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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미술

“우주의 비밀을 푸는 열쇠… 그림이 말하다”

 
 "암호의 키워드" 이색전시 최현자 화가
 
 
박수무당, 말뚝이, 용, 안개 등이 한 화폭 안에 담겨있다. 인면을 가진 새들, 종이날개를 가진 새, 새들은 저마다 태엽이 감겨 있다. 구름사이 살짝 보이는 사다리는 어디를 향한 것일까.
 
엉뚱하면서도 기묘한 그림을 그린 작가는 어떤 사람일까, 기이한 그림을 통해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최근 타워갤러리에서 열린 최현자 작가(58)의 ‘암호의 키워드’에서 접한 작품은 작가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왔다.
 

“제 그림을 보고 혹자는 괴팍한 그림이라고도 합니다. 내가 왜 여기 있는가를 생각해보다가 문득 우주의 모든 사물이 누군가의 프로그램에 의해 존재하는 종속적 처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들었어요. 우리는 누군가에 의한 번식과 복제를 거듭하는 피조물이라는 생각이 들자, 우리를 만든 창조주는 과연 어떻게 생성되고 누가 만들어졌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림만큼이나 작가의 생각 또한 쉽지 않은 내용이 많다. 여러경전을 읽는 것을 즐긴다는 최작가는 그로 인해 떠오르는 갖가지 이미지와 감상을 설화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하여 화폭에 옮겨담는다. 자칫 초현실주의 작품으로 망라할 수 있을 작품들을 작가는 정확하게 마술적 리얼리즘을 추구한다고 밝힌다.
 

2000년 단원미술대전에서 서양화 ‘필연’으로 대상을 수상한 최 작가는 이어 2003년 단원미술 특별상 수상, 부산시전 특선 등 다수의 입상경력으로 그 실력을 인정받았으며, 조흥미술관 기획전을 비롯한 수차례의 개인전과 단체전 등을 열어오며 자신만의 독특하고 기묘하게 표현한 작품세계를 선보였다.
 

“대여섯 살부터인가, 그림을 곧잘 그렸지요. 언니오빠들을 대신해 내가 그린 그림숙제가 선생님들께 칭찬을 받기도 했답니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에 대한 타고난 소질을 인정받아, 자연스럽게 화가의 길을 향하게 된 최 작가는 부산대에서 미술교육을 전공 후 현재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현직 미술교사다.
 
장기의 아이들과 늘 함께 하기 때문일까. 그녀가 즐겨 읽는 경전과 신화들의 영향때문일까. 모호한듯 하면서도 몽환적인 가운데 꿈을 찾아가는 모습을 작품에서 느낄 수가 있다.
한때는 사람들의 작위적인 모습에 염증을 느끼고 순수하고 편안한 '소'의 모습에서 매료되어, 삶에 있어 조금은 서툰 자신과 묘한 동질감을 느껴 한동안 그녀의 그림 속에 어김없이 소가 등장한적도 있었다.
 
현재 그녀의 작품들은 마술적 사실주의를 빌려 여러가지 시각적 가면, 암호 등으로 다가가고 있다. 우주는 무한한 암호로 이루어져 있고, 사물은 필연이라는 암호로 프로그래밍되어 있다는 작가는 암호로 이루어진 우주는 태엽이 감겨진 누군가의 ‘프로그램’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작품 속에 녹여냈다.최 작가는 작품들을 감상함에 있어 이성의 불을 잠시 꺼두면 창밖의 별을 더욱 아름답게 볼 수 있다 조언한다.
 
일상적인 관계에서 추방당한 사물들이 엉뚱하게 자리 잡고 있고, 의식적인 사고가 아닌 생각이 흘러가는 대로 그린 작가의 작품들을 따라 눈길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예술가의 심연에 자리한 무의식의 세계에 동참한 듯, 암호 해석에 한걸음 다가선 듯 느껴지게 된다.

유시윤 기자
[2012년 7월 20일 33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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