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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미술

흙속에서 시간의 흔적을 조각하다

[2013년 8월21일 제44호 17면]
 

이영섭 자선전시회, 소중한눈 안과서 8.12~9.14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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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과정이 독특한 조각가 이영섭의 자선전시회가 개최 중이다. 8월 12일부터 내달 14일까지 소중한눈 안과(해운대 우동)에서 열리는 자선전시회는 백혈병소아암 어린이를 돕기 위한 전시회로 갤러리 예동(대표 김옥희)이 주최하고 사)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회장 안민석)와 해운대 소중한 눈 안과(원장 김승기)가 함께 뜻을 모았다.
 
작가와 함께 이들은 소아암어린이들의 아픔과 그들이 처한 어려움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나눔 문화 확산에 나선 것이다. 갤러리를 벗어나 환자를 진료하는 공간에서 전시되는 것도 이색적이지만, 이번 전시가 더욱 특별한건 직접적인 기부의 형태를 넘어선다는 데 있다. 예술의 미와 감성을 공유하는 것이 곧 나눔이 된다는 시각을 제시함과 동시에 지역자원과의 네트워크를 통한 가치의 확산을 보여주는 전시이기 때문이다.
 
이번 자선전시의 장소를 제공한소중한눈 안과 김승기 원장은 “이곳을 찾는 이들이 건강한 눈과 함께 따뜻하고 밝은 마음의 눈을 가질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12일 오프닝에는 현 국회의원이자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장인 안민석 의원이 참석해 우리나라 어린이 질병사망원인 1위인 소아암에 대한 심각성과 상당수의 어린 생명들이 경제적 이유로 치료과정에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 것에 대해 지원이 절실함을 알렸다.
 
이처럼 따뜻한 나눔을 실천 중인 조각가 이영섭은 어떤 작가일까.작가는 마치 고고학자처럼 발굴 작업을 통해 작품을 생산해내는 기법의 ‘발굴 조각가’로 유명하다. 그의 조각은 땅에 거꾸로 음각으로 조각을 한 뒤 그 안에 돌이나 몰타르 등 혼합재료를 부어 굳히는 조각 방식이다. 이후 재료가 굳으면 다시 캐내어 최소한만 다듬어 작품을 완성시킨다.
 
이 같은 작가의 독자적인 기법은 그의 작품에서만 나타나는 어눌하면서도 투박한 멋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또, 그의 작품은 인위적인 조각이 아닌 예전부터 그 자리에서 일상과 함께 했던 자연스러운 형상의 조형물처럼 느껴진다.
 
재료의 질감이 그대로 살아나 꾸밈없고 수수한 느낌도 물씬 풍긴다.잘 만드는 기술은 이미 그 의미를 상실한지 오래라는 이영섭 작가. 그는 인위적인 않은 어눌한 미감과 흙에서 나오는 자연스런 질감이 시간성을 부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발굴과 조각에서 시간성을 접합시키게 됐단다. “요즘 있는걸 아주 오래된 흔적으로, 아니면옛 흔적을 지금의 조각 재료로 사용하면서 시간의 간격을 두는 게아니라 시간을 연결시키는 작업을하고 있습니다.”라고 작품의 표현의도를 설명한다.
 
예술가들도 사회적 가치를 고민해야 할 때라며 예술에 대한 사회기여도를 고민해 온 그는 “예술가가 낳은 작품을 소수의 몇몇 컬렉터가 보거나 소유하기보다는 일반대중들과 공유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라며 이번 전시에 참여한 뜻을 밝힌다.
 
한편, 이번 자선전시회를 주최한갤러리 예동 김옥희 대표는 “이영섭 작가의 소박하지만 탁월한 작품세계와 더불어 이번 전시가 마줏물이 되어 백혈병소아암 아이들을 돕는 일이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유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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