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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문학

희수(喜壽)에 깨달은 삶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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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가 운경 이양자(77)동의대 명예교수가 처녀시집 ‘자성의 길목에서’(도서출판 마을, 1만2000원)를 펴냈다. 희수(喜壽)의 길목에서 감사와 자성으로 인생을 돌아보며 깨달은 삶의 가치가 오롯이 담긴 온화한 시집이다.


저자는 “뒤돌아보니 고난이 있었지만 고난은 축복의 또 다른 이름이었고 아픔은 언제나 행복을 옵션으로 가져다 주었다”며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좋은 곳으로 만들어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 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이라면 매일의 삶속에서 성공을 축적해갈 수 있기에 성공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인 것을 깨달았다”고 밝힌다.


참 곱게 나이들어가는 학자의 모습이다. 150페이지 시집 한권에 담긴 그의 삶의 노래는 자연의 순리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뉘어진 6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억과 추억으로 회상이 일렁이는 그리움의 노래 ‘1장 서랍속의 미소’, 피고지고 가고오고 자연의 순리속에 소녀같은 순수함이 묻어나는 아름다운 자연의 노래 ‘2장 커피를 마시며’와 ‘3장 가을의 노래’, 삶의 희로애락이 담긴 여로와 가족, 인생을 노래한 ‘4장 자성의 길목에서’, 그리고 한해 절기의 끄트머리이자 새로운 시작의 접점에 있는 겨울처럼 인생후반에 이른 학자의 사색과 철학이응축된 고독한 시인의 노래 ‘5장 겨울, 남이섬의 추억’과 마지막 ‘6장 술 한잔의 독백’에선 마지막 시 ‘무제’에 담긴 시어들이 말해주듯 고독속에서 기다림과 인내하며 망각으로 치유하고 영원한 사랑을 노래하는 술의 찬가를 담았다.


기껏해야 포도주 한 두 잔, 복분자 한 두잔이 전부지만 알싸한 느낌하나로도 감정을 발효시키는 소통의 효모가 되고, 모진세상을 견디게 해주는 마술사, 아픔을 망각케 해주는 벗이 되는 술 예찬에서는 사랑과 그리움이 버무려진 지독한 고독이묻어난다.


저자 이양자 명예교수는 “퇴직한 지 3년여 지나 칠순을 눈앞에 두고 홀연히 혼자가 됐다. 남편을 떠나보내고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어떻게 삶을 영위할 것인가 돌아보게 되었고 적막감속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며 “가르치기만한 36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다시 배움의 터로 나가자싶었고, 어떠한 간섭도 의무도 배제된 홀가분하게 배워보자는 마음을 시를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시작(詩作)의 배움의 길로 들어선 지 6년 만에 신인상을 받고 등단했지만, 부끄러운 마음에 출판을 저어하다 희수를 용기삼아 시집을 냈다고. 저자의 첫 시집은 사랑하는 남편을 떠나보내고 홀로서기하며 보내온 지난 시간들과 좀 더 정립된 인생관으로 황혼을 수놓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시인 이문걸 동의대 명예교수는 “이양자 시인의 시에서 자주 발견되는 심미적 인생문답은 삶에 대한 긍정으로 일관된 사고방식에서 연유한 것으로 솔직하고 담백하며, 게다가 여유와 일탈을 즐길 줄 아는 고답적 인생관과 순수감각이 융합되어 독자들로 하여금 보다 사색적인 성찰의 세계로 상향되고 있다는 점에 긴장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한다.


아픔과 그리움을 배움이라는 새로운 시작으로 만남을 희망하고 긍정으로 보듬어낸 아름다운 황혼의 노래를 만나보자.


유순희 기자

[2017421일 제8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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