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박물관은 2018 무술년(戊戌年) 황금 개띠 해를 맞아 2월 9일부터 7월 1일까지 테마 전시 ‘인간의 오랜 벗, 개’를 개최한다.
2007년부터 시작해 올해 12번째를 맞이하는 띠 전시는 그 해 십이지 동물과 관련된 우리 전통 문화와 민속을 소개하고, 새해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시민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바람을 담고 있다.
한자문화권인 동아시아에서는 하늘의 기운을 나타내는 10개의 천간(天干)과 12개의 지지(地支)를 간지(干支)라고 하며, 이 둘을 조합해 연도나 날짜를 나타낸다.
2018년은 천간의 무(戊)와 지지의 술(戌)이 만나 60간지 중 35번째의 해인 무술년(戊戌年)이다. 무는 오방색 중 황색을 의미하고, 술은 개를 의미하므로 무술년은 황금 개띠 해이다.
개는 동물 중 가장 먼저 인간과 함께해온 가장 친근한 동물로 다정하고 믿음직한 인간의 오랜 벗이다. 선사시대 이래로 식량이었고, 인간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특유의 충성심, 용맹성, 영리함으로 ‘충직’과 ‘수호’를 상징한다.
땅을 지키는 십이지신 중 열한 번째 동물인 개는 서북서 방향을 지키는 방위의 신이자 19시~21시를 담당하는 시간의 신이다. 또한 개는 도둑으로부터 집을 지키며 악귀를 쫓고 거주 공간을 수호하는 존재로도 인식됐다.
이러한 인식은 조선시대까지 이어져 ‘동국세시기’에는 ‘개 짖는 소리에 묵은해의 재앙이 나간다’, ‘새해가 되면 부적으로 그린 호랑이는 대문에, 개는 광문에, 해태는 부엌문에, 닭은 중문에 붙인다’라고 하여, 액을 막는 주술적 의미로 개 그림을 세화(歲畫)나 부적으로 사용했다.
개는 한자로 ‘술(戌)’이고, 술은 ‘지킬 수(戍)’와 글자 모양이 비슷하며, ‘지킬 수(戍)’는 ‘지킬 수(守)’, ‘나무 수(樹)’와도 음이 같다. 즉, 나무 아래 개는 ‘술수수수(戌戍樹守)’로 ‘도둑맞지 않게 잘 지킨다’는 뜻이다.
나무 아래서 어미 개가 새끼를 돌보는 모습은 가정의 화목을 도둑과 잡귀로부터 지킨다는 의미이며, 긁는 개는 집안에 복을 가져온다고 여겼다.
개는 민화 범주인 세화 외에 감상용 일반회화에서 즐겨 그려진 소재이다. 이암(李巖, 1507~1566)과 이경윤(李慶胤, 1545~1611)과 김 두 량 (金斗樑,1696~1763), 김홍도(金弘道, 1745~1806이후), 장승업(張承業, 1843~1897) 등 조선 초기부터 말기에 이르기까지 문인화가
와 화원들이 남긴 명화들이 다수 전한다.
부산박물관 동래관 2층 서로비에서 마련되는 이번 전시는 무형문화재 제20호목조각장(木彫刻匠) 청원스님이 제작한‘목조십이지신부조상(개)’을 비롯해 조선회화 속 개 이미지, 개를 주제로 한 현대 세화(歲畫) 작품 12점 등이 소개된다.
김유혜민 기자
[2018년 2월 23일 제97호 15면]