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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문학

물위를 건너가는 바람소리 같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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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 ‘이미 시인’. 독특한 수식어가 따라붙는 작가. 예의 털털한 이웃집 아저씨같은 시인 이성근 사)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가 최근시집 ‘바람이 되는 이유’(도서출판 전망, 1만2천원)를 상재했다.

오랫동안 환경운동단체에 적을 두고 시민운동을 해온 이성근 시인은 지역에서 환경운동가로 더 익숙한 인물이다. 경남 의령출생으로 일찌감치 부산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며 실무를 총괄하는 사무처장을 역임해왔고, 현재의 그린트러스트로 적을 옮겨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치고 있다.

글머리에서 짐작할 수 있다시피 이성근 시인은 참 인생을 잘 살아온 듯하다. 지인들이 ‘이미 시인’의 주옥같은 글과 정서를 공유할 수 있도록 시집출간을 십시일반 도왔다니, 남부러운 이벤트임에 틀림없다. 190여 쪽 100여 편이 넘는 시들이 수록된 처녀시집 ‘바람이 되는 이유’에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소재와 사회상이 반영돼,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생태운동가의 자연애와 순수함은 물 흐르듯 편안한 그의 시 세계에서 여실하다. 박정애 시인은 작품 평에서 “손에 잡히지 않는 시적 영감을 억지로 잡겠다고 몸부림친 시가 아닌 자연스럽고 가을 저수지 물위를 건너가는 바람소리와 같은 시”라고 극찬한다. 덧붙여 그는 “자연과 인간의 공생원리를 입으로만 꽃처럼 남발하는 말잔치가 아닌, 온전히 몸으로 실천하는 사람의 시는 읽는 사람을 섬뜩하게 한다”고도 평했다.

그의 어떤 시에서도 절망이란 없다. 이상과 현실의 공존속에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사람사는 세상을 직시하면서도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렇다고 지루하다거나 딱딱하다거나 싫증나지 않는 건 작가의 고운 심성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순풍처럼 부드러운 바람같은 남자, 중년의 남성 사회 활동가가 말하는 ‘바람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향들녘의 푸근함같은 이성근 시인의 시를 통해 힐링해보자.


유순희 기자

[20191125일 제1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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