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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인 레오 드메이의 '전쟁의 파문'(레오 드메이 저/다찬 출판/영문 국문 각 12.000원)은 1950년 한국전쟁을 계기로 일어난 한 가족사와 기구한 운명을 담은 책이다. 소설같은 실화의 주인공은 현재 부산소재 유엔기념공원 국제협력실장으로 일을 하고 있는 저자 레오드메이에 관한 이야기.
캐나다 세스케츠완의 작은 마을에서 양 부모님들의 친 딸인 여동생 한 명과 입양된 두명의 아들 중 막내로 자란 저자 레오 드메이는 향후 혹시라도 모를 질환에 대비, 의학력을 알고싶어 입양기관에 친부모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다가, 어느 날 친어머니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게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리고 운명의 이끌림처럼 어머니를 찾아 갔다가 낯선 카페에서 '한국전쟁참전용사'를 만나게 되고 모두 예비된 운명인듯 친아버지가 안장된 한국을 찾게 된다. 친어머니의 존재 확인 후 한국전쟁당시 참전했던 아버지가 전사했다는 것을 알게 된 저자 레오는 아버지를 찾아 한국, 부산과 인연을 맺게되고, 이후 레오는 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자유민주주의 지킨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궁금, 과감히 자국의 생활을 정리하고 홀연 한국행을 결심하게 된다.
세계 각국 참전용사를 위한 한국방문프로그램을 통해 부산을 첫 방문했던 레오는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 친아버지 묘비 앞에서 짧은 만남을 갖고, 이에 성이 차지 않자 다시 단독으로 한국행을 결심, 한국을 재방문한다. 이후 사설학원 영어교사 일을 하며 한국에 머무르면서 한국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갖던 중 유엔기념공원에 근무하던 지인이 병으로 더이상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자 지인을 대신해 국제협력업무를 맡게 되고, 운명처럼 아버지가 묻힌 유엔기념공원에서 일을 하게 된다.
이후 레오의 존재가 국내외에 알려지면서 지난 반세기동안 흩어졌던 가족들의 존재가 드러나고 다시 하나둘 만나게 되는 인연으로 이어진다. 한 나라의 전쟁이 안겨준 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한 여성의 기구한 운명과 태어나자마자 부모와 생이별하며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했던 생명. 그 운명의 연장선에서 아직도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믿기지않는 일들은 한 가족사의 문제로 치부하기엔 그 파장이 크다.
저자는 전쟁이 안겨준 영혼과 삶의 파괴는 한 개인사를 넘어 한가족의 평범한 모든 질서에 혼란을 가져왔음을 안타까워한다. 53년이 세월이 지나 흩어졌던 가족이 다시만나게 되는 이 이야기는 앞으로 또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를 일이다. 알지도 못하는 나라를 돕기 위해 출전했던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아이가 있는지도 모른 체 전사하고, 어린 나이에 혼자 아이를 키울 수 없어 고아원에 맡겨야 했던 엄마. 모성으로 써 내려간 53년 전 어머니의 생생한 육아일기는 읽는 이로 하여금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다.
본문은 편지와 운명의 예시와 같은 친아버지 동료와의 만남, 그리고 친어머니와 이복형제의 만남, 아버지를 찾아 기록보관소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 등 한국행을 결심하기 까지 총 16장으로 구성돼있다. 캐나다 현지에서 공무원으로 일을 했던 저자 레오는 슬하에 현지 대학에 다니는 외동딸을 두고 있다.
김유혜민 기자
[2013년11월19일 제46호 2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