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의 북 리뷰-책과 틈] 매일 아침 나는 텃밭에 간다
‘책과 틈’은 작가와 독자 사이의 ‘틈’을 뜻하면서, 동시에 길을 ‘트듯’ 책과 스스럼없이 가까워진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는 곧 서평의 방향성을 나타낸다. [편집자 주]

매일 아침 나는 텃밭에 간다, 강철원, 한스미디어, 2026
에버랜드 동물원 주키퍼인 저자는 산골 가까이 작은 땅 하나를 갖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 그러다 다른 사람들은 관심도 두지 않을 만한 외진 곳에 마음에 쏙 드는 땅을 만나 “계획에도 없던 텃밭”을 가꾸게 된다. 어머니의 조력과 어린 시절 시골 마을에서 터득한 기억을 믿고.
책은 텃밭에서 이런저런 종류의 작물을 가꾸는 일상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저자가 어떤 정서로 글을 쓰는지는 간결하면서도 활기찬 문장, 유머, 신선한 비유를 통해 잘 드러난다.
‘쌈 마니아의 감싸 안기’, ‘맛을 부추기는 부추’, ‘까마중과 까까중’, ‘오직 생강 생각뿐’ 등 각 장의 제목도 언어 유희로 내용에 대한 호기심을 불어넣는다.
책은 우리를 추억으로 이끈다. 저자는 어린 시절, 여름철 특별 간식이었던 옥수수를 큰 솥에 쪄서 온 식구가 먹었던 순간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행복으로 꼽는다. 옥수수 알을 보석에 비유할 정도다. 쥐약에 버무린 번데기를 먹을 뻔했던 일, 들깨를 떨고 나서 어머니가 후후 불어 건네주신 들깨를 꼭꼭 먹을 때 번지는 향의 기억, 날다람쥐처럼 산머루를 따던 일 등이다.
상품화된 채소들만 보는 우리에게 호박꽃, 오이꽃, 가지꽃, 감자꽃 같은 채소들이 피우는 꽃의 매력도 전한다. 관상용 꽃과는 다르지만 “어떤 꽃은 야리야리하고, 어떤 꽃은 앙증맞고, 또 어떤 꽃은 우아하다. 농부의 눈에는 그저 모두가 예쁘고 귀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텃밭의 식물이 오히려 자신을 키우는 것 같다고 한다.애정을 쏟아도 쉽게 마음을 내주지 않던 딸기 농사, 아내의 당근 사랑에 시행착오 끝에 당근을 수확한 일, 너무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준 완두콩, 고추 농사의 어려움, 흉작의 아픔 뒤 풍작의 기쁨을 줬던 오이, 주변에 눌리기도 하면서 최선을 다해 자라나는 생강 등을 보면 자연이 스승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실패는 실패대로 나를 담금질하는 소중한 경험이 된다. 그러면서 거친 땅과도 같은 내 마음밭이 고르게 다듬어지고 비옥해진다.”
책에는 저자가 직접 가꾼 텃밭 작물 사진들과 다양한 세밀화도 들어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마트에서 보던 것과 달리 투박하지만 다부지게 자란 노지 작물을 사진과 그림으로 만날 수 있다.
저자는 동물들을 위해 식물을 가까이 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 바람을 바오패밀리가 사는 공간에 실현했다. 에버랜드 바오패밀리에게 남천과 유채를 만나게 해 준 것이다. 동물은 식물을 떠나 살 수 없고 인간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남천이 판다와 교감하는 식물로 자리를 잡는 바람에 ‘남천바오’라는 별명을 얻었고, 저자는 ‘남천바오 할부지’라는 애칭을 얻었다.
나비, 고라니, 산새, 올빼미 등 찾아오는 동물들도 많아 텃밭은 그 자체로 생태계의 현장이 된다. 저자는 텃밭 시작 1년 만에 약 45종의 식물이 자리 잡을 만큼 여러 작물과 과수, 꽃나무들을 가꾸고 있어 조경학도 따로 공부했다고 한다. 그는 오늘도 사계절 벌어지는 텃밭에서의 끝없는 일을 즐기며 살고 있다.
“자연의 생명체들은 모두 그 돌봄과 사랑을 받으며 자란다. 그렇다면 자연 속 일부인 나는 어떤가? 햇살과 땅의 기운과 바람의 돌봄에 감사하고 있는지, 주어진 삶에 성실히 임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책 사이사이에 저자가 터득한 농사 팁과 텃밭 농작물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요리법도 제공돼 있다. 텃밭 농사를 간접 체험하면서 자연과 인간에 대한 마음가짐을 새로이 할 수 있는 책이다.
박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