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 《겹겹마다 청청》 표지
부산과 인근 지역의 ‘산’을 소재로 우리 삶의 경험적 층위와 생명을 복원하려는 생태적 몸부림을 시로 옮긴 사화집이다. (사)부산민예총에서 개최하는 스물한 번째 금정산생명문화축전의 의미를 드높이기 위해 부산작가회의 소속 54명의 시인이 부산과 경남 지역의 산을 노래한 것.
참여 시인들은 부산의 주산인 금정산을 비롯해 황령산, 승학산, 복병산, 장산, 봉래산, 그리고 경남의 천성산 영축산, 적석산, 황매산, 지리산까지 생명의 원천인 산을 통해 우리가 물려주어야 할 영원한 자연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려주고 있다.
동방의 해 뜨는 나라, 위도나 경도가 어찌됐건/유라시아대륙 관문에서 제일 먼저/해가 뜨는 천성산,//그 옛날 중국에서 온 천명 대중이/해동 원효를 찾아와/원효의 설說한 바 없이 설한 무설법에/들은 바 없이 득도한 천의 성인이 배출된 산정습지/화엄 늪 노천법당에 서면/동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박정애 ‘천성산千聖山’중에서)
명상에 잠긴 겨울나무/뼈 속까지 파고드는 찬바람에/성자로 서 있다/남문 가는 길목에서 만난/절집 물소리/긴 동안거에 들고/암자는 느릅 바위에 볕살을 일군다/솔숲 들머리 맴도는 까막까치/적막을 물고 오면/고요한 시간의 중심에서/나는 정물화가 된다/산 그림자 끌며 올라온 케이블카/마냥 오르고/또 내려가야 하는 수행길이다 (정경미 ‘겨울 금정산’ 중에서)
발아래가 청청 청청/모두 다 신록/정상에 서 있는 내 몸/겹겹마다 청청/푸르디푸른 봄나무 한 그루/춘흥에 못 이겨 신록 신록/여러 이파리 잎맥 속으로/자지러지는 봄물이 청청/
숲으로 길이 나고/강물 들고 파도치고/그 길 따라 적석 적석/봄이 걸어가며 신록 신록/ 적석산 아래 또 적석산/겹겹마다 청청 청청 (최원준 ‘적석산積石山의 봄’ 중에서)
부산민예총 김평수 이사장은 “이번 사화집을 통해 파괴되고 무너지는 자연과 생명을 바로 세우고, 상생과 평화의 기운이 이 땅에 넘쳐흐르도록 하여 부산 시민과 민족예술인들이 예술로 서로 감응하는 축전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작가회의 김요아킴 회장은 “부산의 시인들이 지역의 산들을 하나하나 호명(呼名)하며 이에 생명을 불어넣는 시적 소통을 감행했다”며 “시민들과 함께 공유하면서 산의 의미를 새롭게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박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