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 흑인만들기/차경미 著/산지니出
중남미지역 전문가 차경미 박사가 신간 ‘라틴아메리카 흑인만들기’(산지니 출판, 1만7천원)를 펴냈다. 아프로-라틴아메리카 공동체 ‘빨랑께’를 저항으로서의 역사와 기억으로서의 문화로 풀어낸 이 책은 라틴아메리카 최대의 흑인노예 공동체 ‘빨랑께’의 역사와 삶, 그들의 정체성을 담았다.
15세기 말을 시작으로 19세기까지 수많은 아프리카인들이 노예로 아메리카 땅에 정착, 17세기 초 대토지 소유제를 바탕으로 수출용 상품 작물을 재배하는 근대적 농업경영 형태의 아시엔다가 발전하면서 흑인 노예의 삶은 더욱 힘들어 졌다.
노동력 착취를 위해 식민권력은 아프리카 흑인 노예들의 통제수단으로 폭력을 행사했고 이와함께 점점 더 식민권력도 강해져 이들을 피해 노예들은 산악지대로 도주했다.
‘시마론’(산으로 도망간 황소: 흑인노예)으로 불리었던 이들은 공동체 ‘빨랑께(또는 낄롬부)’ 를 조직, 식민권력에 저항하며 조직적인 반 식민운동을 전개했다.
낯선 아메리카에 정착하여 그들만의 아프리카를 재구성한 빨랑께는 구어전통, 춤, 초자연적인 요소 등 흑인의 경험과 관계를 맺고 있는 문화를 재정립, 지배문화속으로의 편입이 아니라 차별화된 정체정을 확립해왔다.
백인 엘리트들에 의해 아프리카계 후손은 사회 최하위층으로 분류, 사실상 현실속에서도 흑인과 원주민에 대한 배제가 지속되는 식민체제는 유지되었다.
백인의 지배아래 끊임없이 인종차별의 역사에 맞서 투쟁해온 아프리카계의 후손 ‘빨랑께’. 라틴아메리카 독립사에서 백인의 업적과 명성에 눌려 제대로 부각되지 못했지만 흑인 혁명가들의 역사적 공헌은 지대했다.
라틴아메리카 역사발전과정속에 19세기 건국이념 실현에 기여한 최초이자 마지막 콜롬비아 유일 흑인 대통령 니에또의 리더십과 지워진 역사, 시마론에 의해 형성된 최초의 흑인 독립지역 산 바실리오속에 녹아난 빨랑께 문화와 종교, 인종적 편견을 극복하고 평등한 사회건설을 목표로 하는 시마론주의 정신의 의미와 사회적 기여 등을 상세히 담아냈다.
오늘날 브라질과 콜롬비아가 아프로-라틴아메리카를 상징하는 낄롬부와 빨랑께를 국가 자산으로 평가하고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온 것과 아프리카계 후손들로부터 이어져온 역사와 문화가 사회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된 배경에는 인종적 다양성이 국가적 자산임을 인식하면서다.
민주적 다문화주의 상징으로서도 의미가 큰 빨랑께는 오늘날에도 면면히 이어져오는 아프로-라틴아메리카의 정체성이 되고 있다.
저자 차경미박사는 경희대를 졸업하고 콜롬비아 국립대 역사학과 석사과정을 마친 후 한국외국어대에서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중남미지역원에 재직중이다.
저서로 ‘콜롬비아 그리고 한국전쟁’, 공저로 ‘여러 겹의 시간을 만나다-부에노스 아이레스, 카르타헤나, 카라카스 그리고 마테차와 마야문명’, ‘라틴아메리카 원주민의 어제와 오늘-라틴아메리카 원주민의 역사와 세계관’, ‘춤추는 축구’ 등이 있다.
유시윤 기자
[2017년 7월 17일 제90호 1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