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 공지영 / 10,000원
장애아동 성폭행이라는 실화를 다뤄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영화'도가니'로 인해 공지영 작가의 원작소설 도가니가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거짓과 폭력 앞에서 분노하기는 쉽지만, 그에 맞서 싸우고, 죽어가는 진실을 구해내는 일은 어렵다. 작가 공지영이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광주의 모 장애인학교에서 자행된 성폭력 사건 실화를 다룬 이소설은, 귀먹은 세상이 차갑게 외면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이자 거짓과 폭력의 도가니 속에서 한줄기 빛처럼 쏘아 올린 용기와 희망에 대한 감동적 기록이다.
작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시절 신문 한 귀퉁이의 '도가니'사건의 마지막 재판 과정을 스케치한 기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순간 청각장애인의 이상한 울부짖음으로 재판정이 가득 찼다'는 문장을 보고 "한 번도 청각장애인이 내는 이상한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지만 순간 그 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 같았고 무엇이 그 사람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궁금해 취재를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성실한 취재와 진지한 문제의식, 공지영 작가 특유의 힘 있는 필치와 감수성은 마치 한편의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본 느낌이다. 약자 중에서도 약자인 장애아들의 편에서서 거짓과 맞서 싸우는 보통 사람들의 분투와 고민이 뜨거운 감동을 안겨주는 작품.
그리고 다 읽고 난 뒤에는 이 현실에 대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 우리사회의 극단적인 이면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작가는 우리사회에 잠재되거나 우리가 부끄러워하고 애써 외면하려는 거짓과 폭력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진실을 똑바로 보게끔 만든다.
[2011년 10월 7일 24호 1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