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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미술

고양이 인간으로 바라본 내안의 불안

 

아리랑갤러리 성유진 ‘오래된아이’ 초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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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동그란 눈망울, 앙증맞은 코와 귀는 얼핏 보아도 분명 고양이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부드러운 털이 온몸을 덥고 있는 어린 인간의 모습이다. 고양이와 인간의 유전자가 합쳐지면 이런 모습일까. 사랑스런 고양이의 모습을 한 고양이인간은 어쩐지 조금 우울해 보인다.
 
지난 11월 해운대구 우동에 새롭게 둥지를 튼 갤러리 아리랑이 확장 이전을 기념하는 첫 번째 전시를 열었다. 12월 14일(토)부터 다음달 19일까지(일) 열리는 첫 개관전은 고양이를 소재로 꾸준한 작업을 펼쳐 온 성유진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오랫동안 작가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불안과 우울을 작품의 주제로 삼아왔다. 부지불식간에 자신 안에 자리 잡고 언제든 찾아 올 수 있는 불안과 우울로부터 누구라도 자유롭긴 어렵다. 작가도 마찬가지다. 작가는 오래전 유년시절부터 비롯된 불안과 우울을 자신이 입양한 고양이를 매개로 표현했다. 작품 속 고양이는 작가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다. 작가는 자신의 내면을 고양이인간을 통해 다양하게 담아냈다.
 
작가는 불안을 표현하는 소재로 등장하는 고양이 인간에 대해 “고양이를 통해서 바라본 자신의 이미지가 합쳐져 고양이 인간이 완성됐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오래된 아이’다. 이제는 불안과 우울을 저항이나 도피, 탈출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한 발짝 떨어져 볼 수 있게 됐다는 작가. 하지만 그 불안의 출발은 유년시절이었고 여전히 작가의 내면에 머물러 있기에 붙여진 제목이란다. 작품 속 고양이 인간이 아이의 모습으로 묘사된 것도 같은 이유다.
 
이번 확장 이전 기념 첫 전시를 기획한 아리랑갤러리 신은영 대표는 “전시를 관람하면서 자신의 어딘가 묻어 두었던 불안 우울 등을 살며시 꺼내어 공유하면서 어쩌면 위로, 더 나아가 치유를 경험할 수있는 특별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성유진 작가의 회화작업과 스토리가 있는 오브제, 꼭두목조각, 부드러운 조각 등 총 131점의 작품을 통해 작가의 다양한 작품세계를 공유할 수 있다.
 
유시윤 기자
[2013년 12월 23일 제47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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