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을 중심으로 활동중인 여성문단이 꾸준히 명맥을 이어가며 동인 문학활동이 활발하다. 지난 연말 부산지역여성문학인들로 구성된 (사)부산여성문학인협회(이사장 정영자)가 계간으로 발행하고 있는 여성문학 전문계간지 ‘여기’ 2013년 겨울호 출간에 이어 최근 경남 김해를 중심으로 활동중인 여성문학 동인 가야여성문학회(회장 나갑순)가 다락방이야기 제4
집을 발간했다.
집을 발간했다.
여성문학의 역사 ‘동인지’
부산여성문학동인 ‘여기’ 2013 겨울호가 ‘부산작고 여성문인 재조명’을 특집으로 다루었다면 가야여성문학인회는 ‘여성과 돈’을 특집으로 다루었다.
부산여성문학인협회는 해마다 작가상 시상식과 창립주년 기념식, 한국여성문학상 부산여성문학상 한국시낭송상 등 다양한 시상제도를 마련 동인들의 작가활동을 진작하는가하면 문학기행, 학생 시낭송대회 등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다채로운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회원들의 창작활동도 활발하다. 지난 한해만 해도 정영자 이사장이 장산국 창작시극집을 내는가하면 이순원회원이 ‘바람의 종착역’ 시집을 발간했고, 김덕남회원의 시조집‘젖꽃판’, 황소지 회원의 수필집 ‘날고싶은 꿈’, 윤기선 회원의 수필집 ‘그러나 그곳에 가면 문학이 있다’,홍화자 회원의 수필집 ‘꽃다지’, 김혜영 회원의 시집 ‘초로의 길목에서’ 등 잇따라 책을 발간 왕성한 문학활동으로 살아있는 문학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번 겨울호 ‘여기’특집호에서 다룬 부산 작고 여성문인 재조명 부분에는 박미정 회원이 ‘노영란의 시 세계’에 대해 탐구했다. 50년대 대표적 전통서정 시인이었던 노영란 시인에 대해 “50년대의 여성시인으로서 초현실주의적 시작품세계로의 변화를 시도하여 여성시인으로서 독보적인 예술성으로 보여주었다”며 “20세기 현대시가 실험시로 확대되어가는 현 시점에서 매우 중요한 문학사적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즉 감각적인 언어로 현대를 투사하는데 있어서 절제되고 비판적이면서도 인간정신의 공감대를 얻어내고자 하며, 무의식의 표현은 꿈과 현실의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또 이숭자와 김춘방의 시세계를 연구한 정영자 이사장도 문단사 연구에 누락되고 있는 이들 여성문인들에 대해 진단하고 정한과 고향회귀의 서정성과 이민생활이 외로움을 노래한 이숭자 시인의 시세계와 관련 전원적이고 목가적 서정시이면서도 현실인식의 날카로움도 형상화 시키며 시를 통해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따뜻한 가족과 평화로운 동네를 복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숭자 시인은 1913년 대구출생이지만 1954년 부산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경북여고, 부산여고 경남고교 교사를 역임하기도 했다며 동인지‘죽순’ 등에 작품을 다수 출품했고, 사십중반에 도미, 미주문학에 시를 발표하는 등 미 한인사회에서 활발한 문학활동을 해온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이숭자에 비해 남아있는 자료가 비교적 빈약한 김춘방 시인의 경우 초현실주의 시와 새로운 여성시의 지평을 연 대단한 여성시인임에도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한 점을 안타까워했다. 1962년 8월 동아대에서 ‘엘이로트의 초기시연구’로 석사학위를 받고 한성여자 초급대학에 출강, 불어를 가르친 김춘방은 1965년 12월 학생회에서 발간한 회지 ‘미네르바’창간호에 세계여성문학과 한국의 고전여성문학을 체계적으로 기술한 수필 ‘미네르바의 후예들’이란 글을 발표했으며 동광동에 ‘벨모르도서관’을 운영하는 등 학계나 문학서클에 장소를 제공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동인활동은 조향이 주도하는 ‘가이가geiger'에 현대문학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다수의 작품을
남겼고 이후 1960년대 ’일요문학‘동인으로 활동해왔다. 이번 연구를 통해 정영자 이사장은 1950년대 전쟁으로 인해 임시수도가 된 부산에서 강하게 불어닥친초현실주의 바람은 조향으로 대표되는 초현실주의의 영향을 받은 김춘방은 여성시의 서정성과 전통적인 형시을 극복하려는 의도를 뚜렷하게 가졌다고 조명했다.
남겼고 이후 1960년대 ’일요문학‘동인으로 활동해왔다. 이번 연구를 통해 정영자 이사장은 1950년대 전쟁으로 인해 임시수도가 된 부산에서 강하게 불어닥친초현실주의 바람은 조향으로 대표되는 초현실주의의 영향을 받은 김춘방은 여성시의 서정성과 전통적인 형시을 극복하려는 의도를 뚜렷하게 가졌다고 조명했다.
한편 가야여성문학인회의 4집 주제 ‘여성과 돈’은 어떻게 다루어졌을까. 창간호 ‘여성과 가난’ 2집 ‘성형’ 3집 ‘가족’에 대한 담론을 다룬바 있는 가야여성문학동인들은 매년 사회적 이슈가 되는 주제를 선정하여 한해동안 관련 책을 읽고 깊이있는 토론을 한 뒤 논단, 시, 수필,
동화 등 다양한 장르로 글을 담아내고 있다.
동화 등 다양한 장르로 글을 담아내고 있다.
흔히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현실에서 돈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나도 크기에 다함께 공감하며 주제로 선정하게 됐다고 밝힌다. 여성의 경제적 독립과 돈에서 자유로워져야 정신적인 자유도 누릴 수 있고 결국 문화예술도 돈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음을 공감한 것.
나갑순 회장은 “문학하는 여성들이 천박하게 무슨 돈이야기냐고 할수도 있지만 돈은 수많은 스토리로 신비를 누리고 있기에 동인들의 사유를 모았다”며 그러나 “돈과 관련도니 희로애락의 글을 기대했지만 대중앞에서 벌거벗는 일처럼 아직도 터부시하는 일이라 솔직한 체험들이 드러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인용과 서평위주로 글을 대신했다”고 말했다.
이번 4집에는 전혜정의 ‘돈으로 행복을 살수있는가’, 나갑순의 ‘여성부자들의 이야기’, 허모영의 ‘가야인의 돈이야기’, 윤영애의 ‘돈을 잘써야 돈이 모인다‘, 하영란의 ’황금이에 핀 사랑과 삶’, 하성자의 ‘이른 가을이 오다’, 변정원의 ‘창고속의 그대들이여 속히 내게로 오라’, 김정옥의 ‘시어머니의 빚’ 등이 수록되어 있다.
유순희 기자
[2014년 1월 22일 제48호 1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