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럴린 G. 하일브런 지음/오수원 옮김/마티/1만8천원
컬럼비아 대학교 영문학과의 최초 여성 종신 교수로 30년 이상 재직한 저자 캐럴린 G. 하일브런은 자신과 세상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모두 언어, 담론, 서사라고 말한다. 누구나 이미 쓰여진 것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서사로, 회자되는 담론으로 자신을 형성해나간다는 뜻이다.
그러나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 시작해 1970-80년대 미국과 세계로 퍼져 지금까지도 우리 사고 체계의 거대한 부분을 차지하는 후기 구조주의의 영향으로 보이는 사유를 통해 보면, 여성은 한번도 씌어진 적이 없다. “여성이 서사의 주인공이었던 적이 없다” 이것이 하일브런이 ‘여성 쓰기’에 관한 역사를 분석하고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자서전과 평전, 그리고 문학 가운데서 특히 ‘시’ 비평에 주목하는 이유다.
여성의 탄생, 여성의 일상, 여성의 성장, 여성의 모험, 여성의 죽음, 이 모든 여성의 이야기는 세계에 어떻게 각인되어 있을까? 저자는 여성에게는 안전과 종결만이 주어졌다고 저자는 단언한다. 욕망도, 분노도, 모험도, 모델도 여성에게는 주어진 적이 없었다. 작품을 비롯한 문헌들, 인터뷰, 대화록, 서간 등 온갖 자료들을 동원해 기록되는 평전, 아니 스스로 써 내려가는 자서전까지도 ‘여성의 경우’ 실제 삶과는 달랐다.
그럼에도 저자는 1970년대 중반 이후로 세상으로 자신을 드러낸 훌륭한 여성 작가들의 분투와 변화를 찾아내 분석하고, 그렇다면 여성의 이야기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그런 관점은 어떻게 정립될 수 있고 발전시킬 수 있는지, 여성의 텍스트가 어떻게 다음 세대의 여성에게 쓰일 수 있는지, 남성을 중심에 두지 않은 여성의 삶과 지위가 무엇으로 가능할지를 탐색해나간다.
일곱 개의 장은 여성 삶의 정체성과 역사를 정립하기 위해 새롭게 정의 내려야 하거나 제거해야 하일브런은 모든 여성이 여성에게 부여된 제한된 서사를 강력히 거부하고 삶을 스스로 통제하며 신념에 따라 살아가기를 강력히 권한다.
유시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