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여성단체연합 엮음/사계/212쪽/1만5천원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한다는 것은 나의 공동체를 향한 약속이라고 여겨요, 이 나이 되도록 살아보니, 페미니스트로 산다는 게 사람답게 산다는 말이나 다름없더라고요” 책 속 60대 페미니스트 ‘할매’의 말이다. 책은 성평등한 부산을 만들기 위해 1999년부터 활동해온 진보여성단체들의 연합체, 부산여성단체연합이 엮었다.
첫 장 ’페미가 페미에게‘는 20대부터 70대까지 14명의 페미니스트들이 떡볶이, 초밥 등을 먹으며 나눈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글로 옮긴 것이다. 이를테면 “저는 달리기요. 한 번은 너무 스트레스받을 때 집 뒤에 있는 공원을 뛴 적이 있는데, 점점 기분이 좋아지면서 나중에는 실실 웃으면서 뛰게 되더라고요”라는 ‘주야’의 스트레스 관리법처럼 소소한 대화들. 심각한 정세토론이나 교육은 당연히 없다.
그럼에도 페미니스트라는 거창한 이름 아래 저마다 다른 삶을 사는 이 여성들은, 대화를 통해 서로의 일상을 공감하고 위로하며 존재를 확인한다. 그들의 생생한 언어에 책장도 술술 넘어간다.
두 번째 장 ‘페미전(戰)’은 페미니스트로서의 치열한 삶의 이야기이다. ‘전(戰)’에는 한 사람의 전기와 전쟁이라는 중의적인 뜻이 담겼다. 페미니스트들은 ‘말로, 시위로, 글로', 끝없는 전쟁 중이다. 30대 페미니스트 ‘세경’은 “유튜브에 들어가면 추천 영상에 여성 혐오가 깔린 내용이나 추잡스러운 콘텐츠들이 대놓고 뜨더라고요...문제 있는 콘텐츠면 영상 자체를 신고하고, 미리보기만 봐도 이상한 영상인 것 같으면 영상 재생 없이 아예 채널로 들어가서 채널 자체를 신고해요”라고 말한다.
함께 책을 엮은 페미들을 대표한 ‘물금’은 “쉬엄쉬엄 읽다 보면 곳곳에 숨어있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니, 부디 무사히 찾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박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