러낸다. 연수는 단 한번도 할머니를 진정으로 측은해하지도, 가여워하지도 못했다고 고백한다. 사라진 돈을 둘러싼 모녀 삼대의 이야기 반의반의 반은 실버타운 입주금을 잃어버린 할머니 영실을 중심으로 딸, 손녀가 벌이는 미묘한 감정과 애증을 다룬다. 이 두 작품에서 노인 돌봄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듯 희생과 봉사로서의 그것이 아닌, 인간의 복합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사건으로 작동한다.

청년 세대의 우정과 갈등을 그린 회생은 어쩌다 시작된 거짓말로 수영과 연지, 두 친구의 사이에 균열이 생기고 그로 인해 헤어졌다 다시 만났을 땐,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게 되는 이야기이다. 사망 권세 이기셨네10대 시절 사이비 종교에 깊이 얽혔던 두 친구의 절망과 회복 가능성을 다룬다.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참사를 모티브로 한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사회적 참사를 겪은 가족의 상처와 회복을 담담하게 묘사한다.

작품마다 세상에 대한 작가의 현실 인식이 반영된 문장을 수시로 만나게 되는 것도 이 소설의 미덕이라 하겠다. “영지는 잃어버린 고향땅을 기리며 제사를 지내는 사람들 틈에 우두커니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영혼의 거처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비통함과 해방감을 누리는 이의 격정은 쉽게 구분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나의 살던 고향은), “할머니가 품위를 잃어가는 건 자연스러운 노화의 현상이었다. 상대를 가리지 않고 입이 걸어진 것 또한 마음에 담아둘 일이 아니었다.”(반의반의 반), “그래서 세상은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일들이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곳이라고, 인간은 무작위로 그 사건들에 꿰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했다”(내가 있어야 할 곳) 등의 표현들이 돋보인다.

약속의 세대』에서 작가는 청년부터 노년의 여성 등 인물들의 결핍과 불안, 모순된 감정까지도 밀도 있게 그려 낸다. 또한 무조건적이라고 알고 있는 모성애의 배신, 어쩌다 맹목적으로 빠져든 사이비 종교, 사고로 인한 오랜 상처 등 예상과 기대를 벗어나는 일들이 소설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인물들은 어찌 됐든 겪어내고 내일을 기약한다.

아마도 소설은 기만당했음에도 자신의 삶을 지키려 한 이들을 위한 게 아닐까. 앞으로도 나는 그들을 위한 이야기를 쓸 것이다라는 작가의 말이 그대로 실현된 소설집이라 여겨진다.

 박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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