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의 북 리뷰-책과 틈] 감정의 발견
‘책과 틈’은 작가와 독자 사이의 ‘틈’을 뜻하면서, 동시에 길을 ‘트듯’ 책과 스스럼없이 가까워진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는 곧 서평의 방향성을 나타낸다. [편집자 주]

감정의 발견, 박신양, 민음사, 2026
온몸으로 그려야 할 것 같은 대형 캔버스 귀퉁이에서 작가가 그림 작업을 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예술가가 되어야 한다”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화가가 된 배우의 책을 표지부터 찬찬히 들여다본다.
미술 작품을 관람할 때 종종 답답함을 느끼곤 했던 건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작품의 이면에 대한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기 때문인 경우가 많았다. 그냥 이렇게 보고 지나쳐도 되는 건지, 작가는 어떤 내밀한 사유를 거쳤으며, 의도하는 바는 무엇인지 하는 것들 말이다.
『감정의 발견』은 현대 표현주의 화가로 주목받고 있는 박신양 작가가 그림을 그리면서 지나온 “복잡하고 지난한 시간”과 그의 생각을 작품과 함께 마주할 수 있는 특별한 책이다.
책에는 마치 우리가 작가를 직접 만난다면 너무 궁금해서 할 수밖에 없을 이런저런 질문에 대한 답변처럼 예술가로서 자신의 작업 이야기, 당나귀와 같은 특정 대상을 그리는 이유, 그림에 담기는 감정과 표현, 상상과 현실의 경계인 ‘제4의 벽’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담담한 어조이지만 어떤 이야기를 하든 조금이라도 더 들려주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그는 “사유가 언어로 만들어지는 순간, 내재되어 있는 가능성은 항상 반쪽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책이 세 번째 책이니 어쨌거나 “책이라는 방편”을 통해 독자, 혹은 그림의 관객과 소통을 꾸준히 하고 있는 셈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누군가의 진심에 가 닿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연기에 몰두했듯이, 그렇게 같은 바람으로 그림을 그린다. 사람들의 눈에 닿고 영혼에 가서 닿기를 바라면서. 그리고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이 연결되기를 바라면서.” 작가는 그러기 위해 연기도 그림도 자신을 끝까지 몰아붙이는 방식을 택했다.
작품 「거북이: 나의 에이미에게 2」의 다음 장에 이어지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는 전체 글 중에서 좀 더 도드라진다. 아빠가 딸에게 해주고픈 말이 왠지 모르게 독자를 위로한다. “...인생은 계속 산의 연속이기 때문이라는 걸 아마 머지않아 이해하게 될 거야. 산을 즐기는 법도 이해하게 될 거고, 모든 것 앞에서 조급함을 버리고 좀 더 인생을 즐기는 법도 배우게 될 거야.”와 같이.
당나귀를 그릴 때 마음이 아프다면서도 가장 많이 그린 작품이 당나귀인 이유에 대해서는 당나귀가 작가 자신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도 하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기 삶의 짐을 지고 있으니 이 부분에 대해 생각을 해야 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예술가의 자기탐구는 나만의 감정에 취해있는 게 아니라 생명력과 죽음의 불안과 충동이라는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 것이고, 그것을 통해 작가는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고, 그럼으로써 자기탐구가 낳은 예술은 그것을 보는 우리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게 순응되고 통제되고 억압해 온 감각들을 깨워 자기 안에 갇혀 있지 않게 만드는데, 그것이 곧 예술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고통스럽지만 감동적인 역할이다.”
예술의 역할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풀어낸 이 문장에는, 반대로 관객이 작품을 어떻게 대하면 좋은가에 대한 실마리가 보여 반가웠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연극과 전시를 융합한 박신양의 전시쑈 <제4의 벽>이 성황리에 진행 중이다. 그림을 그릴 때는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웠을지라도 보는 이들은 감동과 기쁨을 누려야 한다는 작가의 생각과 의도가 통한 모양이다.
『감정의 발견』은 독자의 이성과 감성을 동시에 자극하는 책이다. 인간다움은 ‘진실한 감정’에 있다고 믿는 작가의 그림과 예술에 대한 철학이, 우리 모두 예술가가 되어야 하는 이유와도 연결된다.
책을 덮고 나니 반복해서 본 여러 작품의 잔상이 계속 떠오른다. 꼭 한편만 말하라면 「자화상 4」를 꼽고 싶다.
박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