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 예술을 마시고 문화를 우려내다, 이홍재, 책봄, 2025
마실 거리에 대한 특별한 취향이나 기호가 있는가? 생각해 보니 어쩌면 그리도 일관되게 하루에도 몇 차례씩 커피 위주로만 마셔왔는지 “아침엔 잠을 이기기 위해 커피를 찾고, 오후엔 버티기 위해 또 한 잔을 따른다”라는 저자의 말을 반박할 수가 없다.
『차, 예술을 마시고 문화를 우려내다』는 언제부턴 지도 모르게 카페인에 중독되다시피 한 현대인의 일상을 관조하고, 이왕이면 따뜻한 ‘차 한잔’의 여유를 가져보는 게 어떠냐고 차처럼 차분히 권유하는 책이다. 그러면서 차의 유용성에 대한 정보제공뿐만 아니라 차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돌아보고, 미래 공동체의 모습도 예견해 보는 확장성까지 설득력 있게 기술하고 있다.
저자는 한잔의 차가 갖는 치유의 근원을 식물학적으로 설명한다. 차나무는 가뭄이나 해충 등 외부적 요인으로 고통을 겪을 때 스스로 치열하게 대응해 더 깊이 성숙한다고 한다. 인간은 그 깊이를 맛보고 위안을 얻는 것이기에, 저자는 차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한 잎 한 잎이 인간의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결정체라고 강조한다.
“차는 단순히 물에 우려낸 잎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따뜻함으로 몸을 부드럽게 덥히고, 순화를 통해 몸속 노폐물을 청소하고, 기혈순환을 촉진해 생명력을 불어넣고, 감정안정으로 마음을 다독인다”
저자가 차를 몸에 녹아드는 약이라고까지 표현한 이유는 치유의 비밀을 가진 카테킨, 테아닌, 플라보노이드와 같은 차의 성분들 때문이다. 주로 녹차에 함유된 카테킨은 강력한 항산화 작용으로 노화 방지를 방지하고 질병을 억제한다. 테아닌이라는 성분은 차잎에 존재하는 천연 아미노산으로 스트레스에 노출된 현대인의 긴장과 불안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저자는 이것이 “커피가 주지 못하는, 차만의 고유한 여유이자 맑음”이라고 말한다. 플라보노이드는 식물들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 낸 천연색소로 항염증, 항바이러스 작용과 함께 혈압조절과 혈류개선에도 관여한다.
책에는 하루에 3~4잔 정도의 따뜻한 차를 마시면 항산화, 면역강화, 소화개선 등의 효과가 있다는 것과 여성의 피부미용에는 녹차, 백차, 허브차, 루이보스차가 좋다는 등의 꿀팁들도 풍부하다. 불면과 불안에는 캐머마일, 라벤더, 녹차를 추천하고, 염증과 통증에는 강황자, 생강차, 어성초 차를, 소화장애에는 매실차, 국화차, 페퍼민트 차 등을 권한다.
“차를 마시는 시간은 결국 쉼의 순간, 성찰의 순간이다. 현대사회가 잃어버린 리듬 즉, 멈추고, 숨 쉬고, 자신을 돌아보는 리듬을 회복하는 거룩한 행위”라고 저자는 말한다. 다만 사람들이 다도를 숙제처럼 어렵고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요즘은 다도가 딱딱한 형식에서 벗어나 새롭게 변화하고 있으며 MZ세대는 이미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차 문화를 소비하고 있다고 한다.
차를 함께 마시며 취향을 공유하는 것이 감각적 공동체를 회복하는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저자는, 지역 차를 재발견하고 생태적 차 소비문화를 조성함으로써 서로 연결되는 공동체 구성도 힘주어 제안한다.
차의 다양한 성질을 이해하고, 한잔의 차가 몸과 마음에 끼치는 영향력을 알고 나니 자연스레 이런저런 종류의 차에 관심이 간다. 지금은 겨울이니 보이차와 생강차 등을 마시며 고요와 온기를 맛보고, 평소 각자의 생체 리듬이나 취향에 맞는 차들을 두루 즐길 수 있다면 생활도 한결 여유로워질 듯하다. 세상의 속도에 연연하지 않는 차 생활의 미덕이 널리 전파되길 바란다.
박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