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소설을 넘나드는 국내 유일의 해양문학가인 이 작가는 3일 저녁 7시 중구 백년어서원에서 열린 북토크 ‘사람을 꿈꾸는 책’에 참석해 소설과 인생이야기를 나눴다.
1959년 강원도 주문진 출생인 작가는 1977년부터 배를 탔고, 1992년 원양어선 선장이 되어 23년간 세상 바다를 누볐다. 2014년 하선한 이후에는 공해상의 수산자원을 보호하는 국제과학옵서버로 다시 배를 타면서 제2의 바다 인생을 살고 있다.
소설 ‘남극해’는 작가가 2011년 같은 제목의 중편으로 부산일보 해양문학상 대상을 받은 후 10년 만에 장편으로 재탄생했다. 그가 실제로 남극이빨고기잡이 배를 타고 겪었던 극한의 체험은 단단한 토대가 됐고, “에피소드의 8할이 실제로 있었던 일”인 만큼 서사적 재미와 생동감이 넘친다.
만선의 꿈을 향해 “목숨을 얼음 위에 걸어놓고 본능과 직관으로 살아가야 하는 절대적인 곳”에서 “남극이빨고기를 찾아 남극해를 떠도는” 뱃사람들의 이야기는 한국소설 최초의 시도라는 의의를 넘어 보편적인 공감을 자아낸다.
“책에 여자 이야기가 거의 없다”는 독자의 질문에 작가는 “잠시만 방심해도 죽음의 나락으로 곧장 떨어질 수 있는 남극의 바다에서는 선원들이 여자를 생각할 겨를조차 없다”는 냉엄한 현실을 말한다.
“여러 복선들이 있긴 했지만 배에 불이 나는 마지막 장면은 너무 급작스럽다”는 말에는 “바다라는 곳이 그렇게 한 순간에 생사를 갈라놓으며 우리 삶의 허무를 드러낸다”고 한다.
“주인공 강 사장이 진정한 뱃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혹시 실제 인물을 모델로 했느냐?”는 질문에는 “나 자신이기도 하고, 또 실제로 그런 분이 존재한다”며 실명을 공개했다.
해양문학가로서 외국작가의 영향은 거의 받지 않았다는 그가 문학의 길을 가게 된 싹이라면 “아마도 고교시절 친구들의 연애편지를 대필해 준 것”일 거란다. 작가는 2005년부터 생존의 현장인 바다에서 온몸으로 겪고 느낀 선원들의 수많은 고초와 바다 이야기를 글로 남기기 시작했다. 시로, 소설로 승화된 그의 문학은 각종 해양문학상을 휩쓸었다.
평생 바다와 함께한 작가는 “다음세대가 바다를 알고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다”면서, “아직도 뱃사람들의 이야기를 다 담아내지 못해 더욱더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길 지음 / 전망 / 302면 / 1만 4천원
박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