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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문학

일방적 폭력 이제 그만… 왜곡된 진실도 있다

■ 화제의 책
4001 신정아 ‘사건’ 이후
 

"세상은 나를 두고 무조건 가짜라고 했다. 보여주는 서류마다 가짜라했고~ 내 인생 전체가 송두리째로 가짜로 치부되는 것이야말로 가장가슴 아픈 일이었다."
 
"누가 더 선정적이고 과장된 기사를 쓰는지 시합을 하는 것 같았다."
 
 "세상 사람들이 내게 등을 돌린게 아니라 언론이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검사는 대한민국 검찰이 그렇게 호락호락해 보이냐면서~평생 감방에서 썩게 하겠다고 했다. 너무 무서운 나머지 앉은 채로 오줌을 쌌다."
 
"구치소에서는 치료실이라는 곳에 들어가 옷을 홀랑 벗고 검신을 받았다, 죽을 만큼 수치스러웠다."
 
 
한 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정아' 이름 석 자가 다시 언론에 등장했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언론은 그를 발칙한 폭로자로 몰고 갔다. '멀쩡한 고위 공직자의 앞길을 망쳐놓은 여자', '자기변명에 급급한 여자', '자기 스토리만 미화한 과대망상 주의자'.....
 
사실 책을 샅샅이 읽어보기 전까지는 기자도 언론에 비춰진 신정아가 전부인 줄 알았고, 뭐라고 말했기에 또 세상이 이리도 시끄럽나 싶었다.
 
거두절미하고, 책 발간은 사실 이른 감 있지만 어느 누구도 그의 진정성에는 귀기울여주지 않은 사회를 생각하면 이렇게라도 펴놓을 수밖에 없었던 저자의 처지가 이해가 되었다.
 
그녀가 호소하는 털 끝 만큼의 진실조차 외면한 채 화려한 날개를 달고온 사방으로 날아다닌 그녀에 대한 온갖 추측과 억지가 사실인 냥 사람들의 입을 오르내리는 통에 실제 저자는 주어진 죄 값보다 더 큰 형량을 받았다.
 
재판과정에서도 그녀는 권력에 휘둘리고 처참히 무너진다. 이 책은 강압적 검찰조사와 피고의 인권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게 하는 것은 물론 판결이 나기까지 최소한의 수감자의 인권은 보호되고는 있는지, 변호사 선임을 잘못하면 없던 죄도 뒤집어 쓸수도 있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되짚어 보게 한다.
 
저자가 이 책을 쓰지 않았더라면 적어도 그녀를 둘러싼 모든 이야기와 진실이 조금이라도 알려졌을까? 오히려 씩씩하게 잘 견뎌내고 당당하게 말하는 그녀의 용기가 대견스러울 지경이다.
 
<4001> 신정아 '사건'전후 그녀가말하는 '그녀의 이야기'(사월의 책/1만4천원)는 총 421쪽에 달하는 페이지 수만큼이나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은 많았다. 수감시절 죄수번호를 달고나온 이 책은 이야기가 너무나 적나라해 그의 변명?이 조금도 거짓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그녀에게 죄가 있다면 적어도 자신의 일에 관한한 열정과 능력이 있고 이쁘고 매력적인데다, 더구나 '미혼'이고 '여성'이라는 게 죄라면 죄였다. 일명 '신정아 사건'으로 불리면서 한국사회의 학벌위주 풍토에 큰 경종을 울린 저자의 사건은 언론의 과장 보도와 지나친 선정주의로 개인의 인권이 보호되지 못했고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것은 분명하다.
 
변 전 실장과의 부적절한 관계는 유부남이라는 점에서 질타를 받을만하지만 유독 신씨만 도마위에서 난도질을 당한 것은 여성을 문제의 '화근'으로 몰고가는 우리사회의 성불평등 시각과 마녀사냥식 보도행태가 여전함을 보여준다.
 
많은 언론이 그녀를 고위공직자들에게 접근해 상류사회에서 활개를 쳐보고자한 '꽃뱀'으로 몰고 갔지만, 오히려 그들이 그녀를 그냥 두질 않았다. 능력있고 소위 반반한 여성을 어떻게 해보려는 수작을 부린 남성들의 저질본능이 문제라면 문제는 아닐지.
 
안타까운 것은 그동안 까발려진 왜곡된 진실들로 책이 발간된 이후에도 그녀의 진실은 여전히 허공의 메아리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기변명만 늘어놓았다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서두 즈음에 용서를 구했다.
 
자기를 믿고 채용한 동국대에는 진심으로 사과했고 자신을 믿고 따라준 학생들에게는 말할 수 없는 죄책감을 느낀다고 했다. 출생에서부터 성장, 유학시절과 큐레이터로서의 치열한 생활 등 일명 '똥'아지라고 표현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로맨틱한 러브스토리를 비롯 왜곡된 진실과 재판과정, 예일대 박사 학위논문대필자 트레이시라는 미국여인과 예일대 측과 얽힌 미스테리한 이야기 등 그녀에 대한 이야기가 진솔하게 담겨있다.
 
신정아. 그녀에 대한 일방적 폭력을 지켜봐야 했던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는 이제 그녀의 육성에도 한번쯤 귀 기울여야 공정하지 않을까. 적어도 그런 입장에서 신정아의 <4001>은 읽어볼 만하다.
 
유순희 기자
[2011년 4월 11일 18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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