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여성사 100년 /이양자,김문희 옮김/한울 출
격동의 100년 중국의 여성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근대 중국의 역사과정에서 해방과 자립의 발자취를 함께 추적해볼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일본 중국여성사 연구회가 저술하고 중국사학자 이양자 김문희 모녀가 공동번역한 ‘사료로 보는 중국여성사 100년’(한울출판. 2만9천원). 중국 근대 격동의 100년 역사과정에서 중국여성들이 얼마나 비참한 환경에서 살아왔는지, 또 그것을 떨치고 일어나 여성의 지위향상을 위해 어떻게 노력했는지를 여러 사료를 통해 조목조목 밝히고 그려낸 이 책엔 중국의 산 역사와 여성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자주적으로 운동에 참가하지도 못하고 생각한 대로도 살아가지 못한 평범한 여성들이 매일 매일 엮어온 역사의 일면을 볼 수 있다. 청말에서 1910년대 공화국의 성립시기, 1920년대 대혁명의 시기, 1930년대 분열속의 근대화시기, 1940년대 항전과 전후 재건시기 그리고 20세기 후반까지의 중화인민공화국시기와 함께 여성사를 다루고 있다.
이 책 각 장의 끝 부분에그 시대에 대한 해설과 대표적인 주요 여성인물에 대한 칼럼을 곁들이고 있는 것도 특징. 중국의 근대사는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다. 여성박해의 역사도 상상을 초월 할 정도다.
이 책에는 중국의 여성의 삶을 송두리째 옥죈 전족 풍속을 억압의 시작으로 다루고 있다. 3~4세의 철없는 때부터 여자아이의 발을 심하게 조여 성장하지 못하게 했던 전족의 100년 역사와 함께 신해혁명기 여성 스스로 여성성을 부정하고 남성화를 지향한 것이나, 여자북벌구호선전대나 북벌공작단 등도 조직 활약하는 등 5.4운동 당시 지방데모의 선두에 섰던 여성들은 회검을 차고 구국 운동의 선봉에 선기도. 1926년 여성운동 결의안이 채택되면서 남녀평등원칙을 구체화했지만 당시 민족전체의 해방이 달성되지 않는다면 여성의 해방도 달성될 수 없다는 생각이 일반적이어서 국민혁명의 성공이 여성운동보다 우선시되었다고 여성학자들은 지적한다.
최초로 여성이 중국공장에 고용된 시기는 정확하지 않지만 20세기 초 강남의 면방직 공장에서 여성이 노동했던 사실이 확인된다. 1930년대 이후 남성노동자에서 여성노동자로 노동력의 전환이 이루어졌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시기 중국여성들은 다양한 패션을 즐기고 한동안 자유를 만끽했지만, 다시 1933년 이후 여성의 삶은 극도로 억압받았다.
남녀공학폐지가 단행됐고 교육뿐아니라 경비절감을 이유로 여자직원들을 전원해고 하는 등 남성직장 확보를 위해 여성이발사를 배제하거나 강소성 송강에서는 30세 이하의 과부를 전절당에 모여살게 하는 등 사회풍조가 여성의 해방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후 1949년 혁명에 의해 ‘여성해방=남녀평등’이 이루어졌다는 마르크스 주의 여성해방론에 의념을 품을 여지가 없을 정도로 중국은 문화적 쇄국상태에 빠졌고, 1980년대 동시대의 세계 사상이 한꺼번에 유입되면서 여성해방의 선진국이라 자부하던 중국 여성들 가운데서도 스스로의 문제를 재고하는 움직임이 일게 됐다고 이 책은 저술하고 있다.
일본이 공창을 들여오면서 가난한 집안의 여자아이들이 사창가로 팔려오는 인신매매행위가 이루어지는 등 이를 폐지하기 위해 사설홍을 이사로 하는 대만성 전체의 부녀회가 조직돼, 참정권획득과 폐창운동을 전개했다. 중국여성운동가들 역시 항일과 여성해방을 동시에 노력해왔다. 제라부녀협진회 등의 단체 활동도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이후 계엄령과 송미령의 지도로 중국의 여성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여성단체의 조직화와 신생활운동 전개 등 새로운 페미니즘이 모색되면서 여수련의 신여성주의를 열었다. 역자 이양자 박사는 “중국사 연구에서 여성사는 새롭게 부각되는 분야” 라며 성적 억압이나 남녀평등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전도사와 같은 역할을 해왔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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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3일 8호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