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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미술

50년만에 부산서 보은의 전시

 
 
 
부산 미광화랑서 ‘누가울어’ 천경자 화백 전

 “너무나 찬란한 그러나 가려진 슬픈 예술가의 초상, 화가 천경자는 가까이 갈 수도 없고 멀리할 수도 없다.” 천경자 화백의 절친한 친구 박경리 소설가의 시 ‘천경자’의 한부분이다. 흔히 그녀를 표현하는 수식어로 ‘한’과 ‘고독’을 꼽는다.
그러나 그녀는 ‘한’의 작가가 아니라 그것을 걸러 감정의 순수를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

 화려한 색채와 현대적 구성미로 한국 채색화를 새롭게 창조한 작가로 호평받는 천화백은 자신의 그림 속에 일하는 여성으로써 고단하고 고독했던 자신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왔다.
 
 이번 전시는 천경자 화백 그림의 주 모델이었던 큰딸이 미국에서 직접 전화를 걸어 전시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의외의 전화에 지역화랑 관계자는 놀랐다는 후문. 전화를 받을 당시 미광화랑의 김기봉 관장은 천경자 화백의 그림은 현대작가들 가운데 박수근, 이중섭 다음으로 호당 가격이 높은 작가라 국제전화를 이용한 사기라고 생각했다”고. 그러나 9월말 뉴욕에서 딸 이혜선씨가 직접 부산에 와서 계약서를 쓰면서 전시는 현실로 이어졌다.

 “어머니께서 부산의 작은 다방에서 열었던 두 차례의 개인전 뒤 50년만에 부산 시민들에게 작품을 소개하고 싶어하십니다. 광안리 작은 화랑에서 전시를 하면, 줄을 서서 전시를 보는 풍경이 연출될테고 그러면 재미난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겠습니까?” 라는 말을 전했다.

  부산의 유명 화랑도 아닌 그리 규모가 큰 화랑도 아닌 소박한 공간에서 국내 최고의 화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에피소드를 만들어냈다. 1952년 피난지 부산에서 연 천경자 화백 개인전에서 발표한 작품 ‘생태’는 천경자의 이름을 세상에 처음으로 알린 전시회다. 35마리의 뱀이 얽혀있는 이 작품은 충격적인 소재, 치밀한 구도와 묘사력, 오묘한 색감의 대비로 관람객들의 인기를 모았을 뿐 아니라 풍경의 정물화에만 안주하던 당시의 화단에 경종을 울렸다.(그림 ‘생태’ 참조)

 이번에 소개된 전시 작품은 대작 석채화 ‘누가 울어 1’(88년)과 함께 드로잉과 수채화 등 총 46점이다. ‘누가 울어1’은 황홀하면서도 슬픈 천경자 화백의 독특한 화풍이 감지되는 작품으로 배호의 ‘누가 울어’를 틀어 놓고 작품을 구상했다고 알려진다.

 대작은 1점뿐이지만 작품들은 천경자의 작품 세계를 내밀하게 조망 할 수 있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티셔츠와 가방, 머플러, 레고 등 아트 상품도 함께 전시기간 판매됐다. 10월 19일~11월 3일까지, 월~토 10시 30분-19시, 일 1시-19시, 미광화랑. 051-758-2247.

 한편 천경자 화백은 1924년에 태어나 1944년 동경여자미술전문학교를 졸업하고 파리 아카데미 고에쓰에서 수학하며 1955년에는 대한 미협전 대통령상과 83년에는 은관 문화훈장을 수상하였다. 현재는 건강악화로 미국 딸의 집에서 생활 중이다.

백가영 기자
[2010년 11월 15일 13호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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