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의 위대한 시인이자 국부로 추앙받고 있는 호세 마르티(1853~1895)의 시편들이 '시인의 손'으로 번역돼 나왔다.
‘호세 마르티 시선집’의 번역자는 부산 원도심에서 글쓰기공동체 ‘백년어 서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수우 시인이다. “쿠바에 몇 번 다녀오면서 19세기 시인 호세 마르티를 사랑하게 됐다”는 김 시인은 비서구 문학을 꾸준히 간행하고 있는 글누림 출판사를 통해 이번 번역시집을 펴냈다.
“억압받고 있는 국가에서 시인이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혁명전사가 되는 것 뿐이다” 라고 한 쿠바 아바나 출생 ‘호세 마르티’는 쿠바의 독립영웅이다. 마르티의 삶 전체가 제국주의에 맞선 혁명을 관통했고, 그의 문학은 19세기의 탈식민과 신제국주의의 양상에 대해 날카로운 통찰을 보여준다.
라틴아메리카의 대표적 지성으로 *모데르니스모 문학의 주역이기도 한 마르티가 비판적 사유로 실천한 선구적 삶을 후세들은 ‘사도’로 명명했고, 그의 모든 작품과 기록은 2005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호세 마르티 시선집’은 김수우 시인이 아바나의 ‘마르티아노 연구센터’에서 발행한 ‘호세마르티 시집’(2013)을 원본으로 삼고 ‘호세마르티 주석본’을 근거삼아 번역했다. 또한 전체 시 146편 가운데 77편의 핵심 시편들을 직접 선정해 독자들이 마르티를 더 깊이 향유할 수 있도록 했다.
김 시인은 마르티가 남긴 세권의 시집인 ‘어린 이스마엘’(1882), ‘소박한 시’(1891), ‘유고시집’(1913)을 총 3부로 구성했다. 유고시집인 ‘자유로운 시’를 1부에 놓은 이유에 대해서는 “마르티의 사상과 미학, 그 치열함에 접근하려면 ‘깊이의 방식’이 더 좋을 것 같았다”고 한다.
시의 해설도 김 시인이 직접 맡았다. 그에 따르면 1부 ‘자유로운 시’는 시인의 전 생애에 걸쳐 쓰인 작품들로, 청소년 시절에 시작된 죄수의 고통과 이방인의 경험들이 담겨 있다. 2부 ‘소박한 시’는 번호가 매겨진 46편을 하나로 구성한 묶음인데 이번 시집에는 29편을 소개했다. 3부 ‘어린 이스마엘’은 호세마르티의 첫 시집으로 그의 아들에게 바친 15편의 시들이다.
김 시인은 “투쟁적 삶과 문학적 실천으로 ‘궁극적 평등’이라는 자신의 이상을 숭고함의 극치로 이뤄낸 호세 마르티의 이미지와 사유를 통해, 삶 전체를 향한 새로운 '사랑'이 시대의 가슴들마다 움트길 바란다”고 전했다. 호세마르티 지음 / 김수우 옮김 / 글누림 / 279쪽/ 1만5000원.
*영어의 모더니즘과 사전적 의미는 같음. 라틴아메리카의 문학유파
박정은 기자
[2019년 9월 20일 제116호 1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