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를 풍미했던 아주 특별한 사랑의 주인공 22인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책이 나왔다.
이 지구상에 존재했던 수많은 사랑의 여러 형태 중에서도 그들이 체험했던 열정적이고 도취적인 에로스에 중심을 두고, 수 많은 자료를 통해 불멸이자 전설이 된 사랑을 사실에 접근하려는 의도로 집필한 조동숙 시인의 ‘세기를 뒤흔든 불멸의 사랑(문이당, 1만4천500원)’이다.
저자가 본보에 연재했던 ‘세기의 로맨스’ 주인공들과 여기에 인물을 더 추가해 보다 다채롭고 풍성한 자료를 보강해 출간한 책이라는 점에서 의미롭다.
이 책에서는 국왕, 왕비를 비롯, 한 시대는 물론 한 세기를 풍미했던 학계, 문화예술계의 거장들. 이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유례가 없는 기념비적인 업적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상 아직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저자 조동숙 시인은 “그들의 로맨스가 사실과는 다르게 알려져 있는 경우도 있지만, 우상이나 이상, 그리고 꿰맞춘 이미지가 아닌 본래 그대로의 모습과 대면하는 일은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사실과 다르게 과대 포장되거나 지나치게 미화된 내용들을 객관적 시각으로 엄정하게 서술했다”고 밝혔다.
사랑을 위해 왕위도 버린 에드워드8세. 당대 영광과 명성을 누려왔던 대영제국의 왕이 지독한 사랑에 빠져 왕위도 왕실도 버린 일은 픽션이 아닌 실제 이야기다. 이로 인해 당국인 영국은 말할 것도 없이 전 세계인에게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작가가 선정한 22명의 로맨스, 즉 세기적 사랑이자 세기의 사건을 통해 천의 얼굴을 가진 사랑들은 세상 사람들의 뭇매를 맞기도 했고 다양한 화제를 뿌리기도 했지만 아직도 영롱한 빛을 발하며 우리의 가슴을 뛰게하고 있다. 그들이 보여준 사랑이 모범적인 본보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을지라도 보다 색다른 내용으로 사랑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있다는 점이 괄목할 만하다.
오스트리아 여제의 딸이자 프랑스 왕비에서 저주받은 죄수로의 극적 운명과 마주했던 비운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화려한 궁정에서 처참한 감옥으로, 온 국민의 환영에서 들끓는 증오로, 지고의 자리에서 단두대로 내몰렸던 운명 앞에서도 의연했던 왕비였다. 그 힘의 원천은 바로 사랑이었다.
이외에도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남자들, 도스토예프스키의 삶과 문학, 그리고 사랑, 로댕만을 사랑했던 카미유 크로텔,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이 로맨스, 슈만과 클라라 , 브람스의 러브스토리, 뉴욕을 상징하는 앤디워홀의 삶과 사랑, 루소의 뜨겁고도 몽환적인 사랑 등 총 3장에 걸쳐 소개된 대가들의 특별한 사랑은 그동안 알려진 로맨스나 지나치게 미화되어 왔던 부분 등도 짚어보고 있다.
세기의 로맨스, 그 주인공들을 통해 우리는 사랑의 치열성과 도저히 저항할 수 없었던 욕망들을 인식함으로써 사랑의 새로운 좌표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게 저자의 집필 의도이다.
사랑의 역동적인 생명력과 더불어 사랑이 휩쓸고 간 괴로움, 외로움, 상처자리도 소중하게 끌어안고 보듬을 수 있을 때 사랑에 대한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 중간중간 저자의 문학적 감성이 녹아난 자작시를 읽는 재미도 쉼터같은 역할을 한다.
유길정 기자
[2019년 4월 25일 제111호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