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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인파가 만들어낸
여름날의 이야기들
밀려가고 밀려온다
요동치는 물보라
밤의 지배자에게 정복되고
초록별 하나 밤바다에 내려와
파도와 입맞춤한다
이브의 밤은
불타는 환락의 영토를 점령한다
-최경숙-
세관공무원으로 인생 일모작으로 끝내고 이모작은 시인이자 수필가로 살아온 남편의 영향이었을까. 시를 사랑하던 전직 아나운서가 팔순에 이르러서야 시인의 꿈을 이루었다.
대학졸업 후 KBS아나운서로 방송생활을 해온 최경숙(80)시인. 그는 지난 10월 11일 처녀시집 '이브의 바다(빛남출판사.1만원)'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가족과 지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 날 시집 출판기념회는 최씨의 팔순을 기념해 열리는 뜻있는 자리.
전 MBC아나운서 이용구씨가 사회를 맡아 차분하면서도 가족적인 분위기를 이끌었고, 문단의 여러인사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양왕용(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시인, 허충순(해운대 문인협회 회장) 시인, 하현식 문학평론가, 천향미 시인, 김연주 호우문학회 회장, 빛남출판사 대표 원무현 시인 등이 참석했고, 최씨의 여동생인 최선자 영화배우 겸 탤런트가 최씨의 시를 낭송했다.
소프라노 배선화(울산시립합창단 솔리스트)의 '저 장미꽃 위에 이슬' 축하노래와 과거 KBS어머니합창단으로 함께 활동했던 실버 중창단 유화순외 4명이 '별'을노래하고 조문제 시인은 섹소폰 연주로 분위기를 더했다.
"일주일에 한 편씩 열심히 썼어요. 국문학을 전공해서 그런지 시공부가 힘들지는 않았지만 무디어진 감성으로 늦깎이 창작활동을 한다는 게 여간 부담스럽지 않았지만 흥미롭고 재미있었어요."
오랜 기간 방송일을 해오다가 늦깎이로 시를 접하게 됐지만 방송일과 시 사이에정서적 가교가 있어 쉽게 시와 친하게 된 것 같다는 최씨는 "남은 시간 더욱 열정적으로 창작활동에 몰두하고 싶다"며 "이제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 내면의 깊이를 더해 포스트 모더니즘적인 시를 써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새로운 인생여정에 시 발자국을 남기고싶다는 최씨. 완숙의 삶이 묻어나는 아름다운 황혼이야기를 또 다시 준비하고 있다.
유순희 기자
[2016년 11월 23일 제82호 2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