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먼 플레시먼/이윤정 옮김/글항아리/1만6800원
여성 장거리 달리기 챔피언 로런 플레시먼의 회고록이자, 여성 스포츠를 위한 선언문 같은 책이다. 은퇴 후 코치와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로런 플레시먼은 대학 리그에서 다섯 차례나 우승하고 5000미터 미국 챔피언 타이틀을 두 차례 석권했으며, 국제 무대에서도 다이아몬드 리그 2회 우승을 포함해 화려한 이력을 쌓았다.
정상급 선수로 거듭나기까지 역경을 겪고 극복해나가는 서사도 매력적이지만, 무엇보다 남성을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 속에서 여성이 겪는 불합리함을 진정성 있게 풀어냈다. 거기에 관련 통계와 연구 자료까지 충실히 인용해 객관성을 확보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책에 따르면 여성 운동선수는 일차적으로 다른 선수들과 경쟁하지만, 동시에 여성을 교묘하게 배제하고 착취하는 시스템과 싸우고, 여성으로서 본인이 지닌 신체와도 끊임없이 불화한다. 저자는 여성 운동선수의 복잡하고 지난한 투쟁을 진솔한 태도와 날카로운 시선을 통해 한 편의 드라마로 엮어냈다. 그렇게 이 책은 남성들의 세계에서 자라나는 여자들에게 바치는 한 편의 선언문이 됐다.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스스로에게서 멀어지게 하는 힘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나에게로 돌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또 배웠다’고 고백한다. 개인의 감동적인 성장 서사이기도 한 이 책을 통해, 독자들 또한 어떤 힘에 의해 무엇을 잃어버리며 달려가고 있는지를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유시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