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하루 4시간 이상 원고 집필
팔순에 가까운 ‘할머니 작가’가 5천만원 상금의 ‘혼불문학상’의 첫수상 영예를 안았다. 올해 77세인 최문희(본명 최경림·사진)씨는 8일 대하소설 < 혼불> 의 작가 최명희를 기려 전주문화 방송과 혼불기념사업회가 제정한‘제1회 혼불문학상’ 수상자로 뽑혔다.
혼불문학상은 아직 출간되지 않은 장편소설 원고를 대상으로 선정하는데, 최씨의 수상작인 장편 < 붉은 빗방울 > 은 허난설헌의 삶과 문학을 다룬 작품이다. 심사위원장인 소설가 박범신씨는 “디테일하고 성실하게 이야기의 육체를 만들어냈다”면서 “그 시대를 살아간 한 여자의 삶을 매우 꼼꼼하게 바느질한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최씨는 이전에도 고액 장편 문학상과 각별한 인연을 지니고 있어 놀라움을 더한다. 그는 환갑이던 1995년 1억원 상금의 ‘제2회 국민일보 문학상’( < 서로가 침묵할때 > )과 2천만원 고료의 ‘제4회 작가세계 문학상’( < 율리시즈의 초상> )을 한꺼번에 수상해 화제를 모은적이 있다.
88년 < 월간문학 > 신인상으로 등단한 최씨는 소설집 < 크리스털속의 도요새 > (1995)와 < 백년보다긴 하루 > (2000)를 냈으며, 2008년에도 장편 < 나비눈물 > 을 펴내는 등 꾸준히 활동을 펼쳐 왔다.
그러나 그는 적지 않은 나이에 현역으로 활동하는 데 따른 고충을 털어놓는 것으로 수상 소감을 대신했다.
“혹시라도 상금에 눈이 멀어 또 문학상에 응모했느냐고 흉보지말아 주세요. 우리 문단에서는 이 나이가 되면 책을 내기도 어렵고 작품을 발표할 데도 마땅치 않더라구요. 노인 경시 풍조가 팽배합니다. 결국 작품을 발표하기 위한 방편으로 할 수 없이 문학상 공모를 택한 겁니다.”
그는 “존경하는 작가 최명희와 그의 작품 이름을 딴 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어 더없이 기쁘다”면서 “글은 나에게 하나의 생명선이기 때문에 지금도 하루에 네 시간 이상은 원고를 쓴다”고 말했다.
백가영 기자
[2011년 8월 18일 22호 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