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먹먹해지는. 같은 경험을 하지 않아도 공감이 사무치는 진짜 사람의 말, 몸의 언어, 자연의 소리. 원무현 시인의 시는 살아있다. 사람냄새가 난다. 일상처럼 전개되는 시어들이지만 느낌이 색다르다. 자신만의 경험과 사유가 응축된 그의 시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원무현 시인이 최근에 출간한 시집은 ‘강철나비(도서출판 빛남, 1만원)’. 120쪽 74편에 이르는 시가 4부에 걸쳐 실려있다. 지난해 11월 초판, 이번이 2쇄째다.
경북성주 출생의 원무현 시인은 2003년 격월간 ‘시사사’로 등단한 부산작가회의 회원. 등단이전 틈틈이 습작활동을 해왔던 그는 1994년 처녀시집 ‘너에게로 가는 여행’을 출간했다. 이 후 ‘홍어’ ‘사소한 아주 사소한’외 다수를 발행, 문단의 주목을 받아왔다.
기쁨과 슬픔, 과거와 현재, 실재와 상상, 직설과 역설 등 이분법이 공존하는 그의 시세계는 기막힌 조합과 구조로 현상을 이루고 그림자 같은 여운을 남긴다. ‘웃는게 웃는게 아니다’는 노랫말처럼 비유와 은유가 상상을 저울질 하게 하지만 ‘그것이 꼭 그것’이 아니었음을,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진실을 쫓게하는 묘한 힘이 있다.
문학평론가 정훈은 “시인에게 시적대상은 단순한 소재의 차원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시인에게 소재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라기 보다 오히려 이미 시혼을 품고있는 형상이자 정신으로 놓여있다”며 “원무현 시인의 시는 현실 및 가능성의 탐문과 함께 지속되는 시간의 물줄기에서 존재의 의미를 간파하는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고 해설하면서 ‘몸의 현상학’이라고 응축해 표현한다.
그는 또 “생기(生氣)의 틈새를 날카롭게 포획, 놀랍도록 객관적이되 객관이 보듬는 삶의 여여 (如如)한 주관들을 놓치지 않으려는 시인의 마음은 어디에서 샘솟는지 자뭇 생기롭다”고 감상을 남겼다.
시인의 발자취와 삶을 엿보게 하는 그의 솔직담백한 시에서는 인간의 ‘생로병사’를 다시금 생각게 하고, 팍팍한 현실과 고통의 기억마저 아름답게 승화시킨다. 비애와 통한, 절망까지도 희망으로 다듬어 ‘피식’ 웃음을 머금게 하는 그 무엇. ‘자연’과 ‘세상’이 시인의 ‘순수’를 만나 이룬 힘이 아닐까.
유순희 기자
[2017년 3월 24일 제86호 1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